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경기도가 안성에 이어 수원, 의정부 등에 있는 5개 도립병원에도 수술실 CCTV 설치를 확대한다고 밝힌 가운데 환자와 의료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도 “환자 호응 높아 … CCTV 6개 병원으로 확대”
경기도는 18일 “지난해 10월 운영을 시작한 도립 안성병원에 이어 나머지 5개 도립병원(수원·의정부·포천·파주·이천) 수술실에도 CCTV를 확대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CCTV 설치를 완료하고 다음달 보안성 검토 및 시범 운영 후 5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술실 CCTV가 전국에 확대운영될 수 있도록 국·공립병원 우선 설치 방안 및 의료법 개정 등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이같은 결정은 수술실 CCTV 시행 전 환자의 사생활 보호와 의료진 감시라는 엇갈린 반응에도 시행 이후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시행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커짐에 따른 것이다.
수술실 CCTV 확대엔 여론조사도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가 리서치회사인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서는 도민 93%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91%가 ‘도립병원 수술실 설치 운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후 안성병원이 지난해 10월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 수술 건수 144건 중 76명의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해 53%의 찬성률을 보였는데 올 2월 조사에서는 찬성률이 63%(전체 수술 건수 834건 중 523명의 환자가 동의)로 증가하는 등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일 자신의 SNS에 “경기도 산하 병원에 수술실 CCTV 설치를 확대한다”며 “처음에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범실시를 한 안성병원 환자들의 호응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잊을 만하면 대리수술, 환자 성희롱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의 문제라지만 그로 인한 불신으로 환자뿐 아니라 선량한 병원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는 최소한 환자들에게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병원 입장에서도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인권도 보호하고 의료사고도 방지할 수 있도록 수술실 CCTV 설치 확대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환자단체 “공공의료기관 등 CCTV 설치 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돼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와 촬영된 CCTV 영상을 보호 및 관리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단연 안기종 대표는 19일 ‘진료실과 수술실의 안전 치료환경을 위한 환자단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경기도에서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먼저 실시했다. 설치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과가 좋은 만큼 여기서 더 나아가) 공공의료기관 등 먼저 시행할 수 있는 곳부터 CCTV 설치를 할 수 있도록 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수술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수술실 CCTV 설치다. 단지 CCTV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사회 “지금도 가능한 수술실 CCTV 설치, 전형적 전시행정”
경기도의사회는 경기도의 이같은 결정에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의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이를 강제화하는 작업으로, 이 같은 정황이 목격될 경우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는 “환자와 의사 모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현행법상에서도 실제 CCTV 운용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경기도가 ‘전국 최초’라거나 ‘도민들의 지지를 얻은 확대 운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과잉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업과 관련해서도 의료원 내 근무의사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인사상의 불이익 등을 우려하게 하는 등의 강압은 없었는지, 권익침해 행위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조만간 실태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확인된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이후에도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월엔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26개 전문학회가 성명서를 내고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반인권적 수술실 CCTV 시범 운영을 즉각 중단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CCTV 설치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불가하다는 것”이라며 “과연 (시범사업 전) 의사들의 동의가 외압적인 부분이 아닌 자발적인 동의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의료원 산하 의료진은 CCTV설치를 거부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CCTV 자체가 의사, 직원, 환자 동의가 있다면 법적 테두리 내 있기에 현재도 가능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