[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①] “우리동네 청년회장은 73세”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①] “우리동네 청년회장은 73세”
고령사회 의료 패러다임 바꿔야

치료에서 관리 및 예방 중심으로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1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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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늘어난 노년의 시간은 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51%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서비스가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으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유병장수’ 시대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 의료의 현주소를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우리동네 청년회장의 나이는 73세”라는 어느 시골 어르신의 우스갯소리처럼 요즘 60대는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도시의 아파트 경로당을 찾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은 이용자의 평균 나이가 80세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송모 할머니(79)는 “우리 노인정 사람들 중에 70 아래는 없다. 100살에 가까운 사람도 2명이나 있다. 나도 여기서는 심부름 군번인데, 오래살면 뭘해? 아프지 않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송 할머니의 말처럼 요즘 우리사회 기대 수명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65세 이상 노년 인구의 절반 이상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노인의료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도 이제 고령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노인 진료의 목표가 병증에 대한 치료에서 벗어나 증상에 대한 안정적 관리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10년 전 처음 우리 과가 문을 열었을 때 내원하는 어르신 평균 연세가 70대 중반이었다면 이젠 80대 중후반이며 아흔을 넘긴 분들도 적지 않고 백세 환자도 치료한 적이 있다”며 “이 연령대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저희 병원뿐 아니라 어느 병원이라도 처음 겪는 과제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노년의료에 대한 치료의 기준과 목표를 모두 새롭게 바꾸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 사회 적용할 노인 건강 기준 마련 필요”

먼저 우리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의료 진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노년내과 전문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들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되도록 빨리 어르신들의 병을 없애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유병장수’라는 말 그대로, 앓고 있는 병을 잘 관리해 살아 있는 날까지 최대한 삶의 질을 유지하다가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진단에 참고하고 환자들은 스스로의 관리에 쓸 우리나라만의 노인 건강 기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얘기했다.

또다른 전문의는 “같은 병이라도 지역에 따라 발병 연령대에 따라 갖는 의미가 다르다”며 “현재 노년노쇠코호트사업단을 비롯해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노년 코호트 연구들을 통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우리 사회만의 노년 의료 기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인 진료는 특정 병증 치료보다 전체적인 균형 유지에 집중해야”

노인 의료 목표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해당 병증의 유무에 따라 정상인과 환자로 나누고, 환자를 수술하거나 약물 투여로 병을 없애 환자를 다시 정상인으로 만든다는 전통적인 생각은 더 이상 고령 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노년 환자에게는 특정 병증을 앓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 또래와 비교해 얼마나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주 교수는 “우리 과에 내원하는 환자들 대부분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며 “노년 환자에게는 특정 병증을 앓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 또래와 비교해 얼마나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여기에는 여러 전공과의 유기적인 협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노인 환자의 경우, 어느 한 병증의 치료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다른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마치 소아과에서 어린 아이들에 대한 처지 여부를 결정하듯 신중하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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