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우리나라 지역 간 건강 수준 격차를 줄이고 국민 전체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 수립 시 ‘지역박탈지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지희 전문연구원과 김동진 연구위원, 고려대학교 이준협 보건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상대적 지역박탈 현황과 변화’ 정책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으며 “우리나라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지역박탈지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박탈지수란 자원의 결핍이나 물질적 욕구로 정의 되는 기존의 빈곤 개념을 넘어 능력, 사회참여 등 의 비화폐 자원을 포함해 다차원적으로 결핍을 측정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지역 건강불평등 문제를 이해하고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지역 간 건강 수준 격차를 줄이고 전체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구집단 전략의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관련 사업의 필요성을 강화하거나 방향성을 수립하는 데 적합한 원칙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캐나다·호주 등 지역박탈지수 활용
영국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이미 지역박탈지수를 활용해 지역 간 건강 격차를 감소시키고 취약 지역 거주민의 삶의 질 증진을 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취약-비취약 지역 간 격차를 감소시키고 취약 지역 거주민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해 박탈지수에 근거, 투입 자원을 달리 배분하고 있다. 특히 박탈 수준이 높은 지역(박탈 수준 상위 20% 지역)을 스피어헤드 그룹(Spearhead group)으로 정하고 조기 사망률을 낮추고자 금연사업, 심혈관질환관리사업 등을 강화하고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일차의료병원, 노인보건, 정신보건, 커뮤니티케어 등에 대한 지역 예산 배분 시 예산 규모 결정을 위한 인구 기반 보건재원공식(Population Based Health Funding Formula)에 박탈지수와 유사한 변수를 예산 가중치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박탈지수를 기반으로 소규모 지역의 기대여명, 사망률, 보건의료이용률 등을 모니터링 해 박탈 수준이 높은 지역 내 패스트푸드점, 알코올 판매점의 설치·운영을 규제하기도 했다.
독거, 한부모 가정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된 박탈지수를 개발해 활용하는 캐나다는 일반 보건복지서비스 및 단기 입원서비스에 대한 필요를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서 지역박탈지수 활용돼야 하는 이유
영국, 뉴질랜드 등과 같이 우리나라가 지역박탈지수를 활용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 기관과 인력, 서비스 등의 편차 문제가 심각하며 결국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만 19~6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2.2%가 불만족을 표했다. 이 가운데 15.9%는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로 ‘낮은 의료서비스 질’이라 답했고, 15.5%는 ‘접근성’ 문제를 꼽았다. 특히 접근성에 대한 불만은 대도시보다 농어촌지역이, 가구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별 필수의료 서비스의 격차 해소,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 지방정부의 역할을 확대 등의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조금 더 지역 실정에 맞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거주 지역의 특성과 개인의 특성을 수치화 할 수 있는 지역박탈지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고령자 활동제한이나 주관적 건강 수준, 알레르기성 질환 등 건강결과와 박탈지수 간 연관성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도 ‘지역박탈지수’를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최지희 전문연구원은 “지역박탈지수는 관련 사업의 필요성을 강화하거나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적합한 원칙이 될 수 있어 지자체 자원 배분을 위한 근거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건강불평등 문제를 이해하고 지역 간 건강 수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