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진제약] 공동창업주의 ‘아름다운 동행’ ... 2세 경영도 이어질까?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진제약] 공동창업주의 ‘아름다운 동행’ ... 2세 경영도 이어질까?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5.3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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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삼진제약 본사.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삼진제약 본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사람들은 삼진제약 하면 ‘게보린’, ‘게보린’ 하면 삼진제약을 떠올린다. 공동창업주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몰라도 ‘게보린’이 두통약이라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알 정도다. 광고의 힘은 역시 놀랍다.

‘게보린’의 신화를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들 두 공동창업주다. 삼진제약의 쌍두마차에 비유되는 두 사람은 지난 50년간 한 배를 타고 ‘아름다운 동행’을 해왔다.

 

'아름다운 동행'의 두 주인공 조의환-최승주 회장.
'아름다운 동행'의 두 주인공 조의환-최승주 회장(왼쪽부터)

삼진제약은 설립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의 투톱 체제가 아니었다. 1968년 4월 삼진제약을 공동 창업한 주역은 최승주 회장, 조의환 회장, 그리고 김영배 회장 등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2001년 계열사 일진제약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독립을 하면서 지금까지 두 명의 오너가 기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1941년생(78세) 동갑내기인 조 회장과 최 회장은 처음에는 각각 연구 개발, 영업 관리 부문을 담당하다가 점차 업무 구분 없이 총괄회장으로서 회사의 양대 축이 되었다. 두 사람은 50년의 동행길에서 신뢰경영으로 성과를 달성하면서 동업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주보다 유명한 40년 효자상품 ‘게보린’

두 사람의 인연은 군대를 제대하고 건풍제약에 나란히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조의환 회장과 충북대 약대를 졸업한 최승주 회장은 건풍제약에서 동기로 만나 각각 수도권병원과 지방병원 영업을 담당했다. 이들은 ‘수입약 판매를 넘어 직접 만든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삼진제약을 창업하고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제약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오늘날 삼진제약을 건실한 제약기업의 반열에 올린 건 1979년 출시한 해열진통제 ‘게보린’이었다. 당시 ‘한국인의 두통약, 맞다! 게보린’이란 광고 카피는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됐다. 이윽고 출시 6년 만인 1985년, 게보린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사리돈‘을 밀어내고 국내 진통제 시장 1위로 우뚝섰다. 이후 게보린은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며 40년간 삼진제약의 효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게보린이 대중에게 사랑만 받아온 건 아니었다. 2008년 핵심 성분 중 하나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 두드러기와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심각한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부작용 신고가 이어졌다. 이에 삼진제약은 2011년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에 안전성 조사를 의뢰해 이듬해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2012년~2014년 진행한 환자대조군연구에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다만, 이때 제품 리콜과 시장철수를 하지 않아 업계 안팎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안전성 논란은 2015년 식약처에서 제품에 일부 사용상 주의사항을 표기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삼진제약 해열진통제 '게보린'
삼진제약 해열진통제 '게보린'

삼진제약은 한편으로 복제약 출시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7년 항혈전제 ‘플래리스’, 2012년 고지혈증 치료제 ‘튜스타틴-A’, 2014년 고지혈증 치료제 ‘뉴스타틴-R’ 등 복제약을 개발해 히트시켰다. 사노피의 오리지널 의약품 ‘플라빅스’의 제네릭인 ‘플래리스’의 경우 출시 첫해부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했다.

최근 두 오너는 연구조직을 확대하고 혁신신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복제약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신약개발 쪽으로 경영의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삼진제약은 현재 압타바이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혈액암치료제 ‘SJP1604’와 세계 최초 먹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SA001’의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개의 파이프라인 모두 하반기 임상 개시가 유력하다. 이밖에 미국 임퀘스트에 기술 이전한 혈액암 치료제 및 에이즈 치료제 임상 준비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노사 갈등 없는 제약회사 ... 평균 근속연수 11.4년 .... 비결은 복지

삼진제약은 의약품 개발뿐만 아니라 직원 복지에서 나름 신경을 쓰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노사분규나 구조조정이 없었던 삼진제약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4년. 매출액 기준 경쟁업계의 평균 근속연수가 6.8년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이는 그만큼 복지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예컨대 삼진제약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1977년 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2년 약가인하 당시 회사가 어려울 때 노조가 먼저 나서서 연차수당을 자진 반납했던 일화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삼진제약 경영진은 이때 직원 복지를 위해 자사주를 처분해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하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러한 노사화합으로 삼진제약은 1996년 노사화합 철탑산업훈장, 2004년 경영자총협회 보람의 일터 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장수 CEO 물러나고 4인 대표 체제 전환

삼진제약은 올해 3월 18년간 유지해오던 3인 대표 체제를 4인 체제로 바꿨다.

그동안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 조의환 회장, 이성우 사장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바뀐 체제에서는 이성우 사장 대신 장홍순 사장과 최용주 사장이 합류해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삼진제약 전문경영인 최용준-장홍순 대표이사
올해 3월부터 4인 대표체제에 합류한 최용주·장홍순 대표이사(왼쪽부터)

장홍순 사장은 1985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관리생산부문을 총괄해왔다. 최용주 사장은 1982년 입사해 영업부문을 맡아왔다.

이번에 임기만료와 함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성우 사장은 1974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2001년부터 두 창업주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아온 최장수 전문경영인이었다.

회사측은 40년간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최장수 CEO가 물러나고 전문 분야가 다른 두 명의 전문경영인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전문성과 사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진제약이 4인 대표체제로 바뀌면서 향후 실적개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업계는 오너 2세들의 경영승계 문제에도 시선을 두고 있다.

 

사이좋은 두 집안 ... 오너 2세 승진도 나란히

공동창업자인 최승주 회장의 딸 최지현(45) 이사와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48) 이사는 지난해 1월 1일 나란히 상무로 승진했다. 최 상무는 마케팅 및 홍보를, 조 상무는 경리 및 회계 업무를 맡았다. 조 회장의 차남 조규형(44) 이사대우는 이사로 승진했다.

최 상무와 조 상무는 2015년 말에도 동시에 이사로 승진하면서 사이좋게 경영수업을 받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오너 일가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은 아직 미등기임원이다.

삼진제약 오너 2세들 중 가장 먼저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조규형 이사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2009년 2월 입사해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지현 상무는 같은 해 7월에 입사했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최 상무는 마케팅 및 홍보 업무를 담당해왔다. 조규석 상무는 텍사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귀국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1년 삼진제약에 합류해 재무 기획을 맡고 있다.

오너 2세들이 임원으로 본격 승진하면서 이제 관심은 누가 경영권을 잡을 것인지에 쏠린다.

 

2세 경영권 우위 판가름 아직은 시기상조

오너 2세 중 아직은 누가 우위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진급도 한 날 한 시에 똑같은 직급으로 하고 있고 조 상무와 조 이사, 최 상무 모두 회사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터라 ‘경영권 선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조 상무의 역할이 사실상 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최 상무가 R&D와 마케팅, 해외파트를 담당하며 실무적인 업무를 맡고 있기에 업무 영역만으로는 평가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너 지분율은 조의환 회장이 12.15%로 더 많다. 조 회장의 부인인 김혜자 여사도 0.70% 가지고 있다. 최승주 회장은 8.83%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주 11.49%, 우리사주조합 4.42%를 합치면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율은 38%에 육박한다.

 

삼진제약 지배구조
삼진제약 지배구조

업계 안팎에서는 조 상무와 최 상무의 회사 지분 매입 및 증여 규모 등에 따라 경영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진제약이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따로 우회 통로가 없는 만큼 직접적인 회사 지분 확보에 누가 더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 오너 2세들은 업계에서도 사이가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면서 “내년에도 나란히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삼진제약 관계자는 향후 2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전혀 이야기되는 게 없다”고 일축했다.

 

작지만 알찬 매출 ... ‘포스트 플래리스’ 발굴에 주력

삼진제약은 경영 승계 과정을 무리없이 밟아가는 한편, 매출 그래프도 순탄하게 그려내고 있다.

2012년 약가인하로 매출액이 1857억원으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이를 기점으로 다시 매출과 영업이익을 반등시키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삼진제약은 역대 최대치인 매출액 26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2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다 지난해 595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영업이익률은 22.90%로 1조 클럽에 입성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삼진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2004

2018

1857

1920

2013

2165

2393

2453

2600

영업이익

252

240

173

301

316

360

421

470

595

당기순이익

122

71

106

79

207

270

302

358

255

R&D비용

88

104

110

124

139

158

177

201

253

R&D비율

4.38

5.17

5.94

6.46

6.88

7.27

7.37

8.21

9.73

연구개발에서도 최근 10년간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진제약은 후보물질 탐색 및 효능 평가부터 임상 2상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R&D 투자율은 2010년 투자율(4.38%)의 2배에 달하는 9.73%를 기록했다. 중견제약사 투자비율로는 적지 않은 수치다.

실적을 견인한 건 삼진제약이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개발한 제품군이다. 삼진제약은 항혈전제, 고지혈증 치료제, 치매치료제, 뇌기능개선제, 소염진통제 등 다수의 노인성 질환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다.

항혈전제 ‘플래리스’와 고지혈증 치료제 ‘뉴스타틴-A’, 치매치료제 ‘뉴토인’ 등 전문의약품은 삼진제약의 주력제품으로 동일 품목군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 제품군은 100세 시대 필수의약품으로 삼진제약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삼진제약의 올해 경영목표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주요 품목인 ‘게보린’, ‘플래리스’ 등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포스트 플래리스’ 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공정 개선을 통한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는 삼진제약은 그동안 별다른 잡음 없이 동업 체제를 깔끔하게 유지해왔다. 일각에서는 삼진제약의 두 오너가 지금까지 함께 회사를 경영하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진제약이 세대교체 후에도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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