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살기 힘든 간호사
엄마로 살기 힘든 간호사
“가정의 달 5월, 더욱 버겁게 느껴져”

“태교 여행은 다른 세상 이야기”

“환자 균 옮길까 ‘노심초사’”

“육아 휴직 기간 늘리고 직장 유치원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5.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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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야뉴스 / 박수현 기자] “아기, 육아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요” (대학병원 12년차 간호사 B씨)

간호사들에게 가정의 달인 5월은 심적으로 조금 더 힘든 달이다. 특히 아이를 둔 엄마 간호사들은 5월이 더욱 버겁게 느껴진다. 직업 특성상 3교대로 업무가 진행되는 탓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헬스코리아뉴스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시립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3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8년차 간호사인 A씨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파트 주민이나 같은 반 엄마에게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웠다. A씨의 아이는 엄마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분리불안을 겪고 있다.

A씨는 “나는 아이가 분리불안장애를 겪어 고생한 케이스”라며 “그래서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육아 휴직이 끝나갈 쯤 아이에게 엄마가 하는 일의 특성을 잘 설명하면서 출근 시간이 불규칙한 점을 이해를 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간호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2년차 간호사 B씨는 A씨와 달리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친정엄마의 도움조차 받기가 어려웠고, 15년차 간호사 C씨는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 아예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B씨와 C씨의 아이도 분리불안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는 C씨는 “첫째 아이는 잘 넘어갔는데 둘째아이가 분리불안이 너무 심해서 복직한지 2개월 만에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의 경우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데 엄마가 밤에 나가서 일하는 걸 이해를 못하한다. 자는 시간인데 왜 밤에 나가냐 한다”며 “어느 날은 이브(중간근무)를 마치고 왔는데 원래는 할머니네 집에서 자고 있어야할 아이들이 집에 있었다. 내가 친정엄마랑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둘째가 엄마 집에 가고 싶다고 졸라서 새벽 1시30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 거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지금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얼마전에 큰 아이는 ‘나는 왜 방학 때도 학교를 가야해?’라고 묻는데 그 동안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하게 버텨 준 첫째에게 미안해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간호사들이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한 달을 주기로 주간, 밤, 야간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같은 교대근무자에게 일주일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 아니라 데이(D), 이브(E), 나이트(N), 오프(O, /)로 구분된다. 이 중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오프’ 뿐이다.

이들 간호사는 “바빠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한데, 직업 특성상 균에 노출돼 있어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옮기지 않을 까, 내가 아이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병동에 있다보면 옴, 바이러스 등 각종 균에 노출된다. 게다가 개인정보 때문에 내가 맡은 환자가 아닌 이상 다른 환자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 수 가 없다”며 “항상 균에 노출 돼 있다 보니 집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샤워를 깨끗이 하는 일이다. 혹시라도 내가 아이에게 균을 옮길 수 있다는 생각과 나로 인해 아이가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아이를 안고 있을 때면 혹시 머리카락에 균이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 뿐”이라고 토로했다.

C씨는 “투석실의 경우, 기계를 소독해야 해서 락스 등 유해화학물질이 굉장히 많다. 나도 모르게 노출이 많이 된다“며 “만삭일 땐 전용 마스크를 쓰면서 일했지만 알게 모르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후엔 젖을 말리지 않고 나와서 젖이 분다. 그럼 근무 도중 들어가서 (젖을) 짜야한다. 젖을 유축해서 파우치에 얼려서 받아갈 때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스스로한테 찝찝하다. 환자를 만졌을 때 묻은 균이 옮겨갈 수 있어서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잘 씻고, 소독한다. 옷을 꼭 햇볕에 말리고 몸에 유락실을 도포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출산 하루 전까지 근무…태교는 꿈도 못 꿔”

출산 하루 전까지 일해야 했던 이들 간호사에게 태교 여행 등은 꿈조차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들은 임신 기간 뱃속 태아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이 여전히 미안하다고 한다.

A씨는 “수술실에서 근무했다. 홀 몸 일때도 서서 일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만삭 때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려고 하니 다리가 퉁퉁 붓고 앞이 흐릿하면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지금은 상근직 근무지만, 임신 당시 3교대근무를 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를 해서 환자를 전부 케어해야했다. 무거운 산소통을 드는 일부터, 수술하고 내려온 환자 침대로 옮기는 작업까지 다 해야 했다”며 “만삭 때도 그냥 평소와 비슷하게 근무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결혼 전에 임신했던 선배들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져서. 그때를 생각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려고 했다”며 “중환자실에서 일한 친구의 경우, 만삭 때 내 호흡하는 것도 힘든데 환자가 갑자기 심정지가와서 만삭의 배를 침대에 걸쳐놓고 CPR(심폐소생술)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씨는 “태교는 꿈도 못꿨다. 너무 바빠 내가 만삭인줄도 까먹고 일했다. 환자가 눈앞에서 쓰러지면 만삭이라는 내 몸 상태도 잊고 환자를 들쳐 업고 침대로 옮겼다”며 “어느날은 환자가 갑자기 쓰러져 환자에게 깔린 적도 있었다. 그때 별일은 없었지만 넘어지면서 아찔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내가 근무 스케줄을 변경하면 다른 사람이 추가적으로 근무해야하는 피해가 생겨, 아이가 아파도 곁에 있어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B씨는 “아이가 아프면 일에 집중을 못한다. 환자를 보고 있을 때면 내 아이도 돌보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며 “차라리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C씨는 “엄마에게 맡기면서도 돌봐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우리 둘째 아이는 환절기 때 꼭 입원을 한다. 그래서 수간호사님께 말씀드려서 연차를 6개정도 남겨두고 그때 몰아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들 간호사 3인은 아이와 간호사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현재 1년3개월인 육아휴직 기간(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을 2년으로 늘리고 직장 유치원 운영을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영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C씨는 “육아휴직이 2년은 필요하다. 아이 낳고 1년, 아이가 1학년 들어갈 때 1년이 필요하다”며 “아이도 처음이라 옆에서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유치원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C씨는 “대부분 직장 유치원 운영시간이 9시~6시다. 데이(새벽6시) 출근할 때 유치원이 문을 열지 않는다. 끝날 땐 데려갈 수 있지만 아이를 유치원에 넣을 수가 없다”며 “그럼 또 다른 누군가가 (아이를 유치원에) 넣어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직장 유치원이라고 해서 병원 관계자들 아이만 넣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함께 다니는 경우가 있어 정작 들어가야할 아이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아래는 간호사들과 미니 인터뷰>

“둘째 가졌단 말 눈치 보여 인공유산도”

18년차 간호사 A씨는 인터뷰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특히 둘째를 인공유산하게 된 사연을 언급하며 “시간이 많이 흐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를 낳고 얼마 안 있어서 둘째가 찾아왔다. 그런데 (분위기 상) 도저히 병원에 이야기를 못하겠더라. 조용히 수술을 하고 근무를 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벌을 받은 건지 그 후로 둘째가 안 생겼다. 얼마 있다가 후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더라. 절대 수술하지 말라고 말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둘째 가졌을 땐 하혈도”

15년차 간호사 C씨는 엄마 역할하면서 자기계발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일도 일이였지만 간호사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다. 학위를 올려야해서 방통대 2년을 다녔다. 조금 지나면 대학원도 가야한다. 학벌이 사람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실제 동료평가 좋지 않고, 환자들에게도 평가가 좋지 않은 간호사지만 학위를 올리면 사측에선 플러스가 되는 거다. 환자들을 잘 케어하고 이런 부분을 봐야하는데, 줄 잘서는 사람만 승진한다. (그럴때면 공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여기에 한달에 한번 컨퍼런스도 한다. 어떻게 보면 동료가 많으면 1년에 1번이겠지만 몇 달 전부터 압박이 들어온다. 학교 다녀야하지, 아이들 숙제 봐 줘야하지, 컨퍼런스 준비에 병원 인증평가 나온다고 하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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