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발생 예측 세계 첫 연구성과 발표
녹내장 발생 예측 세계 첫 연구성과 발표
[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 ... "사상판 변형이 녹내장 선행요인"

녹내장 환자의 사상판 변형 위치와 시신경 섬유 손상 부분 일치 규명

사상판 진단할 수 있는 OCT는 이미 충분히 보급, 시간과 인력 문제 남아

진단 데이터 쌓이면 향후 분석 통한 환자별 맞춤 의료에도 큰 도움 될 것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05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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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는 지난 달 녹내장 환자의 사상판이 변형된 부분과 시신경 섬유가 손상된 부분이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사상판 변형이 녹내장을 유발하는 주요 선행요인이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이상으로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망막을 통해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생기면서 시야 결손이 나타나게 되는데, 뚜렷한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아예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녹내장의 선행요인을 파악한 이번 연구는 앞으로 녹내장이 의심되는 환자들의 녹내장 발생 여부를 예측하고 치료 시작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관련 4일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우 교수의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사상판 연구에 나서게 된 동기와 19년 동안 녹내장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소회 등을 들어봤다.


 

Q. 교수님, 녹내장이 시신경 이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를 뜻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분류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녹내장은 어떻게 나눠지는지요?

김태우 교수(이하 김) : 우선 녹내장은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뉩니다. '개방각 녹내장'은 전방각이 닫히지 않고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하고, '폐쇄각 녹내장'은 갑자기 상승한 후방압력 때문에 홍채가 각막쪽으로 이동해 전방각이 폐쇄돼 발생하는 녹내장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개방각 녹내장' 환자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같은 분포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요. 폐쇄각 녹내장 비율이 높은 국가도 있습니다. 그리고 안압이 정상 범위인데도 녹내장이 생긴 경우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합니다.

Q. 정상안압 녹내장에 대해 고민하시다가 사상판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상판 변형 연구를 처음 하시게 된 동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김 : 과거에는 녹내장은 전부 높은 안압의 영향으로 생기는 줄 알았는데요. 앞서 설명드렸듯 지금은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80%가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이 발병한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입니다.

이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우선 안압은 정상이라고 해도 개인 특성에 따라 안압 때문에 녹내장에 걸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안압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요.

환자들 진료하면서 안압이 정상임에도 녹내장이 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안압이 아닌 다른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그래서 2009년부터 사상판 연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Q. 아 그러한 의문이 드신 것이 2009년이었군요?


김 : 아닙니다. 그 의문은 200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환자를 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2009년까지는 사상판을 이미징 할, 그러니까 영상으로 보고 변형 정도를 판독할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시신에서 안구를 적출해서 모양을 보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에 사상판을 이미지화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되면서 저도 본격적으로 사상판 연구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사상판의 변형 정도를 보다 보니 안압 수치가 다름에도 같은 정도의 변형을 보이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했고 그것은 각 환자마다 사상판의 강도나 성질이 달라서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요.

여기 커피의 예를 들면요. 같은 커피라고 해도 여기 책상에 놓으면 안정적으로 서 있지만 여기 종이 위에 놓으면 바로 엎어지잖아요? 같은 원리입니다. 같은 안압 수준이라도 각자 사상판의 성질에 따라 누구는 녹내장이 오고 누구는 오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


Q. 보통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환자 진료만으로도 상당히 바쁘신데 이렇게 사상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가시는 이유가 우선 궁금합니다. 그리고 진료와 연구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쓰시는지요.

김 : 진료 시 느꼈던 궁금증 그리고 환자들에게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싶은 바람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저희 서울대병원 네트워크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연구를 열심히 하는 분위기여서 제가 특별한 건 아니고요. (잠시 생각 후) 진료와 연구에 들이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주중, 주말 구별하지 않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연구 작업을 합니다. 그래도 항상 시간은 모자랍니다.

Q. 연구를 추진하시면서 함께 작업한 연구자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김 : 사상판을 연구할 때 얼마나 휘어졌는가 즉 곡률을 계산해야 하는데 수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병준 가톨릭대학교 수학과 교수님과 함께 하고요. 자율신경계에 대한 연구를 카이스트 배현민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상현실을 이용한 수술기기나 안약을 넣은 횟수를 자동으로 체크하는 기기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녹내장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 : 가족력이 있거나 정상혈압보다 혈압이 낮을 경우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시신경이 퇴화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도 자주 일어납니다.

Q. 그렇다면 눈을 혹사할 경우, 그러니까 저처럼 PC 모니터를 오래 보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녹내장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 :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눈을 혹사하는 것과 녹내장 발생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녹내장이 발생한 후에는 그러한 일이 병증을 악화시킨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김태우 교수의 톱콘안과학술상 수상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


Q. 자신의 눈 속 사상판의 변형 여부를 보통 사람들도 알 수 있나요?

김 : 우리나라 안과 병원 대부분에 있는 '빛간섭단층촬영장치(OCT)'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상판 변형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검사시간이 5분에서 10분 정도 더 걸리고 과정에서 검사지 작성을 도울 인력이 필요해 현장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Q. 2001년부터 녹내장 환자들을 진료하셨으니 정말 많은 환자들을 만나셨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김 : 제가 본 환자분들 한 명 한 명이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시력을 회복한 뒤 캘리그래피 글씨를 써준 2년 전 당시 고1이던 환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환자가 직접 써준 캘리그래피 글씨 액자

내원 당시 한 쪽 눈의 시력은 거의 잃은 상태였고 다른 한 쪽도 상당히 시신경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한 쪽은 시력을 복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와서 지금은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쓸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Q. 그리고 이건 평소에 궁금했던 점인데요. 제가 안구건조증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얼마 전 망막병증 관련해서 조언을 주셨던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니 안구건조증을 전문으로 보시는 교수님이 따로 계시니 그 쪽에 문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안과는 아래에 담당 세부 영역이 있는지요?

김 : 아 예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눈의 바깥부분부터 시작하면 우선 전안부 즉 안구 표면에 관련된 안구건조증과 각막을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고요. 다음으로 녹내장·백내장, 황반변성·황반부종·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망막질환, 소아·사시, 성형안과 이렇게 나뉩니다.

소아와 사시가 같은 범주에 묶이는 이유는 사시 환자의 절대 다수가 소아이기 때문이고요. 성형안 전공 선생님들은 기능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물리적인 처치를 하십니다. 눈꺼풀이 안구를 찌르는 '안검하수'나 어떤 사고에 의해 눈 뼈가 내려앉는 '안와골절' 등을 주로 다루시지요.

병원마다 이 다섯 분야가 다 나눠져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두 가지 분야를 한 선생님이 보셔서 네 분야 정도로 나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십시오.

김 : 앞서 말씀드린대로 OCT(빛간섭단층촬영장치)가 대다수 병원에 보급돼 있지만 사상판 모양을 관찰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는 적습니다. 소요시간이 길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모아진 사상판 데이터를 통해 성별·나이 등 변수마다의 데이터베이스 과정을 거쳐 향후 환자별 맞춤진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내장 위험을 미리 인식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또 알고 계시듯 녹내장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상당 정도 병증이 진행된 후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정기검진을 통해 미리미리 대비하시는 태도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기 검진 절대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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