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당초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미국 시장의 터줏대감인 엘러간 '보톡스'와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주보'의 가격을 오히려 '보톡스'보다 높게 책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볼루스는 '주보'의 고시가격(100유닛 기준)을 610달러(한화 약 69만원)로 책정했다. '보톡스'의 고시가격인 601달러(한화 약 68만원)보다 조금 비싼 금액이다.
이는 '주보'의 가격이 '보톡스'보다 20~30% 저렴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은 것으로, 그동안 제약업계와 증권가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주보'가 값비싼 '보톡스'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에볼루스도 처음에는 '주보'의 가격을 '보톡스'보다 20~25%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출시일이 가까워지자, 고가 정책을 펼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에볼루스의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값이 싼 아시아 제품은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현지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깨트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시전 리소스 그룹(Decision Resources Group, DRG)은 "'주보'의 높은 고시가격은 공식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아시아 원산지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앨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서근희 애널리스트도 "에볼루스는 100U 바이알을 610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 인하로 소비자에게 마케팅하는 전략이 아닌 의사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과는 상이하지만, 미국 내에서 인센티브 제공 전략이 작동한다면, '주보'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도 '주보'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수집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주보'의 공식 가격은 610달러로 정해졌지만, 에볼루스가 고시가격과 달리 자체적으로 할인을 진행, '보톡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RG는 "(고시가격이 정해져 있더라도) 상당한 리베이트와 (공급) 물량에 따른 할인으로 에볼루스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투자 정보 사이트인 '인베스터스허브(Investorshub)',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등은 "물량 할인 등을 하면 '주보'의 가격은 '보톡스'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회사 측이 공급 물량에 따른 할인율 등을 공개하기 전까지 '주보'의 고시가격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에볼루스는 오는 5월8일 미국 현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주보'의 출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누시바(NUCEIVA)'라는 제품명으로 유럽의약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ommittee for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 CHMP) 공식 의견 채택을 앞두고 있다.
4월 중 열리는 이 위원회에서 긍정적 의견이 채택돼 시판허가를 받게 될 경우, '누시바'의 유럽 판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에볼루스가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