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차 전공의 다 빠지면 어떡하나 … 내과 의료현장 ‘한숨’
3·4년차 전공의 다 빠지면 어떡하나 … 내과 의료현장 ‘한숨’
대전협,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 공개

“입원전담전문의 확대, 환자수 제한 시급…정부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 요구할 것”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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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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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내과 3년차와 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전문의로 배출되는 2020년을 앞두고 인력 공백을 우려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각 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를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전국 29개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약 일주일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현재 정규 업무, 당직 업무가 전공의 인력만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62.07%가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부족한 인력에 따른 업무를 ‘입원전담전문의’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2개 년차 동시 전문의 배출 이후 인력 공백에 따른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느냐’는 질문에는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라는 응답이 41.38%로 가장 많았으며, ‘전혀 진행된 바 없다’라는 답변이 20.69%,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가 10.34%를 차지했다. ‘추가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69%에 불과했다.

내과 3, 4년차 전공의가 지난달 26일과 27일 양일간 열린 내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 동시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긴 단기적인 인력 공백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44.83%가 ‘기존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했다’, 37.93%가 ‘기존 전공의 인력과 전문의 인력으로 운영했다’, 10.34%가 ‘논의는 됐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고 답해 사실상 자체적으로 인력 공백을 메꾼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 전공의 3, 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 저년차 전공의 보완 및 협진과 응급실·중환자실·일반 외래 병원 입원환자 관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내과 3년제 도입으로 오는 2020년에는 모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3년차와 4년차 2개 년차가 동시에 전문의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는 내과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은 인력 부족 사태를 예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앞으로 전공의 업무를 누군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교수나 병원수련 측에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한다거나 업무 담당을 다른 직무자(전임의나 교수)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실제 논의를 하더라도 전공의가 포함된 상태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따로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B 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병원에서 입원·응급실 전담의를 구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구해지지 않고 있는데도 부족한 전공의를 채우기 위한 노력이 너무 미미하다”면서 “교수님들 역시 당장 2학기부터는 교수 당직이 메인이 돼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펠로우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솔직히 병원이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C 병원 수석 전공의는 “병원에서는 3, 4년차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과 휴가로 대체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도 현재 확답이 없는 상태”라며 “4년차는 시험준비에 자유로울 수 있으나, 3년차는 주치의까지 다 도맡아 하면서 시험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D 병원 수석 전공의는 “병원별 대책보다는 내과학회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내년 전공의 인력 공백이 기정사실화 돼 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수련병원은 많지 않아 현장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실태조사에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다고 답한 내과 수석전공의 비율은 48.28%로, 절반에도 미치지도 못했다.

내과 수석 전공의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추가 고용하고, 입원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 병원 수석 전공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를 통해 병동 주치의 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남은 인력이 유동적으로 외래 혹은 시술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 병원 수석 전공의는 “입원환자 수를 줄이거나 펠로우 혹은 교수진도 당직을 서거나 해야 하며, 인력 충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 병원 수석 전공의 역시 “입원환자 수 제한을 두는 방법으로 현 체제를 유지 중이지만, 병원 측과 합의가 된 사항이 아니라서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장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자 대전협은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동시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을 위해 회원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공의, 지도전문의, 학회, 수련병원, 정부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며 “최근 내과학회에서 지도감독보고서 개편 등 수련교육의 질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수련병원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와 지도전문의가 모두 과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확대와 주치의 1인당 환자수 제한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는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책을 미리 강구하지 않는다면, 각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도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정투입은 필수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입원전담전문의를 하나의 진로로써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지속해 요구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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