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경동제약] 최연소 2세 경영 ... 기업 정체성 확립 최대 과제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경동제약] 최연소 2세 경영 ... 기업 정체성 확립 최대 과제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4.01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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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시 관악구 소재 경동제약 본사
서울시 관악구 소재 경동제약 본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경동제약은 1976년 ‘서울의 동쪽’에서 아침 해처럼 솟아오르겠다는 의미로 설립된 중견제약회사다. 수입에 의존하던 전문의약품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전문의약품 134종, 일반의약품 18종, 원료의약품 45종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혈압치료제 ‘로사타플러스’, 소화기계용제 ‘레바미드정’, 항바이러스제 ‘팜크로바정’ 등이며, 대표 전문의약품은 ‘아트로반정’, ‘로트로반정’, ‘듀오로반정’ 등 고지혈증 치료제가 주를 이룬다. 2010년 진통소염제 ‘그날엔정’을 출시한 이후에는 감기약, 무좀약, 소화제 등에도 '그날엔'이라는 브랜드를 달아, 일반의약품의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류덕희 회장, 수입의약품 국산화 목표로 제약회사 설립

경동제약을 설립한 창업주 류덕희 회장은 1938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1969년 한올바이오파마의 전신인 ‘선경제약’을 설립하지만 동업자들과 뜻이 맞지 않아 1975년 서울 광화문에 경동제약의 전신인 ‘유일상사’를 세웠다. 목표는 수입의약품의 국산화였다. 경동제약은 원료를 직접 수입해 국내에서 의약품을 자체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류 회장은 본격적인 의약품 생산을 위해 1976년 부도가 난 타 제약사의 인천 부평 공장을 인수하고 회사 이름을 ‘경동제약’으로 바꿨다. 이후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의약품을 합성하거나 새로운 약물전달기술을 개발하는 등 제약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

원료의약품 제조와 제제 기술개발이 성공하고 국산약이 수입약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경동제약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소송에 휘말렸다.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원료를 썼다는 것. 그러나 경동제약은 1999년 12월에 시작된 시사프라이드 제조방법과 관련한 특허 소송을 시작으로 오리지널사와 16개 품목에 대한 특허소송을 진행해 그 중 30건의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현재 경동제약은 국내 30건, 해외 19건의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류덕희 회장은 평소 “제약회사는 새로운 의약품 개발과 차별화된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류 회장이 이익의 공정한 분배와 사회 환원을 중시해 나눔을 실천하는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2001년 말 보유하고 있던 개인주식 중 30만주(현재 가치 약 200억원)를 출연해 재단법인 송천재단을 설립했다는 것이 경동제약의 설명이다. 

올해 나이 81세인 류 회장은 1976년부터 현재까지 43년째 경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임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류 회장이 직접 “경동제약 1기는 올해로 막을 내린다”고 말하면서 올해부터 2세 경영이 본격화됨을 알렸다. 

 

일찌감치 후계구도 확정 ... 아들 류기성, 최연소 부회장 타이틀 

경동제약의 2세 경영은 류덕희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인 류기성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기성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2006년 24살에 경동제약에 입사했다. 류 부회장은 입사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08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2009년 계열사 류일인터내셔널 지사장, 2011년 경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32세인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재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제약업계 사상 최연소 부회장이다.

류 부회장은 현재 부친인 류덕희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영지원본부를 담당하고 있다. 경동제약 이외에도 계열사 류일인터내셔널과 케이디파마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류기성 부회장은 일찍이 경영수업에 참여해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지배구조도 견고한 편이다. 류덕희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 등의 우호지분이 45%를 넘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경동제약 지배구조
경동제약 지배구조

경동제약의 최대주주는 류덕희 회장으로 주식 264만3000주(9.95%)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류기성 부회장이 175만6196주(6.61%)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류 회장이 설립한 송천재단은 132만7500주(5.00%)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류 회장의 장녀인 류기연(2.35%), 차녀 류연경(1.92%), 삼녀 류효남(0.99%)의 지분율과 류 회장의 동생인 류관희(0.44%), 류찬희(4.01%), 류영희(0.30%) 등 친인척 지분이 총 18.84%에 달한다. 류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보유 지분을 친인척에게 증여해 왔다. 2008년에는 사위와 외손주에게 경동제약 주식 12만5000주를, 2004년과 2005년에는 다른 친인척들에게 36만주를 증여했다.

류기성 부회장의 지배구조는 특히 지난해 7월 어머니 김행자 여사(류덕희 회장 부인)가 별세하면서 상속받은 주식 33만7460주가 더해져 더욱 공고해졌다. 고 김행자 여사의 주식 40만주 가운데 류덕희 회장에게 돌아간 것은 6만2540주다. 이로써 부자간 지분 격차가 크게 좁혀졌고 후계 구도 역시 확실해졌다.

고 김행자 여사의 지분 가운데 경동제약 지분은 류 부회장에게 대거 상속된 반면, 새로 시작한 바이오사업 계열사 지분은 주로 딸들에게 상속됐다. 지난해 4월 경동제약이 인수한 바이오업체 제넨바이오 주식을 류기연, 류연경, 류효남에게 각각 8500주, 8500주, 1만268주 분배했다. 

 

류기성 부회장, 순조로운 2세 경영

29세에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참여해 32세에 부회장 타이틀을 단 류기성 부회장은 현재 영업본부를 진두지휘하며 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다만 아직은 부친의 영향력 아래 있는터라, 그의 경영능력이나 리더십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경동제약은 류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1년 이후 8년간 외형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이다. 2011년 1273억원이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793억원까지 늘었다.

[경동제약 연도별 경영실적] (단위 : 억원)

구분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273

1,247

1,331

1,533

1,519

1,586

1,778

1,793

영업이익

294

252

300

354

260

263

309

204

당기순익

203

81

185

243

133

169

202

53

그러나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1년 294억원에서 2018년 204억원으로 들쑥날쑥하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은 사상 최대치(1793억원)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204억원)과 순이익(53억원)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실제적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지난해에 진행된 2013년에서 2016년 통합세무조사 결과 법인세 등 추징금이 부과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날엔’으로 일반의약품 사업 확장

경동제약은 43년이라는 역사에 비해 대중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주력제품이 전문의약품 중심이다보니 대중광고 분야에 상대적으로 취약했고, 자체 개발 신약도 없다보니 주목받을 일이 없었던 탓이다. 

류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경동제약은 일반의약품 개발과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동제약은 2010년 진통제 ‘그날엔’을 출시하면서 일반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게보린’, ‘타이레놀’ 등이 이미 진통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동제약이 택한 전략은 광고비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실제 경동제약은 2015년부터 광고비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날엔' 광고 모델 가수 겸 배우 아이유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경동제약 '그날엔' 광고의 한 장면

경동제약은 ‘그날엔’ 홍보를 위해 가수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는 타 브랜드 광고와 달리 '위로'라는 감성 키워드에 집중해 ‘2018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통합미디어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날엔’ 시리즈는 경동제약을 알리는 작은 교두보가 됐다. 이후 경동제약은 대중에게 익숙해진 그날엔 브랜드를 감기약, 파스, 마스크 등 13가지 종류의 제품으로 확대하며 일반의약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류 부회장은 제품과 회사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향후 일반의약품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多) 팀장 체제·조직개편...수평적 위계 구조 실현

제약업계에서도 젊은 오너 경영자로 꼽히는 류 부회장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조직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류기성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가장 먼저 쇄신을 시도한 건 인사관리 부문이다.

경동제약에 따르면, 올해 초 사내 조직을 소규모 팀 단위로 나누고 다수의 팀장을 두는 인사 조직 정비작업을 마쳤다. 이로써 경동제약은 의약사업본부, 생산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각 본부장 아래 수석팀장이, 그 아래 다수의 팀으로 구성된 조직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최대한 팀을 작게 쪼갠 후 실무진 위주로 팀장 직책을 부여하고 있다”며 “다(多) 팀장 체제 개편으로 실무진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와 수평화된 구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류 부회장은 본사 인력의 20% 이상에 팀장 직책을 부여하는 이 체계를 완성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체제를 탈피하고 사내에 수평적 의사전달 체계를 만들겠다는 류 부회장의 경영방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더불어 부·차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주임·선임·책임’의 3단계 구조를 만드는 등 조직개편으로 직급과 연차에 구애 없이 직원 누구나가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을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분권화 조직과 함께 책임 이상 연봉제 시행 및 다면평가제도 본격 도입했다. 현재 경동제약은 철저한 직무분석 및 다면평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선임 이하 호봉제, 책임 이상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추후에는 연봉제를 선임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의사결정 구조를 중앙에 두지 않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팀장에게 주어지는 권한 만큼 팀원에 의한 평가도 철저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일반적인 조직개편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류 부회장이 젊은 오너이다 보니까 수평적 구조로 조직을 세분화하고, 실무자들에게 권한을 조금 더 줌으로써 빠르게 소통하는 체계를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속적 사회공헌 및 직원복지 실현

경동제약은 지난해 29억원을 사회에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창립 초기인 198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은 약 320억원에 이른다. 연매출 1700여억원인 회사에서 기부액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데, 류 회장은 사회환원이 매출 순위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해진다.

류 회장은 2001년 개인소유 경동제약 주식 5%를 출연해 송천재단을 설립했다. 송천재단은 2019년 현재까지 2485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학술연구비 약 65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랑의 열매, 바보의 나눔 등에 각각 6억씩 기부했다.

사회 환원뿐 아니라 직원 복지도 각별하다. 그는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회사 발전에 공적이 있는 임원 2명에게 개인주식 5만주씩을 무상증여했다. 

또한 1997년 1월 설립한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2000년부터 자사주를 기부했다. 2012년 2월 류 회장은 시가 25억원(현 시가 47억원)에 달하는 개인 주식 20만주를 쾌척하고, 2015년 9월과 2017년 12월, 2018년 6월에는 자사주를 기부했다. 2019년 현재 경동제약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총 평가액은 약 130억원에 달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임직원의 자녀학자금 및 경조비, 출산축하금, 체육문화활동비 등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경동제약 관계자는 전했다.

 

R&D 투자 낙제점 ... 제약회사 역량강화, 류기성號 최대 과제 

경동제약이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접어들면서 이제 관심은 제약회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경동제약은 제네릭, 일명 복제약 사업을 위주로 해왔다는 점에서 류기성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부는 최근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강화와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제약의 약가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혀 중소제약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점점 설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경동제약의 R&D 투자는 낙제점, 그 자체다. 경동제약은 류덕희 회장 때부터 신약개발 분야의 R&D 투자를 소홀히 하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2세 경영시대를 맞은 지금도 이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 대신 대중광고를 통한 기업 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동제약 연도별 연구개발 투자 현황] (단위 : 억원, %)

구분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3분기)

매출액

1,273

1,247

1,331

1,533

1,519

1,586

1,778

1,793

연구개발비

41

44

42

48

52

50

57

39

R&D비율

3.2

3.6

3.2

3.1

3.4

3.2

3.2

2.9

공시 내용을 보면 2014년 52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가 2015년 115억원으로 2배 증가한 이래, 매년 110억원 안팎의 광고선전비를 집행하고 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2014년 48억원, 2015년 52억원, 2016년 50억원, 2017년 57억원, 2018년 3분기 현재 39억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R&D 비용은 50억원 안팎에서 멈춰서 있다. 

신약개발과 같은 제약 본연의 역할보다 기업 이미지 띄우기를 통한 매출 확대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단 경동제약뿐 아니라, 대다수 중소제약사들이 생존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R&D 투자는 뒷전”이라며 “이것이 결국은 본인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동제약은 자체 사업보고서에서 “원료합성기술과 제제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제형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원료의약품 개발품목을 다양화시키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다는 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방향도 제약회사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향후 류 부회장이 경동제약의 정체성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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