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협의 전시용 부회장이었다”
“나는 의협의 전시용 부회장이었다”
[인터뷰]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조용히 사퇴할 수도 있었지만 ... 회무 없이 1년 보내”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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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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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여기에 있는 존재의 이유가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 왔는데 아무 일도 맡기지 않고 이상한 곳에 발령 내면 그곳은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지 않나. (사퇴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순간적으로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대한의사협회 이동욱 부회장(현 경기도의사회장)의 전격 사퇴소식은 의료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그는 "선출직 부회장이면서도 의협 최대집 회장 집행부내 이너서클에 의해 회무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아무런 회무도 맡지 못한채 자리만 유지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협의 중요 소식을 일반 회원들처럼 언론을 통해 전해듣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전시용 부회장으로 머물러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비대위 시절, 최대집 회장과 나는 생각과 행동이 서로 일치한다고 생각했는데, 최대집 집행부 출범 이후 수가 정상화 없는 문케어 협상 진행, 만관제 추진, 전평제 찬성, 커뮤니티 케어 추진위원장 임명, 의료일원화 합의문 추진 등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했던 전임 회장의 회무가 그대로 재현돼 더 이상 공감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결국 '전격사퇴'라는 방법으로 최대집 집행부의 회무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의협이 대정부 투쟁을 위해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까지 출범시킨 이 중차대한 시기에 그는 왜 사퇴라는 최후의 배수진을 친 것일까.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의사협회 전 부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의사협회 전 부회장)

헬스코리아뉴스는 최근 이동욱 부회장을 만나 그동안 의협에서 일어났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업무 배제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최대집 회장이나 현 집행부에 대해서 확실한 선을 긋고, ‘아니다’라는 결론을 확고하게 내린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내가 눈치가 없었다. ‘나를 배제하는 구나’를 눈치 채지 못했다"며 "처음 5개월, 6개월을 기다렸다. (최 회장이) 업무 배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기다렸다). 그래서 스스로 (내가 할 업무에 대해) 자천하고 (다른 사람이 일을 시키라고 나를) 타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에 대해) 분위기 파악을 못한 거다"라고 털어놨다.

 

"일 시켜달라고 했더니 ... 결국"

"그런 것도 모르고 최대집 회장한테도 몇 번 이야기를 했다. 일을 시켜달라고. 그랬더니 ‘일 시킬 거 많다’라고 하더라. 결국엔 어떤 회무도 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경우, 위원회를 열 몇 개씩 맡았다. 소통위원회, 심사체계개편위원회, 의정협상 등. 그러면서도 회원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뭔가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더 기다렸던 것 같다. 나 나름대로 잘 하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하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다. (근데) 나도 사람이지 않나. 눈치가 생긴 거다. 어느 순간부터 ‘아 이 사람들이 패권적주의에 절어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의료계가 단합을 해도 난관을 타개하기 힘드는 상황에서 편 가르기까지 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걸 느끼고 나니까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일 시켜달라는 이야기도 안했다. 의료계에서 니 편 내 편 가르고, 이번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구성할 때도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제외하는걸 보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회원들을 위한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냐."

이 부회장은 "정말 회원들을 위한다면 저 사람과 생각이 달라도 단체에 도움이 된다며 회장으로써 다른 이야기에 귀도 기울이고 포용하고 가야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없기 때문에 참 안타깝다. 최대집 회장과는 서로 대화를 끊은 지 오래됐다. 공식석상에서 만나도 형식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이번 사퇴 기자회견 이후 전화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당파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큰 그림을 본다면 모든 의료계의 가용자원들과 역량을 모아야할 때 인데 (편가르기를 하는 등)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의협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니까 ‘이건 아니’ 라는 결론을 내리고 물러난 것"이라며 "나를 배제해도 결과가 좋게 나오면 좋은데, ‘어? 이건 아닌데’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내가 사퇴한다고 해도 의협에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 아무것도 한일 없기 때문이다. 정말 슬픈일이다. 의협 내부의 잘못된 모습을 알리고 사퇴를 함으로 인해서 부회장으로써의 목소리를 낸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에게 할 도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적폐청산 외치고 들어왔는데 ... ?"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의협이 냉철한 분석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새롭게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대집 회장이 회장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새로운 바람이 분거다. 어려운 개원가들을 대변하겠다고 해서 (회원들이 뽑은 거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적폐청산을 외치고 들어왔는데 (이전정권과) 똑같다.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들을 위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뼈아픈 고통이겠지만 이너서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다. 진단하지 않고는 희망을 갖기 힘들다. 폐쇄적인 회무, 의료계 내에 특정인을 배제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결을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아 시대에 맞는 새롭고 올바른 방향의 의료제도, 건강보험제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사실 지금도 서울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가 빠지면 그게 무슨 의사단체고 단결이 되겠느냐"며 "최대집 회장이 큰 마음을 먹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줄 것을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회원들이 폭발할 것이다. 하루 만에 폭발하진 않는다. (현재 차츰차츰)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실망이 쌓여가다 보면 절망의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무서운 것이다"라는 말로, 현 집행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일부 의협 기자단 행동 본분 망각한 것" 

한편, 이 부회장은 의협 기자단이 자신의 기자회견을 보이콧한 것과 관련, "부적절한 행동이다.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스스로 매우 부끄러운 행동이고, 독자인 의사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사전 기사담합 행동으로 회원들의 알권리를 침해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기사를 도구로 담합행위를 하는 행동은 요리사가 음식 가지고 고객에게 장난을 치는 것과 같고,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용 칼을 가지고 거래를 시도하거나 장난을 치는 것과 같다. 윤리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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