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 - JW중외제약] 수액으로 시작한 해방둥이 토종 제약사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 - JW중외제약] 수액으로 시작한 해방둥이 토종 제약사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5.10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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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시 서초구 JW중외제약 본사.

 

창업주 이기석 사장이 쏘아올린 ‘수액 강국’

JW중외제약이 195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5% 포도당 수액.
JW중외제약이 195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5% 포도당 수액.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수입에만 의존하던 ‘수액’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우리나라를 수액 강국으로 만든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종합영양수액(TPN) ‘위너프’로 지난해 아시아 제약기업 최초로 유럽연합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올해부터 영국, 독일 등 유럽 18개국에 수액제 수출길을 활짝 열었다. 위너프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을 정맥에 투여하는 제제로 수액백 안에서 성분이 뒤섞이지 않도록 특수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JW중외제약이 오늘날 국내 10대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창업주인 고(故) 이기석 사장의 ‘수액제 사랑’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0년 3월 17일,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을 맞던 1945년 서울 충무로에 ‘조선중외제약소’를 세우고 제약사업을 시작했다. 

이기석 사장이 제약사를 설립할 무렵, 수액은 필수의약품지만 수익성 저하로 생산기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국민 건강에 필요한 의약품이라면 반드시 생산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직접 유리병과 고무마개를 만들고 고압증기멸균기를 제조했다. 이윽고 1959년, 국내 최초로 5% 포도당 수액을 선보이면서 수액제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JW중외제약 창업주 이기석 사장
JW중외제약 창업주 이기석 사장

이후 1964년 ‘하트만’, ‘엘알긴 주사제’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항생제 ‘겐타마이신’을 개발했고, 1969년에는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합성에 성공했다. 이어 1972년에는 최첨단 항생제 ‘피바록신’의 원료 합성에 성공하는 등 국산 항생제 시장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반전시키던 히트상품 쥐약 ‘후라킬’에 대한 제품 허가를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후라킬’이 ‘생명을 죽이는 약’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기석 사장은 인류의 3대 의료혁명 중 하나로 꼽히는 수액제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타계 이후 23년 만인 1998 제5회 창업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조선중외제약소는 1953년 ‘대한중외제약주식회사’, 1982년 ‘중외제약’, 2011년 ‘JW중외제약’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2대 이종호 명예회장, 재단 사업에 열중

이기석 사장이 타계한 1975년 JW중외제약은 그의 장남 이종호 명예회장이 취임해 이듬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바통을 이어나갔다. 

이 명예회장은 사업의 중심을 전문 치료의약품에 두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 관계를 확대해나갔다. 그는 해외 선진기술 도입이 자사 제품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윤활제가 된다고 판단,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에는 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 JW홀딩스를 만들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약외길을 걸어온 이 명예회장은 2015년 회장직과 함께 그룹의 전반적 경영권을 아들 이경하 회장에게 물려주었다. 대신 그는 명예회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힘을 쏟으며 기업 안팎의 균형 맞추기에 나섰다.

이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 있던 2011년 8월,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보건의료분야 학술연구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창업주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기석 회장의 호 ‘성천’을 따서 만든 성천상을 제정해 매년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의료인을 발굴하고 포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성천상을 수상한 의료인은 총 6명이다. 2018년 성천상 수상자는 영등포역 쪽방촌 골목의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실천해온 신완식 서울가톨릭복지회 부설 요셉의원 원장이었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 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좌)이 2018년 성천상 수상자 신완식 요셉의원 의무원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 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좌)이 2018년 성천상 수상자 신완식 요셉의원 의무원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종호 명예회장은 2011년부터 매년 장애인 예술인 작품으로 ‘JW 아트 어워즈’를 개최하고, 2003년부터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와 후원 협약을 맺는 등 장애인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합창단원들이 이 명예회장을 부르는 ‘소나무 할아버지’는 은퇴 후 그에게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이다. 

JW중외제약의 창업정신은 3대에서 더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오너 3세 이경하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JW중외제약은 기회가 닿는대로 미술과 음악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로도 지원을 넓혀가겠다”면서 75년째 이어온 생명존중과 사회공헌의 실천을 다짐했다.  

 

영업 일선에서 경영수업 시작한 오너 3세

창업주의 손자로 3세 경영 전면에 나선 이경하 회장은 바닥에서부터 경영 노하우를 쌓았다. 성균관대학교 약대를 졸업한 그는 1986년 지역영업 담당으로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약 10년간 현장경험을 쌓았고 1995년 이사대우로 임원에 오른 후, 1999년 부사장, 200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JW중외제약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앞둔 2007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입사 30년 만인 2015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달고 출발하는 많은 제약기업들의 후계자들과 다른 모습이다.

 

JW그룹 이경하 회장
JW그룹 이경하 회장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한 이후 JW중외제약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외제약이 달성한 매출액은 연결기준 537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업계순위 9위. 

(표) JW중외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비율(단위 :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4433

4310

3971

3942

4128

4344

4675

5029

5372

영업이익

257

175

95

259

181

218

245

217

216

당기순이익

37

-98

-204

23

15

21

109

-7

81

R&D비용

242

276

267

280

297

291

316

349

344

R&D비율

5.5

6.4

6.7

7.1

7.2

6.7

6.8

6.9

6.4

이 회장은 장기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시설투자와 신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6년 ‘JW당진생산단지’ 준공으로 수액제 전문회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액은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중외의 상징이자 성장을 이끈 품목이지만 기타 의약품과 비교하면 이익률이 턱없이 낮다. 그럼에도 JW중외제약은 수액 생산 인프라에 1600여억원을 투자해 cGMP(미국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맞춘 국내 최대 규모 의약품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연간 1억2000만백의 수액제가 생산되고 있다. 

앞서 2004년 6월에는 항생제 ‘이미페넴’의 복제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1980년대 후반 개발한 항생제 이미페넴은 항균력과 내성균에 대한 안정성을 인정받은 제품이었지만, 합성기술이 까다로워 특허 만료 이후에도 8년간 복제약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에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을 기술수출하며 창립 73년 만에 혁신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총 계약규모만 4억2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해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으로만 1년치 영업이익을 챙겼다. 

최근 중외제약은 300여종의 암세포 유전 정보에 기반을 둔 플랫폼 ‘클로버(CLOVER)’를 개발해 9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정공법 택한 승계 ... 3대까지 안정적인 연결 고리

JW중외제약 지배구조
JW중외제약 지배구조

 

JW중외제약은 지분과 경영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진 제약사 중 한 곳이다. 부모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 없이 지주회사 전환과 주식 장내매수 등을 통해 조용하게 지분 승계와 직위 승계가 모두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JW중외제약의 승계를 정공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JW홀딩스의 1대주주는 지분 27.72%를 보유한 이경하 회장이다. 그는 200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지분율이 1%대에 불과했지만, 장내매수를 통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나갔다. 

이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때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던 2007년이었다. 그는 중외제약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26%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현재 지분율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종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1999년과 2000년 각각 2만주를 더해 총 4만주가 전부다. 이 명예회장의 지분은 주로 중외학술복지재단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이 명예회장은 재단 설립 직후인 2012과 2013년 회사주식을 재단출연하고, 재단이 지분 10%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2013년에는 JW홀딩스 지분 7.61%를 한꺼번에 출연했다. 이로써 2010년 11.16%에 달하던 이종호 명예회장의 JW홀딩스 지분은 현재 2.61%로 줄었다. 대신 중외학술복지재단의 JW홀딩스 지분율은 7.46%로 2대 주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JW중외제약의 재단사업이 전형적인 경영권 승계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호 명예회장이 중외학술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아들인 이경하 회장에게 넘겨주면 세금은 피하면서 지분을 넘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경하 회장이 1대 주주 자리를 확실히 잡고 난 뒤 재단이 만들어졌고, 이경하 회장이 재단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단이 지분 승계의 핵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상속과 증여세가 면제되는 공익재단의 특성을 이용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범위 내에서 지분 이동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의 역할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JW중외제약의 오너 4세들은 20대 초반으로 아직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3세 경영 최대 목표는 글로벌 제약사 도약

JW중외제약은 2·3세 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필수치료 의약품 공급의 기틀을 다졌고 지금은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신약개발 분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경하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중점 추진과제로 업무 프로세스 단순화, 실행, 공유가치 창출(CSV)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임한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성과는 이뤄질 수 없다”라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목표의식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계획을 실행한다면 JW의 시장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임을 강조하며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올해로 수액 국산화 60주년을 맞이하는데, 수익률이 낮지만 고부가가치를 갖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었던 데는 생명존중이란 경영이념을 이어온 오너십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세 경영까지 큰 잡음 없이 8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중외제약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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