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병원 만들기 캠페인 현장 간호사들 반응 '썰렁'
즐거운 병원 만들기 캠페인 현장 간호사들 반응 '썰렁'
"인력은 안 늘리고 탁상공론식 캠페인 더 피곤해 ... 퇴근시간이나 보장해줘라"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3.1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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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최근 간호사들의 잇따른 자살 등 의료기관 내 태움(간호사들 사이에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자, 대형병원들이 너도나도 함께 일하고 싶은 병원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부정적 반응 일색이어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원계 '하이파이브', 칭찬릴레이' 등 다양한 이벤트 진행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High-Five 병동(하이파이브 병동)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파이브 병동의 첫 주자로는 원내 공모를 거쳐 신경과와 86병동이 선정돼 의료진 간 긴밀한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선보인 바 있다.

하이파이브 병동 릴레이는 진료과 및 병동 구성원이 주체가 돼 행복하고 안전한 병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 개선 활동이다.

하이파이브라는 명칭은 손바닥을 맞부딪히는 제스쳐가 누군가를 격려하고 축하할 때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육체적 어려움에 구성원들이 다 함께 공감하는 동료의식을 고취시키고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 릴레이는 환경, 소통, 이해, 존중, 자율의 5가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한 행복한 근무환경 조성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활한 소통의 첫걸음으로 전공의와 간호사 개개인의 얼굴과 이름 및 닉네임, 전공 분야 정보를 담은 팸플릿을 병동에 비치해 서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울러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휴게공간(Tik Tok Room)을 마련하고, 방문 아로마 마사지 이벤트를 열어 근무환경에 대한 교직원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더불어 주치의와 담당 교수, 간호사가 함께하는 캔미팅(Can Meeting)을 정기적으로 열어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또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활동을 펼쳐 병동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 향후 치료 계획을 토의해 각자의 의료 전문성을 키우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성취감을 높였다. 이외에도 부서 내 다양한 현안을 점검한 후 회진 효율화 제고, 당직실 환경 및 근무복 개선, 전공의 휴식시간 확보 등의 대안을 찾아 행복한 일터 문화의 확산에 노력을 기울였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선경 간호본부장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병원에 확산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만들어져 선후배, 직종 간 소통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를 통해 생성된 시너지는 동료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전해져 좀 더 세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환자의 안정적인 상태 유지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전상훈 병원장은 “근무환경 개선이 곧 교직원의 행복이자 환자 안전 및 고객 만족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며 ”행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배려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내부칭찬주인공 ▲타부서 Do&See ▲부서칭찬릴레이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칭찬주인공’은 교직원 상호간 격려하고 배려하는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동료에게 받은 도움이나 위로에 대해 칭찬하는 제도다.

‘타부서 Do&See 활동’은 타 부서 업무를 관찰하고 참여함으로써 타 부서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습득한다는 취지다. 부서 간 상호이해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다양한 부서와 직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부서칭찬릴레이는 부서 간 업무 수행과정에서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 칭찬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부서 간 상호이해 및 의사소통, 교류를 촉진해 행복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환자와 동료 직원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푼 부서와 직원을 칭찬하고 포상하는 치얼업(Cheer-Up)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들 "인력은 안 늘리고 탁상공론만" 

이와관련 현장 간호사들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간호사는 “하이파이브 릴레이라. 보여주기식 쇼는 간호사들을 더 힘들게 한다. 사실 본질적인 문제를 끌어내고 해결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있지 않으면 이런 식의 행사는 소모적이고 일이 하나 더 느는 셈”이라며 “소통 이해 존중도 내가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병원들은 무슨 문제 생기면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한다”며 “직원들 달달 볶지 말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아주 날로 먹을라고. 이건 분명 현장에서 일해 본 사람 아이디어는 아닌 듯하다. 씨알도 안 먹히는 방법이고 너무 고리타분하다”고 비판했다.

B 간호사는 “동료들끼리 하이파이브 시킨다고 고질적인 인력난, 살인적인 로딩에서 오는 간호사 문화가 개선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원인이 제거 안되니까 하이파이브니, 안아주기니 그런 이상한 이벤트로 무마할려고 하니까 (병원문화개선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신규들 차분이 가르칠 인력주고, 시간 주고, 로딩 적당히 걸어주고, 신규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 갈 수 있는 병원환경이 조성되면 병원문화는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 간호사는 “하이파이브 이거 직원 놀리는거 아닌가요? 탁상공론. 뭐 한다 뭐한다 하면서 캠페인이나 무슨 프로젝트처럼 하는 게 더 스트레스 받는다. 인력 늘려주면 대부분 해결된다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병원환경이 나아지려면 ‘돈’을 쓰셔야 한다. 캠페인 말고 오버타임 수당 떼먹지 말고 지킬거나 지켜달라”, “박선욱 간호사 사건 이후 배지 나눠주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억지로 칭찬카드 같은 거 쓰라고 일 만 더 만들어서 저게 긍정적으로 안보이더라”, “됐다고 해라, 일 바빠 죽겠는데 타부서의 일? 지금도 머리털 다 빠질만큼 힘들다”, “당장 감사노트 쓰라고 받았을 때부터 욕부터 나오더라. 감사할 것이 없는데 뭘 써달란건가 싶어서”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병원 전화 녹음’, ‘정확한 출퇴근시간 조성’ 등 제안

간호사들은 병원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병원 전화 녹음’ 및 ‘간호파트 의견 반영’, ‘정확한 출퇴근시간 만들어주기’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간호사는 “전화 노티(notify, notification : 환자 상태에 대한 보고나 연락) 할 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고 쌍욕하는 의사들이 있다”며 “노티할 때 녹음된다고 안내방송 나가면 의사가 험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파트별 간담회 하면 간호파트 의견은 다 무시당한다”며 “(회의 결과가 나오면) 다른 파트 일을 간호사가 떠맡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문제 해결 대안으로는 ‘정확한 출퇴근시간 만들어주기’를 제안했다.

그는 “간호사들은 하이파이브 안해도 활기차다”며 “우린 끊임없이 종종거리며 바쁘게 돌아다닌다.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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