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는 30년 뒤 암에 걸립니다”
“당신의 아이는 30년 뒤 암에 걸립니다”
진짜일까? ... 전문가들 "믿지 못할 가짜뉴스, 사회적 파국 불가피"

안젤리나 졸리, 유전자 검사 이후 유방절제 ... 후폭풍 거세

미국 정부, 상업적 검사 규제 ... 한국 정부, 뒤늦게 상업화 부추겨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9.02.28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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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당신의 아이는 30년 뒤에 암에 걸립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아이의 DNA에서 암 유전자가 발견됐습니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이 같은 일이 질병예측 기술의 발달로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유전자 검사 항목을 질병까지 확대하는 실증특례가 담긴 규제 샌드박스 1호를 발표했다. 이어 14일에는 보건복지부가 DTC 유전자 검사항목 확대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검사 서비스의 질관리를 수행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전체에는 개인의 생체 정보가 담겨있는 만큼 관련 규제나 감시기구 등이 마련된 상황에서 차근차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과 신영전 교수는 “인간존엄과 관련한 문제”라며 “환자의 유전자, 질병정보라는 마지막 정보를 영리 기업이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해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DTC 유전자 검사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진영의 목소리는 이렇다. 

 

유전자 검사의 상업화가 이뤄지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전자 검사의 상업화가 이뤄지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염려증·사회적 불안감 ↑

우선 유전자 검사가 의료기관을 넘어서 비의료기관까지 확대되면 건강염려증 및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3년 뒤 폐암에 걸릴 것이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에 A씨는 현재 폐암으로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 모든 것이 폐암이라고 생각하는 건강염려증에 시다릴 수 있다.

이런 일도 예측해 볼 수 있다. B라는 사람이 알츠하이머와 같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소식에 B씨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은 언젠가는 치매가 발병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급기야 B씨는 치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게 해준 부모를 원망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불안감은 결국 기업들의 상업적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기반해 맞춤형 식단이나 건강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이런 서비스들은 입증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DTC 업체 난립과 규제완화는 직접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측면에서 이전에 줄기세포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관련 산업 전체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3앤미(23andMe),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 내비지닉스(Navigenics)와 같은 유전자 분석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받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개인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를 계량적으로 확인해주고 이를 통해 식생활, 운동, 생활습관 등을 조절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검사 정확도·해석 합리성 결여

뿐만아니라, 현재 이뤄지고 있는 유전자 검사는 100% 정확하지 않고 해석에 대한 합리성도 결여됐다는 사실이다.

200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는 유전자 분석기업 23앤미(23andMe)와 내비지닉스(Navigenics)가 각각 여러 사람에 대해 진행한 유전자 분석결과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비교·분석한 내용이 실려 있다.

논문을 게재한 연구진은 3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 샘플을 각 두 회사의 유전자 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유방암, 대장암, 류마티스 관절염, 제2형 당뇨병 등 13개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계산했을 때 분석결과가 일치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4개의 질병에 대해서는 5명에 대한 분석결과가 일치했으나 7가지 병은 절반 이상이 불일치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두 회사의 유전자 검사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서로 다른 가이드 라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와 해석의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심각한 신체적 위해 가능성 ↑

또 하나, 제대로 된 전문가가 피검사자에게 객관적으로 조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업적 검사가 확대된다면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있다. 그는 미국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환자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시기에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안젤리나 졸리는 BRCA1과 BRCA2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BRCA1은 고장난 DNA를 수리하는 암 억제 유전자 중 하나다. BRCA2와 함께 DNA의 양가닥 절단(double-stranded break)의 수선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1 혹은 BRCA2에 변이를 갖고 있을 경우 유방암,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안젤리나 졸리는 암을 진단 받지는 않았으나 예방적 차원에서 양쪽의 유방 및 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졸리처럼 BRCA1/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여성들의 상당수가 성형클리닉에서 유방 절제수술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관련 학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질병이 100%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유전자 변이가 없더라도 암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상업적 검사 허용으로 필요치 않은 수술적 처치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신체적 위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업적 검사 허용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유전자 결정론 확산 우려 ... 치료효과도 의문

상업적 유전자 검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는 유전자 결정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체 게놈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 유전자가 단일유전자 질환 등에만 주요한 영향을 주며 만성질환, 암, 노인성 질환 등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도 영향을 줬다.

2001년 게놈 프로젝트 초안이 발표된 후 발표자는 “우리는 유전자 결정론의 관점이 옳다는 것을 보여줄 충분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도리어 이 프로젝트는 유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고 있다. 인간 유전자의 개수가 예상했던 8~10만개 보다 훨씬 적은 3만 개 내외로 밝혀졌으며, 이는 벌레인 선충과 비교해 불과 1만개가 더 많을 뿐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부위를 정상 유전자로 갈아 끼우는 유전자 치료 효과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90년 공식적으로 유전자 치료가 시작된 이래 현재 세계적으로 약 500건 이상의 포로토콜이 진행돼 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결국 ‘단 한번의 DNA로 아이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유전자 검사 바이오 벤처 기업의 광고는 가짜뉴스가 되는 셈이다.  

 

유전자 정보, 기업간 돈벌이 수단 전락

더 심각한 것은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가 상업화 되면 유전자 정보가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23앤드미는 제넥텍(Genentech)에 6000만 달러(한화 약 671억원)를 받고 파킨슨 환자 3000명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또 2018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23앤드미에 3억 달러(한화 약 3350억원)를 투자하고 4년간 독점적으로 23앤드미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수행한 바 있다.

미국은 히파(Hippa)법에 의해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가 진료고객의 질병, 각종 치료데이터 등의 의료데이터를 제 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23앤드미는 의료기관이 아닌 점을 악용해 개인정보를 글로벌 제약회사에 제공할 수 있었다.

학계와 시민사회 측은 “유전자 업체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초기에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집중한다”며 “만약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 영리적으로 유전정보를 사고파는 일이 벌어진다면 관련 규제가 부실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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