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왜 중요한가?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왜 중요한가?
셀트리온·한미약품·종근당 등 활용 제약사 늘어

비용 최소화하고 성공 확률 높여

기술보유 바이오벤처 속속 등장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4.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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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의약품 및 신규 타깃에 적용해 다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에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의약품이나 신규 타깃에 적용해 다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에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을 이끈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 한미약품은 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수 신약후보 물질의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플랫폼 기술은 기존 의약품이나 신규 타깃에 적용해 다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의미한다. 리스크는 줄이면서 개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려는 국내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

 

셀트리온, ADC 신약 개발 '시동'

셀트리온은 지난 5일 캐나다 바이오기업인 아이프로젠 바이오텍과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형태의 신약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아이프로젠에 4종의 ADC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물질(셀트리온이 선택한 HER2, CD20 항체와 아이프로젠이 선택할 두 개의 항체)을 제공하고 pre-IND(임상 전 규제기관 사전 미팅)와 임상 1상에 필요한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제품제조품질관리)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프로젠은 제공받은 임상 물질로 임상 1상을 진행하게 된다. 임상 1상 이후에는 셀트리온이 ADC 신약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인(License-in) 우선 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이프로젠이 자체 보유한 ADC 기술인 ADED(Antibody Delivery Enhancing Domain) 플랫폼은 항체-약물을 암세포로 전달하는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복합체 세포 침투가 잘 되지 않는 세포 수용체의 내재화를 증가시켜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 플랫폼 기술만 3종

'랩스커버리' 기술을 선보였던 한미약품은 '팬탐바디(PENTAMBODY)', '오라스커버리(ORASCOVERY)' 등 총 3종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당뇨·비만·비알콜성지방간염 및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이영미 상무는 지난달 1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4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 오픈 플라자'에서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랩스커버리'는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의 약자로,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적용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 당뇨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 다수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하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팬탐바디'는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이다. 'Penta amino acid mutated bispecific antibody'의 약자로,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이중항체 기술이다.

면역글로불린G(lgG)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추고 있어 면역원성 및 안정성 등에 우수하고, 생산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이용해 'BH2950', 'BH2996' 등 항암 신약후보 물질을 도출해냈다. 

'오라스커버리'는 'Oral drug discovery'의 약자로,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 제제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항암제 성분인 '파클리탁셀'과 '이리노테칸', '도세탁셀'이 이 기술을 적용해 각각 '오락솔', '오라테칸', '오라독셀'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HDAC6 플랫폼으로 한 걸음 '도약'

종근당은 화학합성신약 파이프라인 중 다수 후보 물질에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인 'HDAC6(히스톤디아세틸라제6)' 저해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 기술은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억제 T 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CKD-504', 항암제 'CKD-509' 등에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 중 'CKD-506'은 새로운 기전의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 물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치료제처럼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여서 관심이 더 큰 상황.

지난해 유럽 임상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유럽 5개국에서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플랫폼 기술, 왜 중요한가?

국내 제약사보다 먼저 플랫폼 기술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글로벌 제약사들이다. 신약 개발 트렌드가 케미컬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옮겨감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한 탓에, 리스크는 줄이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플랫폼 기술을 선택한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신약 개발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개별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다"며 "특정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 약물을 개발하다 보니, 일부에서 실패 사례가 나오더라도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한 개 신약 개발에만 몰두하다 실패해 '매몰되는 비용'(Sunk Cost)'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플랫폼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거나,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신약후보 물질을 사들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플랫폼 기술이 다국적 제약사에 이전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달 일본 다케다제약의 100% 자회사인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스와 자사의 항체-약물 복합체(ADC) 원천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셀리버리는 글로벌 빅파마와 단백질을 세포 안에 넣는 'TSDT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파킨슨병 치료 후보 물질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올릭스는 지난달 자체 개발 RNAi 플랫폼 기술 'cp-asiRNA'가 적용된 'OLX301A'를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라보라토리 떼아(Laboratoires THEA S.A.S)의 계열사인 '떼아 오픈 이노베이션(Thea Open Innovation)'에 기술수출했다.

이 밖에 다수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R&D 투자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개발 중인 신약이 엎어질 경우, 리스크가 크다"며 "위험부담을 줄이고 투자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플랫폼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눈여겨 볼만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제약업계는 이들 벤처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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