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쫓기는 의사들-②] “대학병원 나와서 직접 개원해보니”
[빚에 쫓기는 의사들-②] “대학병원 나와서 직접 개원해보니”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3.05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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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전문직종 중 하나가 의사다. 하지만 적정수가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수가 정책이 결국 의료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항변이다. 이런 의사들을 두고 국민들은 ‘의료계가 자기들 배만 불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개원의들의 상황이 어떤지 취재했다. 

[빚에 쫓기는 의사들-①] 병원문 닫는 순간 빚쟁이 전락

[빚에 쫓기는 의사들-②] “대학병원 나와서 직접 개원해보니”

개원가 클리닉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동네병원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나왔는데, 내가 직접 차려도 잘 될 줄 알았다.”

얼마전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하다가 최근 서울 일대에 조그마하게 병원을 차린 A 개원의는 “의료 쪽은 바닥이 워낙 좁아서 구체적인 정보가 나가는 것은 조금 꺼려진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접 차려도 정말 잘 될 줄 알았다. 대학병원에 있을 땐 쉴 틈 없이 환자를 봤다. (근데 지금은) 내가 세상물정을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가 들쭉날쭉하다. 어느 날은 조금 있다가도 어떤 날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엔 밑에 있는 약국에서 올라왔다. 약을 지으러 환자가 가지 않으니까 혹시 휴진인가 하고 올라와 본 거다. 개원해서 나와 보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A 개원의는 최근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병원은 의사가 환자 진료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개원을 하면 직원 월급, 임대료, 의료보험 심사, 재료, 병원 환경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다. 

그는 “신경써야 할 부분은 많은데 저수가에 환자도 많지 않다. 병원을 개원할 때 비용과 직원들 월급, 또 내가 생활할 비용들까지 거의 매일이 마이너스”라며 “빚이 줄지 않으니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가면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에 진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는 모든 것 직접 챙겨야"

대한의원협회 좌훈정 부회장은 “대학병원에서 명성이 엄청 높은 경우 환자들이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개원의들은 이런데서 많은 괴리감이 든다”고 말했다.

좌 부회장에 따르면 대학병원 교수가 개원 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시스템 적응이다.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는 것과 개원가로 일하는 것은 비교가 안될 만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병원은 진료실에도 여러 스태프, 간호인력 등 보조인력들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굉장히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매출도 대학병원에서는 한쪽에서 부족하면 다른 한쪽에서 메울 수 있지만, 의원의 경우 개원의가 다해야 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료보험심사 같은 경우도 심평원에서는 아니라고 계속 부인을 하지만 실제로 보면 대학병원과 일반의원들을 차별해서 심사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인정받는 것들이 일반의원에서는 삭감 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적응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의 덫에 빠진 개원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무장병원의 덫에 빠져 빚더미에 오르거나 회생 불가 상황에 놓이는 의사들도 있다.

좌 부회장은 “사무장병원인 줄 알고 들어간 의사들도 있는 반면 선의의 피해자들도 있다”며 “지인의 소개로 병원을 개설했다가 벌금폭탄을 맞는 안타까운 경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선배 의사가 권유하는 거다. ‘나 은퇴할 건데 혹은 자리를 옮길 건데 와서 개설하고 운영해볼래?’해서 개설하고 나면 그 병원이 선배 의사의 것이 아니라 사무장병원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모든 법적인 책임을 내가 다 져야 한다. 개설 자체도 문제가 되고 원인이 어찌됐건 이렇게 해서 진료를 시작하면 총 진료비 자체가 허위부당이 되는 거다. 예를 들어 1년 매출이 1억이 나왔다. 그럼 환수를 몇 배 당한다. 근데 10억, 20억 되면 그걸 어떻게 개인이 갚아 나갈 수 있겠나.”

좌 부회장은 “환수를 당하게 되면 일을 할 수 있고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당연히 폐업이 된다. 환수 조치를 당한 의사는 불법에 가담했다고 해서 회생 신청도 굉장히 힘들다”며 “집에 재력이 있다면 몰라도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심한 경우는 이혼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최악의 경우 또 사무장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왜냐면 거기선 돈을 주니까. 불법적인 문제로 의료법상 많은 금액을 환수당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불법행위에 가담할 가능성이 커지고 유혹도 많아진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신중하게 잘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좌 부회장은 의사가 될 후배들에게 “봉직의 경우라도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면 부당청구, 허위청구, 의료법위반행위, 허위광고, 환자 유인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나는 봉직이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특히 일반의의 경우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한 관계라 해도 동업은 신중해야"

동업으로 잘된 사람들도 많지만 법적인 지식 부족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다 한순간에 빚을 떠안게 된 의사들도 있다.

첫 개원을 동업으로 시작한 전문의 B씨가 그랬다. B씨는 친한 선배가 동업을 제안해와 흔쾌히 수락했다. B씨는 “친한 관계에 무슨 계약서 작성이 필요하겠나 싶어 작성하지 않았지만, 개원 후 내가 처음 제안받았던 조건과 달라 위약금 아닌 위약금을 물고 나왔다”며 “병원에서 일을 해도 됐지만 이미 신뢰관계가 깨진 터라 물어주고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페이 닥터로 일하고 있는 B씨는 빚을 갚고 경험을 쌓은 뒤 단독 개원을 할 계획이다. 

“동업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사례를 포함해 굉장히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다. 남과 남이 만나서 동업을 하는 것은 신뢰도 중요하지만 계약 즉 문서작업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사소한 다툼이 없는데, 친한 사람 간에 이 부분이 미흡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변호사를 고용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분쟁 가능성이 적다.”

좌 부회장은 개원을 계획하고 있는 후배 의사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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