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눈 돌리는 국내 병원들
해외시장 눈 돌리는 국내 병원들
질 좋은 인적자원과 기술력으로 CIS 및 중동 지역 진출

현지 맞춤형 전략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가능성 높아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4.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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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일 중국 칭다오 라오산구에서 열린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착공식
지난해 8월 2일 중국 칭다오 라오산구에서 열린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착공식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타슈켄트 인하대학교에서 한-우즈벡 간 원격의료를 참관한 것을 계기로 의료 분야의 해외 진출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슈켄트-인하대’는 정보통신에서 시작해 보건·의료 분야 협력까지 이어진 사례지만 국내 병원들이 현지 정부 혹은 민간사업자와의 합작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해외진출 활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6월 의료 해외진출 신고제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44건의 의료기관 해외진출 사례가 있었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중국 이외에 베트남, 페루, 싱가포르 등 16개국에 진출했다.

세이프 칼리파 전문병원의 외래 진료 모습
세이프 칼리파 전문병원의 외래 진료 모습

대표적 성공 사례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연세대세브란스 병원을 들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14년 8월, 5년 간 1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 위탁운영권을 따낸 뒤 2015년 2월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은 UAE 대통령실 산하 병원으로 암·뇌신경·심장혈관 질환을 중점으로 진료하는 3차 의료기관이다. 서울에서 파견된 의료진은 현지 환자들을 위한 현지어 소개 동영상을 직접 만들고 현지에서는 여성 환자가 남성 의사에게 진료받기 꺼린다는 점을 배려해 19명의 여성 의사를 파견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국민들 사이에 실력 있는 병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학교병원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올해 8월로 2014년 UAE  대통령실과 맺은 5년 계약이 종료되는데 양 측 모두 서로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순조롭게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신화진그룹과 합자 형태로 해외에 최초로 종합병원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을 짓고 있다. 지난해 8월 기공식을 가진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칭다오시 국제생태건강시티 내에 지상 20층과 지하 4층, 1000병상 규모로 건립 중이며 2021년 개원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현재 중국 측 파트너인 신화진그룹과의 협의 속에서 건설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이 가진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을 중국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치밀하게 개원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대학교병원 극동러시아 진출
2018년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극동러시아 경제특구의 한국투자자의 날'에 참석한 이호석 부산대학교병원 교수(맨 왼쪽)

부산대학교병원은 극동러시아 국제의료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점 사업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한국-러시아 원격협진 시스템 구축 ▲극동러시아 지역 디지털 헬스케어 ▲현지 의료인 연수교육 사업 등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2018년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과 '2018년 ICT기반 의료시스템 진출 시범사업' 등 2개 사업의 주체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극동러시아 지역 진출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더 적극적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측은 이 사업이 잘되면 현지에 병원을 지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는 검토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뺐으면 한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 순방계기 중앙아시아 의료 신시장 급부상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포화된 국내 의료 시장을 대체할 신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필요로 하는 당사국의 입장이 맞물리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국내 의료시장은 인력채용과 유지 어려움, 수익성 악화,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비급여 통제 강화 등의 요인으로 갈수록 치열한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CIS, 중동, 동남아지역은 2010년 이후 꾸준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면서 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북방, 신남방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는 점도 국내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특히 헬스케어 분야의 협력을 비중있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마지막 순방국인 카자흐스탄에서도 기존 추진 사업에 이어 새롭게 추진할 협력 분야 중 하나로 헬스케어를 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순방을 계기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에 새롭게 진출하는 국내 병원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부평힘찬병원 등은 그간 민간부문 교류가 전무했던 투르크메니스탄에 각각 국제교육과학센터 또는 산하 병원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경북대병원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아스펜디야로프 국립의과대학과 재활의학과 공동개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마르칸트 국립의과대학 제1·2병원과 진료 협력관계 구축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가천대학교 의과대학은 아크파 그룹이 설립 중인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사립 의과대학에 한국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전수하고 있다.

겉으론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 잘만 운영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지 특성 고려한 진출 전략 필수

하지만 철저한 준비없이 진출할 경우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준비단계에서 현지인의 특성에 대한 조사가 치밀히 이뤄져야 하고 돌발적인 상황 변화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성모병원이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1년 반만에 실패로 돌아간 아랍에미리트 마리나 건강검진센터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15년 3월 아부다비에 VPS그룹이 세운 한국형 건강검진센터인 마리나 건강검진센터의 위탁 운영권을 얻어 현지 환자를 맞기 시작했으나 1년 반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중동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현지 시장의 특성을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않았다. '건강검진'에 대한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현지인들은 서울성모병원이 운영하는 검진센터를 찾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으로 저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아랍에미리트 정부측에서 100% 부담하던 건강보험비용을 20%만 부담하게 된 것도 철수에 영향을 미쳤다.

 

파라과이 보느싼떼 병원
파라과이 보느싼떼 병원

반면, 한국 의료 기술과 현지의 특성을 접목해 한인 출신 의사가 세운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소재 ‘보느싼떼’ 종합병원은 현지화 성공사례로 꼽힌다. 파라과이 교포이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정지윤씨가 그 주인공이다.

정씨는 지난해 4월 아순시온 한인촌 근처에 ‘보느싼떼’ 종합병원을 열었다.  

정 원장은 그동안 파라과이 환자들이 여러 과목의 진료를 함께 받고 협의를 통해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병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현지에서의 진료 경험을 통해 파악하고 한국의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이 병원은 설립 1년만에 입소문을 타고 많은 환자들이 찾는 한국인의 현지 의료기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진출 수요는 충분, 시장 다변화와 수익창출 모델 발굴도 과제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해외진출단장은 지난달 발표한 ‘한국 의료시스템 해외진출의 현황과 기회’ 보고서에서 “의료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외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도 공존한다”라며 “한류의 영향을 받는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 편중돼 있어 점차 진출지역과 형태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 단장은 “(개발도상국을 진출할때는) 수익창출 비즈모델 부재, 법적·제도적 지원 제약으로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며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 및 분석, 현지 파트너 검증을 거쳐 비즈니스모델을 확실하게 구축한 뒤 진출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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