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죽겠다는데 입 닫은 제약바이오협회 … 무용론 '솔솔'
제약사 죽겠다는데 입 닫은 제약바이오협회 … 무용론 '솔솔'
중소제약사, 긴급 대책 회의 … 협회 탈퇴까지 논의

"온건보수성향 원희목 회장, 정부에 강력대응 못해"

제약協 "다양한 채널로 의견 타진 중 … 예민반응 말아야"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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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개편안에 국내 제약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개편안에 국내 제약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상황이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개편안에 국내 제약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약사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반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각 제약사가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약가인하 개편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정작 제약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입을 꾹 닫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제약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상황. 

일부 제약사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더는 믿지 못하겠다며 협회를 탈퇴하고 별도로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 제약사 80여곳의 임직원 수십명은 지난 19일 오후 약가인하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복지부의 이번 약가 개편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 후 한국제약협동조합 신규가입, 약가 인하 후 소송 제기, 약가 인하 전면 거부(궐기대회), 상한가 조정 요청 등 단체 행동을 하는 데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더는 모든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참석업체 대표에 보고할 수 있도록 회의록으로 작성됐다.

 

"약가인하 개편안 인정하는 제약바이오협회, 유예기간만 요구"
"상위사 위주 이익 대변 … 더는 대표성 인정하기 어려워"

다수 제약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복지부와 이번 약가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편안을 받아들이고 유예기간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복지부와 회의 석상에서 이번 약가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지 않고, 유예 기간만 요청했다"며 "사실상 상위사 입장에서 의견을 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원사는 177곳. 준회원(18곳)까지 합치면 195곳에 달한다. 10~20여개 상위 제약사를 뺀 나머지 170여곳은 중견·중소 제약사다.

전체 회원의 80%가량이 이번 약가 개편안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중견·중소 제약사인데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보도자료나 성명서 하나 없이 정부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수 제약사 관계자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더는 국내 제약사들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B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하다"며 "그래도 제약사들을 대변하는 단체인데 협회가 입을 닫으니 이해 당사자인 제약사들은 개별 행동을 하던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상위사 위주로 움직인다면 중견, 중소 제약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른 단체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며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상위사 위주의 신약 R&D 관련 협회와 중소 제약사 위주의 제네릭 협회가 따로 있고, 이들 협회는 각자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20일 열린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개소식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열린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두번째)과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초강수까지 두는 다른 보건의료 단체들과 달리 '을'이라는 입장 때문에 제약업계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늘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C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당시에도 제약사 실무자들은 그 전부터 정부의 약가 인하 조짐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협회는 안일하게 대응, 결국 약가 인하를 받아들여야 했다"며 "이후 피켓 농성을 하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사실상 보여주기식 '액션'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때는 단체행동이라도 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아무리 '을'이라고는 하지만 매번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소극적인 협회의 모습에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갈수록 신약과 R&D만 강조하며 몇몇 상위사 위주로 협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실망감이 더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중소제약사들의 이같은 불만은 현 원희목 회장의 선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원 회장이 현 정권과 결이 다른 구 여권(지금의 자유한국당) 출신 인데다, 투쟁보다 꽃길만 걸어온 온건보수성향의 인사라는 점에서 정부에 강력히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 회장은 몇몇 상위제약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회장직에 선임됐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면서 중하위사들의 허탈감이 쌓여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ISO 37001 도입효과 분석 및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약가 개편안과 관련해 국내 제약산업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가 인하 개편안을 협회가 받아들였다는 제약사들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제약바이오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예민한 반응 보일 상황 아냐"
"회원사 의견 수렴해 협회 차원 의견 타진 중 … 제약사 주장 사실과 달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사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번 약가 개편안과 관련해 국내 제약산업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가 인하 개편안을 협회가 받아들였다는 제약사들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언론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현 상황이 대외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거나 할 그런 차원은 아니라고 본다"며 "나름대로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의견을 전달하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가 상위사만 대변해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회원사들의 마음들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단계에서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단체 행동 등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부 최종 발표 전에 최대한 입장을 전달해서 합리적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 반응을 보일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가 개편안을 받아들이고 유예 기간을 요청했다는 제약사 주장과 관련해서는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금시초문"이라며 "이미 다 끝난 것으로 결론 내리면 안 된다.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일부만 듣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다. 개별 이해관계를 가지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동위탁 생동 부분과 발사르탄 사태 이후 제네릭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와 맞물려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되도록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하고 있다"며 "산업계의 부분에 있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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