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갈더마코리아와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SSK)가 최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 새롭게 지부로 가입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MSD,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FMC), 한국먼디파마 등이 지부로 가입했다. 반면, 한국얀센과 노보 노디스크 지부는 민주제약노조를 탈퇴한 뒤 개별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민주제약노조는 총 19개의 지부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은 21일 서울노총 4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들 지부에 대한 활동상황을 설명했다.
민주제약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FMC는 지부 설립 이후 직원의 과반인 140여 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해 '과반 노조'를 이룬 상태다.
현재까지 3차례 정도 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 시간이나 장소 등 사소한 이슈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민주제약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교섭은 보통 업무시간 내에 회사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측에서 근무시간 외에 회사 바깥에서 교섭하길 원하고 있어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민주제약노조 관계자는 "FMC는 대표이사가 부산에서 근무하는 지부장에게 서울에서 열리는 교섭에 참석하려면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가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상황이 좋지 않아 본조에서 대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톱10 제약사'로 잘 알려진 한국MSD의 경우 갈수록 나빠지는 근무환경이 노조 설립의 원인이 됐다. 회사의 외형은 매년 커지지만, 정작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게 한국MSD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고용 안정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크다. 최근에는 신입사원도 계약직만 뽑고 있다"며 "예전에는 계약직을 뽑아도 99% 정규직으로 전환해 줬지만, 최근에는 그런 케이스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MSD만 유지하고 있는 'Self Assurance'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Self Assurance는 영업사원이 의사나 고객을 상대로 제품 설명회 등의 행사를 진행할 경우 외부업체가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행사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Spot Checking'이라 불렸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가 Self Assurance를 시행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최근에는 시행하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 MSD는 여전히 Self Assurance를 시행하고 있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MSD 노조 관계자는 "심지어 의사나 교수들과의 식사 자리에도 외부업체가 투입돼 직원은 물론 함께 자리하는 의사·교수들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하다 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한국먼디파마는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를 통해 각종 이슈가 떠오르며 노조가 설립된 케이스다. 회사 측이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이른바 '갑질'을 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민주제약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설립 과정에서 노조 지부장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린 정황도 포착됐다. 영업 업무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는 이유로 1차 징계위원회가 열려 충분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2차 징계위원회를 또 열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노조 측은 이를 노조 탄압의 일환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민주제약노조 관계자는 "한국먼디파마도 현재 120명 정도가 가입돼 있어 과반 노조가 된 상황"이라며 "(FMC·한국MSD·한국먼디파마) 3개 회사의 가입률이 높은 건 회사가 매년 성과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한테는 돌아가는 게 없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조직문화가 군대식 수직 문화인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 25개 목표 … 국내사 노조도 문의 많아"
민주제약노조는 올해 지부를 25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얀센 지부와 노보 노디스크 지부가 민주제약노조를 탈퇴해 여전히 20개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조직 안정화를 바탕으로 지속해서 숫자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개에 불과한 국내 제약사 노조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지난해 민주제약노조의 첫 국내 제약사 노조가 된 코오롱제약은 올해 2월 성공적으로 단협을 체결했다.
글로벌 제약사 위주로 노조가 구성돼 있는 민주제약노조 측은 애초 국내 제약사 노조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코오롱제약이 단협을 우수한 내용으로 이뤄내며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게 민주제약노조 측의 설명이다.
민주제약노조 관계자는 "사실 임금 부분은 이뤄내기 쉽다. 가장 어려운 게 노동 인권과 관련한 부분인데, 코오롱제약은 이 부분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며 "코오롱제약의 성공적인 단협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 노조도 적극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국내 제약사 노조 쪽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도와줄 것"이라며 "아직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올해 이쪽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섭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정까지 갔던 한국애브비 노조는 최근 합의에 이르러 조만간 단협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양측이 문구를 수정하는 상황으로, 4월 초에는 정리가 될 것으로 노조 측은 보고 있다.
한국아스텔라스 노조 역시 4월 안에 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민감한 부분인 징계와 가입범위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노조는 쟁의를 접고 교섭 모드로 다시 돌아섰지만, 언제 합의가 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