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항암제 진화 시계 … 韓기업 틈새 공략
빨라지는 항암제 진화 시계 … 韓기업 틈새 공략
차세대 치료제, 부작용 없고 암세포 선택적 사멸
대사항암제·항암바이러스제·이중항체항암제 각광
국내 바이오벤처 등 선두권 싸움 … '퍼스트무버' 기대감 ↑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1.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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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항암제 개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년 전 등장한 3세대 항암제에 관한 연구가 여전히 한창인 가운데 벌써 4세대 항암제가 거론될 정도다. 특히 과거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약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 강자들보다 혁신성을 앞세운 벤처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추세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 중 상당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로 국내 벤처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 물질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는 이들 기업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950년대 1세대 화학독성항암제의 등장으로부터 약 40여년 뒤인 1997년,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가 최초의 2세대 표적항암제 '맙테라(리툭시맙)'를 선보이면서 환자들은 기존 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에서 다소 해방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를 시작으로 등장한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등 3세대 면역항암제는 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환자들은 기존 항암제의 고통스러운 부작용으부터 완전히 벗어나 항암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됐고 반응률이 높을 경우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이 낮은 게 단점이다.

면역항암제의 등장 이후 제약사들은 몸에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기전의 항암제 개발을 서둘렀고, 그 결과 현재 대사항암제, 항암바이러스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약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 중 상당수가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 중 상당수가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암세포 굶겨 죽이는 '대사항암제' … 선두 주자는 ‘하임바이오’ 

대사항암제는 암세포가 기본 대사과정인 성장, 노화, 사멸을 거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약물이다.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항암제로, 암세포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을 끊어버리는 기전이다. 전 세계 암 전문가 3만2000여명이 집결한 '미국암학회'(AACR)에서 기존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항암제가 될 것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벤처기업인 하임바이오가 대사항암제 신약후보 물질 'NYH817100'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신약후보 물질에는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재호·강석구 교수가 공동 개발한 폐암·위암·뇌종양 항암제 기술과 국립암센터 췌장암 치료제 개발팀이 개발한 암 대사조절 항암제 기술 등이 적용됐다.
 
현재는 개발된 2가지 단일제의 복합제로서 제형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각 물질을 안정화하는 방법과 약효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화학적 접근법도 연구 중이다.

4세대 대사항암치료제는 하임바이오 외에 미국 샌디에이고 스타트업 엔리브이움, MD앤더슨 암센터, 하버드대병원 등이 개발하고 있으며 그중 하임바이오가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치솟는 '항암바이러스제'
몸값 치솟는 '항암바이러스제'

몸값 치솟는 '항암바이러스제' … 韓 기대주 ‘신라젠’

항암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암세포에 투입한 뒤 이를 증식시켜 암세포를 터뜨리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평소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던 체내 면역세포들은 바이러스를 품은 암세포를 공격하면서 암을 치료한다. 암세포 공격에 참여했던 면역세포들은 이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암이 재발하면 다시 공격하는 방식이어서 암 예방 효과도 있다.

현재 판매 중인 항암바이러스제는 다국적제약사 암젠의 '임리직'(티벡)이 유일하지만, 바이럴리틱스의 '카바탁', 턴스톤의 'MG1MA3', DNA트릭스의 'DNX-2401' 등 다수 약물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머지않아 시판되는 제품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항암바이러스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다.

존슨앤존슨은 지난해 5월 미국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개발사 베네비르(BeneVir)를 10억달러(약 1조78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머크가 호주 항암바이러스제 개발사 바이럴리틱스(Viralytics)를 3억9400만달러(약 4250억원)에 인수했으며 애브비도 지난 2017년 10월 미국 바이오기업 턴스톤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항암바이러스 물질의 독점권을 확보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제 '펙사벡'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천연두 백신으로 사용되었던 Wyeth 균주의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펙사벡'은 간암 대상 임상 2a상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의 종양이 완전관해(CR) 되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현재 미국, 한국, 중국, 유럽 등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열리는 암학회에서 해당 임상시험의 일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펜탐바디(이중항체) 항암제 컨셉 (출처 : 한미약품)
펜탐바디(이중항체) 항암제 컨셉 (출처 : 한미약품)

 

이중항체로 면역항암제 효과 극대화 … ABL바이오·한미약품 등 두각 

이중항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로 자연계에는 없는 인공적인 항체다. 두 개의 단백질을 가깝게 연결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들이 입증되면서 '차세대 항체'라고 불리고 있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는 하나의 항체가 암의 서로 다른 2개 항원에 작용한다. 이중항체 항암제 1개 제품으로 2개 약물을 병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병용투여 시도에 한계가 없듯이 이중항체 개발에도 한계가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벤처기업인 ABL바이오를 비롯해 한미약품 종근당 등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ABL바이오는 창립한 지 34개월만에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23개 확보한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사의 이중항체 신약후보 물질 'NOV-1501(ABL001)'을 5억9500만달러(약 6600억원)에 미국 트리거세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이 물질은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새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와 델타유사 리간드4를 동시에 표적 삼아 암 조직 내 혈관 형성을 억제하고 항종양 작용을 한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의 이중항체 플랫폼 '팬탐바디'를 이용해 ▲BH2941 ▲BH2954 ▲BH2950 등 3가지 신약후보 물질을 도출해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월 ABL바이오와 신규 면역항암 기전의 이중항체 신약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CKD-702'를 개발하고 있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동시에 억제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 수를 감소시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세대 항암제 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규모를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독식했던 과거와 달리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부터 바이오 벤처기업까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시장 선점 기업이 없거나 드문 상황이어서 혁신성을 앞세운 국내 벤처 및 제약 기업들이 '퍼스트무버' 지위를 획득할 경우 시장을 견인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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