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유전자 검사 허용 새로운 화약고 되나?
DTC 유전자 검사 허용 새로운 화약고 되나?
정부·업계 “관련 산업 성장 발판 마련 …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
학계·시민단체 등 “의학적 근거 없어 … 잘못된 건강 증진 유도”
  • 박정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2.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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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최근 정부가 DTC 유전자 검사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업계와 학계·시민사회 간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과 14일 각각 DTC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실증 특례를 부여하고,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관련 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면 암·고혈압·뇌졸중을 비롯해 가족력이 있는 질병 등 다양한 분야의 질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학계와 시민사회 측은 DTC 유전자 검사의 의학적 유효성은 불확실하며, 검사의 오남용으로 오히려 국민 건강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 정부, DTC 유전자 검사 규제완화에 속도

DTC(Direct-to-Consumer)란 소비자가 관련 업체나 기관에 직접 자신의 타액이나 혈액 등을 제공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의료기관 방문 없이 집에서 편하게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사용 방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석 결과도 우편 또는 이메일 등으로 쉽게 받아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DTC 유전자 분석 확대 허용을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질병 분야가 실증 특례를 받았다.

이에 기존 12개 분야와 함께 ▲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 ▲고혈압 ▲2형당뇨병 ▲뇌졸중 ▲골관절염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황반변성 ▲파킨슨병 등 13개 항목이 새롭게 DTC 서비스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 12개 분야는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등이었다.

유전자 검사항목의 확대에 앞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복지부는 지난 14일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 인증제를 마련하고 인증제 시행 전 시범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추진계획 마련 및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기존 허용 12개 항목 및 46개 유전자 외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유전자전문위원회에서 검토를 거쳐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된 웰니스 위주 57개 항목이 검사대상 항목으로 허용돼 시범사업에 적용된다.

 

DTC 유전자 검사 완화를 두고 업계와 시민사회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DTC 유전자 검사 완화를 두고 업계와 시민사회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업계 “성장 발판 마련 … 국민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어”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자 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유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15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유전체를 활용한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일자리가 확대되는 등 우리나라 경제 활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TC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면 암·고혈압·뇌졸중을 비롯해 가족력이 있는 질병 등 다양한 분야의 질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대감과 함께 좀 더 폭넓은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국의 경우 암과 치매 검사에도 DTC 유전자 검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나 한국은 검사범위가 제한돼 있다.

그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제공하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따라가려면 지금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전자 분석을 이용한 질병예방과 정밀의료 세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검사 항목을 늘리는 등 좀 더 폭넓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학계·시민단체 등 “의학적 근거·안전장치 없어”

업계의 희망 섞인 관측과 달리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국민의 건강과 윤리가 우선시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양의대 예방의학과 신영전 교수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규제완화는 사실상 정부가 유전자 검사 및 의료 영리화를 시행해 나가겠다는 물꼬를 트는 작업”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질병 분야 연구를 허용한 것은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최종 심의기관이자 법령상 생명 관련해선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앞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DTC 유전자 검사 대상 항목 확대 안건을 부결했으며, 국민 일반의 참여와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친 후 시범사업을 할 것을 권고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 교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를 허용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의 전면 확대와 영리화가 결합해 만들어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현재는 작은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앞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주요 이슈로 자리할 수 있으므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의료인단체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측은 성명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의료인단체연합은 “확대된 유전체 분석대상이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이는 국민건강을 대상으로 위험한 장난질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검사와 그것을 근거로 하는 서비스는 그 자체로 자원의 낭비며, 잘못된 건강증진 서비스를 유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민건강과 생명보다 산업발전이 우선시되는 행태가 우려된다”며 DTC 유전자 검사 실증 특례 철회를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 의원은 논평을 통해 “산업부는 질병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는 연구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진행하는 연구를 산업화해 이윤을 내고자 하는 것이 민간기업의 기본 속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경제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규제완화의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보건의료 분야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과학적 근거와 안정성이 확보된 기존 규제를 삭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했던 정책들이 과학적 근거와 최소한의 안전성 확보 없이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보완 없이 질병에 대한 진단 분야로 확대할 경우 국민 불안감을 부추겨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과도하게 집적되는 개인 유전자 정보의 유출, 제약·의료기기 등 산업계와 민간보험사 정보 활용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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