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드러난 인보사 사태 ... 허가부터 판매 중지까지
17년만에 드러난 인보사 사태 ... 허가부터 판매 중지까지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고개 숙여 사과

"세포의 명칭 바뀐 것 ... 안전성·유효성 문제 없어"
  • 안상준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4.01 16: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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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야심 찬 소회를 밝혔던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가 9개월 만에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자사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으로 쓰인 세포가 국내 시판 허가 당시 제출했던 것과 다른 세포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3년 인보사가 처음 사용된 지 무려 17년 만에 드러난 황당한 일로, 그동안 '글로벌 톱 10 신약 인보사'를 목표로 해온 코오롱생명과학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제약·바이오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야심찬 소회를 밝혔던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가 9개월 만에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야심찬 소회를 밝혔던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가 9개월 만에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며,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주성분은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다. 1액은 동종유래 연골세포, 2액은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인자'(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다. 2액은 1액의 연골세포 성장을 보조하기 위해 같이 투여되며 일정 기간(2주) 이후에는 사멸한다.

문제가 된 것은 형질전환세포를 담고 있는 2액의 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달랐다는 점이다. 애초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는데, 유통 제품은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가 혼입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받고 식약처에 보고한 뒤 긴급히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가 1일 오전 한국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인보사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가 1일 오전 한국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인보사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명칭만 바뀐 것, 성분은 동일 … 유해성에도 문제 無"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단순히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 STR 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GP2-293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STR 검사는 친자 확인 검사와 같은 유전체 및 유전자 검사법이다.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 담당 유수현 상무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가 GP2-293세포로부터 유래됐다고 해도 주성분의 명찰을 잘 못 단 것일 뿐 성분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름만 정정했을 뿐 성분은 동일하기에 안정성, 유해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 결과 데이터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다고 내다봤다. 유 상무는 "임상 결과 데이터 취소는 원래 임상을 하려고 했던 물질의 구성세포가 바뀌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인보사의 경우 구성성분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상결과 데이터가 취소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현재 인보사 개발 과정에 일관된 TC가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STR 검사를 진행 중이며, 4월 둘째 주 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유수현 상무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유수현 상무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작용 발생 시 회사가 책임진다"

회사 측은 형질전환세포는 매개체 역할을 할 뿐이어서 체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자연스럽게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 상무는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 동안 3548명에게 인보사를 투약했으나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 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며 "향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다면 회사가 책임지겠다. 다만 장기 추적 결과 환자에 대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집단 소송 같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보사는 일반적인 의약품 유통 체계와 달리 도매상이나 병원에서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회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이우석 대표는 "각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내려오면 충주 공장에서 바로 인보사를 이송해 환자에게 투약하는 구조"라며 "판매 중지를 했지만, 회수 절차가 시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중지로 인한 손실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STR 분석이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현재의 판매 중지가 언제 풀릴 수 있을지는 보건 당국과 얘기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구체적인 손실 규모까지 당장 파악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성장통 될 것 … 업계에 누 되지 않기를"

끝으로 이 대표는 "17년 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수준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하겠지만, 바이오벤처 수준이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보겠다고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 뼈아픈 일이 됐지만, 이것도 하나의 성장통으로 삼을 것"이라며 "다만 가슴 아프고 두려운 것은 이제 꽃 피우기 시작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우리가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오늘 우리의 이런 참담한 일들이 많은 국내 바이오 회사에 반면교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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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2019-04-01 17:17:21
2018년 5월에 거금을들여 인보사 주사를 맞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 ~이유가 있었구먼 ~~깊은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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