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보건의료노동자 10명 중 7명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열악한 노동강도와 근무조건을 이직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1개월간 전수조사에 준해 실시했으며, 3만6447명이 유효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0.35%이다.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7명 이직 고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8%(2만4595명)가 최근 3개월 간 ‘이직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314명은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했으며, 1만6281명은 ‘가끔씩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직을 고려한 사유에 대한 물음(복수응답)에 80.2%(2만72명)가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꼽았다. 이어 낮은 임금 수준이 51.6%(1만2921명), 다른 직종/직업으로의 변경이 26.6%(6654명), 직장문화 및 인관관계가 25.9%(6493명) 순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직장생활 만족도에서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며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낮은 임금수준이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현장 ‘공짜노동’으로 유지
보건의료현장의 노동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식사시간에 대한 평가를 물어본 결과 업무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47.5%(1만7167명)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21.8%(7866명)에 달했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63.2%(1만4411명)로 가장 많았으며,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31.3%(7134명)에 달했다. 간호조무사의 경우에는 간호사보다는 적으나 32.3%(648먕)의 응답자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른다고 답했다.
노동의 지속을 위한 연차사용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1만7364명)가 연차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결과이며 상당수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 없는 공짜노동도 지속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48.7%(1만6668명)가 30분~90분의 하루 평균 연장근무를 한다고 답했으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0.5%(1만4113명)에 달했다. 일부만 보상 받는다는 응답자는 38.1%(1만3266명)으로 전체의 78.6%(2만7379명)가 공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부족한 보건의료인력 … 의료서비스에 부정적 영향
보건의료노조는 인력의 문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설문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주요 직종별로 모두 부서 내 인력 부족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체감하는 경우(85.9%)가 그렇지 않은 경우(14.1%)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간호사(88.6%), 방사선사(80.9%), 임상병리사(80.8%) 순으로 인력부족을 많이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요소로는 노동 강도 심화가 86.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건강상태 악화(77.2%), 사고위험 노출(72.1%), 직원 간 갈등(53.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력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등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답변 많았다. 구체적으로 81%가 ‘의료·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답했으며, 80.1%가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보건의료 현장의 높은 이직률을 잡는 것이야 말로 곧 위기에 처한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환자가 안전한 병원, 모든 국민이 건강한 나라에 도달하는 첫 번째 큰 과제”라며 “노‧사와 정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나서서 환자안전병원·직원안전병원에 대한 시급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