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정말 효과 없나?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정말 효과 없나?
전문의들 "오랜 처방 경험과 논문 결과로 효능 입중"

약사단체 "건보 투입할만큼 효능 입증 못해"

탁월한 안전성과 신중한 처방 필요성은 양측 모두 공감
  • 서정필 기자
  • hustledoo79@gmail.com
  • 승인 2019.06.1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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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 성분의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전문가 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은 이 약물이 급여를 적용할만큼의 효능은 없다는 입장이고 이 약을 주로 처방하는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전문의들은 이 약이 처방을 통해 기대하는 효능은 충분히 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건약 측이 함께 지적한 이 약의 임상적 근거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다수의 전문의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다수의 논문에서 뇌기능 악화를 막거나 악화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이 입증됐기에 그것이 이 약을 처방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다른 비슷한 목적의 약보다 안전하며, 급여항목임을 고려하면 처방이 더욱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건약과 의료계 모두 뜻을 같이 했다.
 

경도 인지장애나 초기 치매에 주로 처방
최근 몇 년 새 시장 규모 급격히 커져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기억력 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집중력감소 등 뇌기능개선 용도로 사용되는 약물로 주로 노령층의 가벼운 정도의 인지장애나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처방된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치매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새 해당 성분 의약품 처방 액수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전체 시장 규모는 몇 년 새 50% 넘게 늘어나 지난해 2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이 시장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이끌고 있으며 두 약품은 지난해 전체 시장의 70%에 달하는 1400억원 어치가 처방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은 항암제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대표적인 약이 됐다.

 

건약 "효능에 대한 근거 불분명, 전문약 지위 박탈해야"

이렇게 적지 않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약'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약이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고 투입 대비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효능이 불분명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약은 지난 4월 말 자체 논평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 같은 천연물 추출 성분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강화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도 임상적 유용성이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전문의약품에서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건약 정책팀장은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탈리아,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몇 개 국가에 지나지 않으며 이외 국가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은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급여 대상 전문의약품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등 이 약이 처방되는 질환의 경우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한 약 처방에 기대어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 사전 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의들 "다년간 처방 경험과 관련 논문 결과로 효과성 입증 충분"

이에 대해 일선 전문의들은 대체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은 처방 시 기대하는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있으며 건약 등이 제기하는 임상적 근거 부족에 대한 의문도 다년간 축적해 온 처방 경험들과 관련 논문 결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전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치매 환자라도 MMSE-DS(치매 선별검사) 결과에 따라 쓸 수 있는 약품이 정해져 있다"며 "알려진 것처럼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초기 증상에 처방하는데 처방시 기대했던 효과는 충분히 내고 있는 약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치매 증상의 완치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 약이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치매 치료제는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다른 어떤 약보다 안전성이 뛰어나 부작용 가능성이 낮으며 그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 등이 그 효과를 증명한다"라며 "경도의 뇌손상 환자나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처치했을 때 뇌손상 악화를 막거나 적어도 악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처방되는 국가가 적다"는 건약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국가마다의 사정을 정확히 몰라 답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나라마다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행태와 규제사항이 다양한 상황에서 단지 지정 국가 수가 적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약품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다"며 "전문의약품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신 엘카르니틴 계열 약품이나 징코민 등을 처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MMSE-DS 검사를 거치고 그것을 근거로 적당량을 처방해야 하며 처방 시 환자나 보호자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확실한 개선'보다는 '증상 관리' 혹은 '악화 방지'가 주요 목적임을 인지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당부했다

 

검사 결과 근거한 신중한 처방엔 모두 동의
처방시 급여 항목이라는 점 고려해야

한편 건약과 의료계 모두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안전성과 적절한 처방이 이뤄질 경우의 효능 그리고 급여 항목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반응에 대해 건약 이동근 팀장은 "다른 뇌기능 개선제에 비해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더 안전하며, 뇌손상이 의심되거나 시작되거나 초기 치매로 분류되는 환자들의 경우에 초기치료에 적합한 약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문제는 급여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치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시내 대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소수겠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실제 얼마나 뇌손상이 진행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전 검사 없이 환자나 보호자의 증상 호소만으로 처방이 남발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약품의 특성 상 안정성에 특별한 문제는 없겠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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