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털고 제2의 도약기 맞아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털고 제2의 도약기 맞아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6.14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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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에 위치한 일동제약 본사 전경.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일동제약 본사 전경.

 

‘비오비타’로 제약기업 역사 쏘아올린 창업주 윤용구 회장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회사 이름보다 제품명이 더 유명한 제약기업이 있다. 국내 최초의 유산균제 ‘비오비타’를 개발한 일동제약이다. 올해로 출시 60주년을 맞은 비오비타는 일동제약을 세운 고(故) 윤용구 회장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윤용구 회장이 유산균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데는 어린시절 장 질환으로 어머니를 잃은 아픔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일동제약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
일동제약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

1942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극동제약을 인수해 제약업에 뛰어든 윤 회장은 이듬해 사명을 일동제약으로 바꾸었다.

윤 회장이 유산균제를 개발하던 1950년대 전후 국내에는 열악한 위생상태와 영양부족으로 설사와 변비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적절한 유산균제와 영양제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개념도 기술도 없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회장은 대부분의 연구와 실험은 사택에서, 배양은 서울대 약대나 중앙공업연구소 시설을 빌려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유산균종균배양에 성공하면서 일동제약은 1959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 유산균 영양제 ‘비오비타’를 개발, 시장에 출시했다. 

윤 회장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비오비타에 들어가는 유산균을 활성유포자성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스포로게네스로 바꾸면서 품질혁신에 들어갔다. 열이나 산에 노출되더라도 사멸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는 유산균이었다. 이후에도 감압 건조기를 주문 제작하고 포장재를 개선하는 등 유산균의 사멸을 막고 건조에 완벽을 기울이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69년 비오비타는 시장점유율 33.9%를 자랑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동제약의 장수 브랜드로서의 뿌리를 단단히 내린 것이다.

 

바람 잘 날 없었던 경영권 분쟁 털고 제2의 도약기 맞아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

일동제약은 유산균제 발매를 시작으로 활성비타민제 ‘아로나민’(1963)과 소화성궤양 치료제 ‘암포젤엠’(1973) 등을 잇따라 발매하며 제약사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이 가운데 ‘아로나민’은 지금도 그 명성이 자자, 대표적 국민영양제로 자리잡고 있다. 일동제약은 몰라도 ‘아로나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일동제약은 제약기업의 면모를 갖추자 1975년 기업을 공개했고 이듬해인 1976년에는 윤 회장의 차남 윤원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2세 경영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2세 경영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오너일가의 지분 장악력이 약했던 탓에 자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이러한 분위기는 3세 경영을 앞두고 더욱 심화됐다.

2009년 오너 3세인 윤웅섭 사장이 사내이사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당시 일동제약의 지분 9.85%를 보유하고 있던 개인주주 안희태씨가 윤 사장이 제약업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에도 안씨는 2011년과 2012년 일동제약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보였다. 2011년 당시 윤원영 회장 일가는 일동제약 지분 27.89%를 가지고 있었지만, 2대 주주나 3대 주주의 지위를 가진 대주주들의 반발로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많았다.

일동제약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은 대주주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소액주주들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안씨의 경우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 씨엠제이씨에서 2013년 지분 6.98%를 사들이는 것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씨엠제이씨는 당시 주당 8700원이던 주식을 1만3700원에 사들였는데 일동제약이 일부 대주주들 때문에 얼마나 가시밭길 경영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주주뿐 아니라 동종업계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은 일도 있었다. 2012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려오던 녹십자가 2014년 개인주주의 주식을 사들여 일동제약 지분을 29.36%까지 확보하면서 경영 참여를 선언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날벼락 자체였다. 당시 3세 경영의 길목에 있던 일동제약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녹십자의 반대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녹십자는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까지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폈다.

일동제약과 녹십자 간 경영권 분쟁은 2015년 7월 녹십자가 지분 전량을 윤 회장의 우호기업에 매도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지주회사 카드로 지배구조 정리 ... 안정적 경영 체제 구축

취약한 지분으로 여러차례 경영권을 위협 받았던 탓일까. 일동제약은 무엇보다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3세 승계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 일환이다. 

2016년 8월 1일 일동제약은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일동제약이 일동홀딩스로 상호를 변경해 지주회사가 되고, 일동제약이 제약사업부문으로 신설됐다. 이 때 또 다른 물적분할로 바이오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의 ‘일동바이오사이언스’와 히알루론산 및 필러 사업부문의 ‘일동히알테크’가 신설됐다. 

 

일동제약 지배구조
일동제약 지배구조

 

지주회사 전환 이후 일동홀딩스의 지분은 윤원영 회장이 14.8%, 윤 회장의 부인 임경자 여사가 6.16%, 윤웅섭 사장이 1.1% 등 특수관계인이 28.4%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17.0%를 보유한 씨엠제이씨이며, 윤원영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공익법인 송파재단도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오너 일가의 일동홀딩스 우호지분은 52.4%에 달해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몽은 떨칠 수 있게 됐다.

일동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씨엠제이씨는 당초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였으나 2015년 지분의 90%를 아들인 윤웅섭 사장에게 넘겨줬다. 자신의 지분을 직접 물려주는 대신, 비상장사를 물려주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해준 셈이다. 현재 윤웅섭 사장의 일동홀딩스 지분율은 1%대에 불과하지만 씨엠제이씨를 통해 총 1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동홀딩스는 올들어 또다시 개인투자자가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최모씨 등 특수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지분(9%) 보유현황을 공시하며 보유 목적을 당초와 달리 경영권 참여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일동홀딩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동제약 관계자는 “(그들은) 주주들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회사는 거기에 적합하게 대응하는 것인데 아직 (내부적으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며 “결과적으로 회사는 주식가치 제고를 위해서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동후디스 23년만에 계열분리 ... 한지붕 두 가족 청산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지배구조를 정리하긴 했지만 주요 관계사였던 일동후디스(분유업체)와의 관계 정리는 마지막 과제로 남아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에 비계열회사 지분 5% 초과 소유 금지 조항이 있는데, 일동홀딩스가 보유한 일동후디스 지분율은 지주회사 전환 당시 34.63%에 달했다. 따라서 지주사 전환 체제 완성을 위해서는 일동홀딩스가 일동후디스를 자회사(계열사)로 편입하거나 계열분리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다.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이 1996년 이유식 및 대용식 제조 판매업체 남양산업을 인수해 이듬해 사명을 일동후디스로 변경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회사다. 인수부터 성장까지 주도한 건 국내 1호 전문경영인이자 최장수 CEO 이금기 회장이었다.

이금기 회장은 일동제약 '아로나민 골드'의 성공신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1976년 부사장, 1984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1993년 창업자 윤용구 회장이 타계한 이듬해인 199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그는 전문경영인으로 일동제약을 이끌어오다 2010년 오너 3세 윤웅섭 사장이 당시 전무이사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등장하자 일동제약 회장직에서 물러나 일동후디스 경영에 전념해왔다. 일동후디스의 지분은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 일가가 45.58% 보유하고 있었다.

일동홀딩스는 결국 올해 일동후디스 지분을 이금기 회장에게 매도하면서 23년 만에 계열 분리를 선택했다.

지난 2월 27일 일동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던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를 이금기 회장에게 장외매도했다. 이로써 이금기 회장의 일동후디스 지분율은 기존 21.48%에서 51.39%로 늘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같은 날 이금기 회장과 일동후디스 역시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를 장외시장을 통해 일동홀딩스에 매도했다. 덕분에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당시 25.56%에서 30.74%로 증가했다. 이로써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과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이 59년 동안 함께 했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일동홀딩스는 일동후디스가 사용하던 ‘일동’ 상표권을 일동후디스에 넘기고 그 대가로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 양측은 그동안의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지분구조상 완전 별개의 회사이지만 일동후디스가 상표권을 사용하면서 상호간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세 경영 본격화 ... 신약개발 및 투자수익에 집중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

일동제약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경영진의 이동도 함께 이뤄졌다.

일동홀딩스는 이정치 회장과 정연진 부회장이 주축이 돼 이끌고, 일동제약은 윤웅섭 사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1967년생인 윤웅섭 사장은 윤원영 회장의 장남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 PI팀장, 기획조정실장,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13년 전문경영인 이정치 회장, 정연진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2014년 각자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2016년 지주회사 체제에서 일동제약의 단독대표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독립경영 후 윤 사장은 계열사인 일동이커머스를 설립하고 LG화학으로부터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여 2017년 B형간염 신약 ‘베시보’를 출시했다. 베시보는 책임경영에 나선 윤 사장의 첫 작품으로 자체개발 신약인 만큼 매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타 제약사의 블로버스터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방안이 관건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윤 사장이 투자한 바이오벤처기업 ‘셀리버리’가 코스닥 1호 성장성 특례(기업으로) 상장되면서 초기 투자를 진행한 윤웅섭 사장의 안목이 주목받았다. 셀리버리 상장 당일 종가기준 윤 사장의 지분가치는 95억6669만원으로 20배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일동제약 또한 160%가 넘는 수익률을 남겼다.

일동제약과 셀리버리는 2016년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 R&D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약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기업이다. 현재 두 회사는 약리물질생체 내 전송 기술(TSDT)를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고도비만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이 투자수익은 물론, 신약개발 외연도 함께 넓혔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셀리버리 투자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윤 사장의 경영 입지 또한 한층 단단해졌다고 보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 기록 ... 중견제약사 위상 굳혀 

[일동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2016년 이전 수치는 일동홀딩스 공시 참고)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2589

3485

3628

3952

4175

4764

2013

4607

5039

영업이익

362

387

140

238

145

237

148

254

283

당기순이익

258

272

171

67

119

213

126

198

127

R&D비용

149

290

311

353

373

509

212

483

547

R&D비율

5.9

8.6

9.0

9.3

9.3

11.1

10.5

10.5

10.9

일동제약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적을 견인한 제품 중 하나는 일동제약의 간판 브랜드 아로나민골드로 단일품목만으로 781억원의 매출을 견인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강화, 음료사업 및 화장품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로 R&D 비용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10.9%를 R&D에 투자하는 등 매년 10%대의 R&D 투자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은 표적항암제 ‘IDX-1197’,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베터 ‘IDB0062’, 표적항암제 ‘IDX-1197’, 항체치료제 바이오베터 ‘IDB0076’ 등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특히 창립 때부터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로 기술력과 인프라를 축적해온 만큼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6000여 균주에 이르는 프로바이오틱스 종균은행을 구축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을 건기식과 화장품 등에 적용해 건강기능식품 지큐랩, 화장품 퍼스트랩 등에 상용화하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올해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중견제약기업으로서의 안정적 경영체제를 굳혔다. 이제 남은 것은 오너 3세의 경영능력 입증.

윤웅섭 사장은 지난해 일동제약 77주년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2022년까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의 토털 헬스케어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윤 사장의 경영능력은 1차적으로 이러한 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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