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로 떠나는 건강여행
모로코로 떠나는 건강여행
  • 임도이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3.26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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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마라케시’
모로코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마라케시’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기자] 한국인에게 모로코는 마냥 낯선 여행지다. 세계지도를 놓고 모로코를 찾아보라고 하면 대다수는 검지를 세우고 어디를 짚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할 게 틀림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몇 차례 소개되긴 했지만, 여전히 생소하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데다 이슬람 문화권이니 우리에겐 한없이 멀게 느껴질 수밖에! 끝없이 펼쳐지는 메마른 사막 사하라와 거친 대서양이 공존하는 땅, 유럽과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가 뒤엉켜 다채로움으로 가득한 모로코를 만나보자.

 

모로코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마라케시’

모로코의 오래된 도시에는 메디나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아랍어로 도시를 뜻하는데, 모로코에서는 구시가지로 통한다.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메디나 안은 벌집처럼 촘촘하게 들어앉은 집들로 빼곡하다. 구불구불 복잡하게 뻗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마라케시의 메디나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붉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모습. 과거에는 메디나로 드나드는 문이 무려 200여 개나 있었다고 한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77m 높이의 뾰족한 첨탑은 마라케시 메디나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여겨진다.

 

모로코 골목길
모로코 골목길

실핏줄처럼 얽히고설킨 골목에서는 지도가 무용지물이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상점을 따라 감으로 걷는 게 최선. 재래시장 수크를 휘젓고 다니면 온갖 냄새와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코끝을 자극하는 묘한 냄새를 풍기는 가죽 가방, 손때 묻은 진기한 골동품들, 부들부들해서 발에 착 감기는 알록달록 신발 바부슈, 총천연색의 향신료가 수북이 쌓여있다. 말재간이 남다른 상인이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길을 안내하겠다며 꼬드기는 사람들이 앞장선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등 갖가지 유혹이 도사리고 있지만 꿋꿋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모로코

시장을 벗어나면 탁 트인 광장, 제마 엘프나가 보인다. 한때 공개 처형장으로 쓰여 핏빛으로 물들었던 곳. 죄인의 목을 걸어놓아 ‘사자의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가 모여든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악사가 있고 군중에 첩첩이 둘러싸인 이야기꾼도 있다. 코브라를 춤추게 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 괴상한 몸짓으로 눈길을 끄는 곡예사 역시 분주하게 움직인다. 장사꾼들은 저마다 제 물건을 팔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아우성이다. 낮에는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밤이 되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포장마차의 야식은 흥을 한껏 돋워준다. 주문 즉시 생과일로 즙을 짜서 내주는 값싼 오렌지 주스와 소라처럼 쏙 빼먹는 명물 간식 달팽이는 무조건 도전! 제마 엘프나 광장은 밤이 더 흥미롭다.

 

경이로운 대자연 ‘사하라’

마라케시에 며칠 머물며 체력을 다진 뒤 와르자자트(Ouarzazate), 자고라(Zagora)를 거쳐 남쪽 도로가 끝나는 지점, 므하미드(M'Hamid)까지 내려갔다. 본격적인 사막여행을 위해서였다. 사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아프리카 대륙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대자연이다. 사막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래 언덕은 사하라에서 20% 남짓만을 차지할 뿐. 모래바람을 견뎌 반질반질해진 돌들이 굴러다니는 자갈밭이 더 많다.

 

낙타 사막 모로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꼬박 3일을 지내려면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바리바리 꾸렸다. 물을 넉넉하게 챙기고 식재료를 커다란 바구니에 한 아름 담았다. 배고픔을 면하게 해줄 빵, 모로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민트 티도 두둑하게 넣었다. 비상식량으로 비스킷과 통조림도 몇 개. 천만다행인 것은 짐 꾸러미를 직접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짐은 사막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 낙타가 대신 짊어진다. 몰이꾼이 낙타 등 위에 짐을 싣고 일으킨 뒤, 아랫입술에 묶어둔 고삐를 힘껏 당겨 손에 쥐면 거친 사막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기대했던 웅장한 사막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마을을 벗어나, 황무지가 나올 때까지 걷고 또 걷는다. 깊이 더 깊숙이.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쩍쩍 갈라진 땅을 만나고 크기가 제멋대로여서 발끝에 탁탁 채이는 자갈밭을 거친다. 지압 길이 따로 없는 어려운 구간도 있지만, 다부지게 걷는다. 묵묵히 걷는 낙타처럼 느릿느릿 걸으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사색에 잠기고, 함께 떠난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띤 얼굴이 되기도 한다.

걷는 게 버거울 땐 낙타 등에 올라타도 된다. 무거운 짐에 사람까지 태우고 사막을 걷는 낙타. 몰이꾼보다 낙타가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다. 낙타처럼 살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다. 모진 역경 속에서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모습이라니!

사하라에서의 잠자리는 모래 언덕 사이에 친 천막과 침낭이 전부다. 튼튼하게 기둥부터 세우고 그 위에 천막을 얹는 식이다. 까딱하면 무너질 것처럼 허술해 보여도 사막에서 하룻밤, 모래바람을 피해 몸을 뉠 수 있는 아늑한 은신처가 된다. 천막 안에서 따듯한 수프를 끓이고 닭고기와 올리브로 모로코 음식 타진을 만들어 배를 채웠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밤하늘에 감자만한 별이 또랑또랑 빛난다. 이따금씩 검푸른 하늘에 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도 눈에 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사막의 밤은 고요와 침묵으로 가득하다. 생애 겪어보지 못한 평화로움이 마음에 머무는 시간.

 

색으로 기억되는 ‘쉐프샤우엔’

다음엔 어디로 갈 거냐는 물음에 쉐프샤우엔으로 갈 참이라고 일렀더니 호텔 주인의 눈에서 반짝하고 빛이 났다.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모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디나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녀는 쉐프샤우엔을 모로코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하는 여행지로 꼽았다. 해발고도 660m에 자리 잡은 산골 마을 쉐프샤우엔은 색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마을 전체가 온통 파란색, 푸른빛이 돈다.

 

모로코 골목길
모로코 골목길

청명한 가을날의 하늘처럼 짙은 파란색도 있고 실수로 우유에 파란색 물감을 빠뜨려 우연히 나온 색깔처럼 부드러운 빛깔도 있다. 발길 닿는 대로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하늘 어딘가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파랗게 물든 마을은 종교 박해로 이주해온 유대인이 남기고 간 흔적이라고.

쉐프샤우엔은 인구가 3만 5천 명쯤 되는 작은 마을이어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이렇다 할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민트를 잔뜩 구겨 넣은 민트 티 한 잔을 시켜 놓고 노천카페에 궁둥이를 붙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뾰족한 모자가 달린 모로코의 전통 의상 젤라바를 입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인다.

 

모로코 사람들의 주식

모로코에서 점심과 저녁때 주식으로 먹는 음식은 ‘타진’이다. 고기나 생선 등의 주재료에 채소, 향신료를 넣어 만든다. 여기에 홉즈라 불리는 빵을 곁들인다. 타진은 묘하게 생긴 그릇에 담겨 나오는 생소한 비주얼이지만 맛을 보면 제법 익숙하다. 타진을 만들 때 쓰는 그릇의 이름 역시 타진으로, 오목한 그릇에 돔이나 원뿔 같은 고깔 모양의 뚜껑을 씌웠다. 흙을 빚어 구운 거라 묵직하고 단단하다.

 

모로코 따진 또는 타진(tagine)
모로코 따진 또는 타진(tagine)

이 그릇을 이용해 요리하면 끓일 때 생긴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뚜껑에 맺혔다가 물방울로 내려와 음식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뚜껑을 덮고 가열하면 열이 은근하게 올라온다. 뚜껑 위에 모인 증기가 음식 위로 촉촉하게 내려앉으며 고기는 연해지고 국물에서는 진한 맛이 우러난다. 재료의 영양 손실이 크지 않고 적은 물로도 수분이 풍부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사하라가 인접한 모로코에서 타진이 전통 음식으로 이어져 온 이유다.

타진은 요리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닭, 양, 소 등의 고기나 생선을 메인으로 택하고 채소를 먹기 좋게 손질해 듬뿍 올린다. 오도독 씹히는 견과류나 새콤한 올리브, 대추야자나 건자두처럼 달콤한 맛을 내는 말린 과일을 쓰기도 한다. 강황, 생강, 쿠민, 사프란, 계피 같은 향신료도 아낌없이 들어가 고기의 잡내를 잡아준다. 고기의 단백질, 채소의 비타민과 식이섬유, 다양한 기능을 하는 향신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 다채로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되는 타진, 모로코 사람들의 생활 속 건강 비결 아닐까?

 

보습에 특효약 ‘아르간 오일’

모로코에서 돌아온 여행자의 손에 반드시 들려있는 이것, 아르간 오일이다. 모로코 남서부에서만 자라는 아르간 나무의 열매에서 얻는 오일은 보습에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오래전에는 모로코 외 지역에서도 자랐지만 점차 기후가 변하면서 최근 100년간 아르가니아 나무 숲의 반 이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는 모로코와 알제리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모로코 아르간
모로코 아르간 나무

모로코 여행 중 몇 차례 아르간 나무를 만났다. 얼핏 보면 열매 맺힌 올리브 나무와 비슷해 보인다. 무성하게 자란 아르간 나무에 대추만 한 둥글고 길쭉한 열매가 달린다. 열매를 따서 딱딱한 껍질을 부수면 속에 씨가 나온다. 아르간 오일은 이 씨에서 나온다. 씨를 갈고 물을 섞어 반죽한 뒤 여기서 기름을 짜낸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자면 손이 많이 가는 과정.

이렇게 만들어진 아르간 오일은 푸석한 피부를 생기 넘치게 가꿔주는 페이스 오일, 바디 오일, 헤어 오일 등으로 거듭나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겨울철 쩍쩍 갈라지는 건조한 피부에 특효약. 영양 공급은 물론 트러블 관리, 안티에이징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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