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에이즈의 치료 가능성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제시됐다.
9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한병우 교수(서울대) 연구팀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단백질의 대표적 구조를 설계해 치료용 항체 유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의학센터와 공동연구를 통해 2017년까지 HIV-1 외피 단백질의 모든 아형(亞型·subtype) 단백질 서열을 분석해 전체 아형을 가장 잘 대표하는 단백질의 서열을 추출했다. 그 결과 설계된 외피 단백질 'ConM'에 대한 구조 규명과 면역 원성을 확인했다.
우선 비자연형(non-natural) 서열을 갖는 ConM 단백질에 안정화를 위한 인위적인 단백질 변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형 외피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삼량체를 이루는 것을 통해 디자인된 ConM 단백질이 자연형 HIV 외피 단백질과 유사한 상태로 발현됨을 보였다.
연구팀은 규명된 ConM 단백질의 구조에 기반해 ConM 단백질이 전체 아형을 가장 잘 대표하도록 디자인됐으므로 백신으로 사용됐을 경우 각 외피 단백질의 특이 서열에 의해 특정 항체만을 생산할 가능성이 적은 것을 확인했다.
즉 ConM을 백신으로 사용할 경우 변이가 다양한 HIV 외피 단백질을 광범위하게 중화시킬 수 있는 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ies)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토끼와 짧은 꼬리원숭이(macaque)를 이용해 ConM의 면역 원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ConM을 페리틴 나노입자에 붙여서 실험동물에 주입할 경우 더욱 강하게 자가 중화항체 반응을 보였다.
한병우 교수는 “이 연구는 변이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힘든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백신 연구에 직접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향후 이 원리를 적용해서 변종이 심해 치료법 개발이 힘든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과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30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