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건 왜 미리 막을 수 없었나?
안인득 사건 왜 미리 막을 수 없었나?
‘명확한 자타해 가능성’ 규정으로 보호입원 결정 어려워

"정신질환자의 입원 규정 관한 사회적 논의 계기 돼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4.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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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최근 정신병 전력이 있는 40대 남성의 아파트 방화·살인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의 장본인인 안인득(42)은 과거 5년간 68차례나 조현병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의료진이 가족의 입원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 방기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대해 일선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한 안타까움은 느끼지만 입원시켜야 할 환자를 의료진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은 현행 응급입원 규정을 볼 때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 상 가족들이 안씨의 동의 없이 그를 입원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의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정신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입원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보호입원’인데 그 요건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 필요 판단과 직계 가족 2인 이상의 동의, 그리고 명확한 ‘자타해 가능성’이다.

경기도 소재 한 대형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요건 중 하나인 ‘명확한 자타해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 누구라도 안 씨의 입원을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이것은 말 그대로 입원을 시키지 않았을 경우 가까운 시간 안에 자신의 몸을 해치거나 다른 이를 해코지할 것이라는 명백한 판단이 있을 경우에만 응급입원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안 씨가 오물을 뿌리거나 벌레를 던지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진이 입원 여부에 대해 좀 더 재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칠 경우엔 반대로 입원이 시급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 의료진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행정입원과 응급입원도 안 씨를 입원시키려던 가족들에게는 요건 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였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로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행정입원)시킬 수 있지만 이번 안씨 사례를 비롯해 대부분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 실제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입원을 승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응급입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응급입원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발견된 환자에게 규정에 따라 입원을 시킬 수 없을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환자를 의뢰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라는 요건에 대한 해석이 애매해 실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근거를 들어 정신과전문의 등 의료계 관계자들은 “제2의 안인득 사건을 막으려면 이번 사건이 어떤 특정집단의 책임 방기를 탓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요건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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