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과 사업구조 재편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Cross-border'(국가 간) M&A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재무적 투자자(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자)와 이종산업 기업의 높은 관심을 받는 등 M&A와 관련한 뚜렷한 '트렌드'도 나타났다.
본지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최근 M&A 통계(2014~2018년)에서 확인된 세 가지 M&A 동향을 살펴봤다.
Trend ①: 중장기 경쟁력 확보 위한 'Cross-border' M&A 증가
첫 번째 트렌드는 Cross-border M&A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Cross-border 거래 건수는 지난해 크게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비중(39.3%)을 기록했다. Cross-border 딜이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 마련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시장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거래액도 Cross-border 거래액이 자국 내 거래액을 넘어섰다. 지난해 Cross-border 거래액은 1925억 달러(한화 약 226조원)로, 전체 거래액의 56.7%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거래액으로 보면 Cross-border는 3억4064만 달러(한화 약 4013억원)로 자국 내 거래(1억6855만 달러, 한화 약 1986억원) 보다 2배 이상 컸다.
이는 자국 내 거래보다 국가 간 거래에서 일명 '메가 딜'(50억 달러 이상 대형 거래)로 불리는 초대형 M&A가 활발하게 진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rend ②: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M&A 증가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M&A 거래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M&A 거래 건수는 966건으로, 전체 M&A 거래의 절반 이상인 67.2%를 차지했다.
헬스케어·농업·유통 등 관련 산업 기업을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정보통신 기업을 인수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근 사업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무적 투자자의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종산업 간 M&A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산업 간 거래액은 1751억 달러(한화 약 206조원)로 전체 거래액의 50%를 웃돌았지만, 거래 건수를 고려한 건당 평균 거래액은 제약·바이오기업 간 거래액이 3억4854만 달러(한화 약 4106억원)로 이종산업 간 건당 평균 거래액(1억8126만 달러, 한화 약 2135억원)에 비해 높았다.
거래 규모가 큰 '메가 딜' M&A는 여전히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Trend ③: 북미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한 M&A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M&A는 주로 북미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했다. 지난해 발생한 M&A 중 미국 기업이 참여한 거래 건수는 6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캐나다, 중국,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제약·바이오산업 M&A 거래 건수 상위 국가 중 지난 2014~2018년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캐나다(47.1%)였다.
최근 'M&A 통계로 본 제약·바이오산업'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팀은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아웃소싱·조인트벤처투자·기술이전·라이선싱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있지만,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기업 간 M&A는 자산 통제와 핵심기술의 활용, 외형 확장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력 확보와 외형 확장에 있어 M&A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도 M&A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두고 적극적인 딜 소싱(Deal sourcing)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산업의 M&A 거래 건수는 1438건, 거래액은 3396억 달러(한화 약 400조원)로 거래 건수와 거래액 모두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R&D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근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