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웅제약] ‘우루사’에서 ‘나보타’까지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대웅제약] ‘우루사’에서 ‘나보타’까지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5.16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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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대웅제약 본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대웅제약 본사

지난해 1조 클럽 입성 ... 나보타 호조에 올해도 순항 예고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우루사’로 대표되는 대웅제약이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로 새로운 역사를 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조 클럽에 최초로 입성한 이래 올해 1분기 개별기준 매출액 2381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하면서 순조로운 항해를 예고했다. 상반기 매출을 견인한 건 나보타 수출 호재다. 아직은 초기 선적 물량에 불과해 매출은 33억2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미국FDA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 나보타는 오는 7월 유럽 허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업계에서는 유럽 EMA허가, 일부 파이프라인 임상 3상 진입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매출 상승세에 지주사 대웅은 최근 대웅제약 주식 2만6455주(50억원 규모)를 매입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대웅 측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 본격화와 더불어 ETC와 OTC의 고른 성장에 대웅제약의 주식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대웅제약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루사’ 만들어 빅5 제약사로 키운 윤영환 회장

대웅제약 윤영환 명예회장
대웅제약 윤영환 명예회장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1조314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제약사 Top5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심에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이 있다.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이자 ‘간 때문이야’란 로고송으로 유명한 피로회복제 ‘우루사’를 만든 장본인이다.

1934년 태어난 윤영환 명예회장은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부산에 선화약국을 개원했다. 본격적으로 제약업에 뛰어든 건 그의 나이 32세때인 1966년, 대한비타민산업을 인수하면서다.

이 회사의 전신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만든 가와이제약소로 해방 직후 몇 번 이름을 바꾸어 오다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윤 회장이 인수했다. 윤 회장은 1973년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1974년 국내 최초 연질캡슐 피로회복제 ‘우루사’를 개발, 그해 대웅제약 매출 1억원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1978년에는 사명을 지금의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대웅제약은 이때부터 히트 의약품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국내 최초 국산배합신약인 종합소화제 ‘베아제정’, 국내 바이오 신약 1호 ‘이지에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항산화성분 ‘코엔자임큐텐’, 항암제 ‘루피어’ 등이 대표적이다. 

윤 명예회장은 기업운영뿐 아니라 사회환원 활동에도 각별히 힘을 쏟아왔다. 대웅제약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재단은 대웅재단, 석천나눔재단 2곳으로 모두 윤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1984년 설립한 대웅재단은 글로벌 인재육성과 장학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2014년 설립한 석천나눔재단은 연구지원사업, 인재육성, 스타트업 지원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윤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공익재단에 나눠서 기부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사실상의 출자나 다름없는 것으로, 당시 기준으로 664억원 어치다. 당시 윤 명예회장은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어야 영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며 “임직원은 대웅제약을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재단에 대한 그의 주식 기부는 오너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현이라는 우호적 분위기 형성과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단의 영향력을 높여 후계구도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삼형제 중 3남이 꿰찬 총수 자리 ... 얼룩진 오너십

윤 명예회장은 2세들의 승계에 대비 일찌감치 사전 정지작업에 힘을 쏟았다. 대웅제약이 지난 2002년 지주회사 대웅과 사업자회사 대웅제약으로 인적분할한 것은 그 일환이다. 윤 명예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대웅제약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면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안정적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한 윤영환 명예회장은 2014년 주식을 처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총수 자리를 삼남인 윤재승 회장에게 넘겨 주었다.

검사 출신인 윤재승 회장은 1995년 감사로 대웅제약에 입사한 뒤, 이듬해 부사장에 임명되면서 2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윤재승 회장은 3남이면서 장남과 차남을 제치고 대웅제약의 경영을 이끌면서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윤 명예회장은 슬하에 장남 윤재용, 차남 윤재훈, 삼남 윤재승, 장녀 윤영을 두고 있다. 장남은 대웅생명과학 사장으로 주력회사 경쟁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있었지만 차남과 삼남의 후계 경쟁은 엎치락뒤치락하는 형태를 보였다.

경쟁이 두드러진 건 2000년대 들어서다.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아오던 윤재승 회장은 2009년 둘째 형 윤재훈 전 부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면서 뒤로 물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3년 후인 2012년, 다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고 차남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2014년에는 윤 회장이 입사 2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모든 승계 작업이 일단락됐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17년 보유하고 있던 지분마저 모두 처분함으로써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재승 회장 체제에 더 이상의 변화는 없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을 향한 창업주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갑질 파문이 불거지면서다. 

 

공공연한 비밀 윤재승 회장의 ‘갑질’ ... 뒤늦게 세상 밖으로 

지난해 8월이었다. 윤재승 회장이 오래전부터 임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폭력적 행동과 욕설은 업계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윤 회장은 이 일로 사과문을 내놓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대웅의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대웅제약의 사내이사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저의 언행과 관련하여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업무 회의와 보고 과정 등에서 경솔한 저의 언행으로 당사자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신 다른 분들께도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는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 저를 믿고 따라준 대웅제약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런 윤 회장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는 윤 회장의 사과문에서도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만 했지,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보유지분 역시 그대로다.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은 이미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전승호·윤재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 윤재승 회장의 빈자리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그가 떠난 이후 대웅제약 ‘나보타’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등 더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당시에도 윤 회장이 비난여론을 의식해 잠시 책임을 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때가 되면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업계 안팎에서 윤재승 회장이 다시 경영 복귀 시기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윤재승 전 회장의 복귀소식은 금시초문”이라며 “대웅제약은 전문경영인 체계로 가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배구조 핵심은 자사주·재단법인 ... 개인회사는 3세 경영과 관련

지주사 대웅은 현재 12개의 자회사와 17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주력회사인 대웅제약은 4개의 국내법인과 11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대웅제약의 최대주주는 40.73%를 보유한 대웅이며, 대웅의 최대주주는 11.61%를 보유한 윤재승 회장이다. 큰형 윤재용 사장(6.97%), 동생 윤영(5.42%) 씨는 개인 2·3대 주주다.

 

대웅제약 지배구조
대웅제약 지배구조

지주사에 대한 오너일가의 개인 지분만 놓고 보면 결코 지배력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몇 가지 안심축이 있다. 바로 자사주(25.73%)와 공익법인 대웅재단, 윤 회장의 개인회사다.

대웅재단은 윤 명예회장이 넘긴 지분까지 더해 현재 대웅 지분 9.98%, 대웅제약 지분 8.62%를 가지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창업주의 부인이자 윤 회장의 모친인 장봉애 여사다. 윤 회장도 여타의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대웅재단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대웅재단의 키를 계속 잡고 있다.

윤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비상장사들은 향후 3세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디엔컴퍼니(1.42%), 엠서클(1.42%), 블루넷(0.21%), 아이넷뱅크(0.13%)는 윤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간접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의약품·화장품, 헬스케어전문, 정보통신,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엠서클과 아이넷뱅크는 각각 윤 회장이 지분을 직접 보유한 인성TSS, 인성정보의 자회사다.

이중 인성TSS와 블루넷은 윤재승 회장의 자녀 석민씨가 2016년부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오너 3세인 윤석민씨는 아직 대웅 지분은 없지만 블루넷과 인성TSS를 통해 얼마든지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다. 

기업의 오너가 자녀에게 비상장사를 물려주고 계열사간 거래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흔한 만큼, 대웅제약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윤 회장의 개인회사가 새로운 포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문경영인 체제, 오너 공석이후 ‘위기를 기회로’

대웅제약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대웅제약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윤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대웅제약은 표면상 윤재춘 대표와 전승호 공동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대표 체제이지만 전승호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나보타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윤재춘 대표는 국내영업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두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 체제 아래 오너 리스크라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결기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매출은 도입 품목과 자체 품목에서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우루사, 나보타, 안플원 등 자체개발 제품의 매출증가는 물론, 도입상품인 제미글로, 릭시아나, 포시가의 판매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 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병원처방약(ETC)과 일반의약품(OTC)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1조원을 돌파했다”면서 “ETC부문은 전년 대비 12.3% 성장했고, OTC부문은 10.8% 성장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현황] (단위 :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5125

7106

6690

6825

7359

8397

8839

9603

1조314

영업이익

732

593

369

714

519

436

259

390

246

당기순이익

179

507

335

580

305

357

261

354

-154

R&D비용

287

737

780

800

895

999

1096

1143

1231

R&D비율

5.62

10.44

11.73

11.85

12.31

12.48

13.8

13.18

13.05

2011년부터는 총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한 덕에 신약 연구개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총 6종의 합성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나보타’에 대한 글로벌 치료 적응증 사업에 본격 착수한 것은 물론, APA 항궤양제가 지난해 말 임상 3상에 진입했고, 투자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은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GLT-2 당뇨병치료제는 2022년 국내 허가를 목표로 올해 임상 2상에 돌입한다. ‘FIRST IN CLASS’로 협력연구를 타진하고 있는 PRS 섬유증치료제도 임상 1상을 앞두고 있고, 자가면역질환 분야 후보물질 2종은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후속 신약 개발을 서둘러 내년까지 글로벌 50위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업계에서는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최근의 성과로 미뤄보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시선이다.

지난해 오너 리스크를 안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 대웅제약은 우려를 털고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오너 2세의 자숙기간과 경영 복귀 시점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대웅제약이 향후 어떤 형태로 경영 안정화를 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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