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제조소 실사 법제화 … 제2의 발사르탄 사태 막을 수 있을까
해외제조소 실사 법제화 … 제2의 발사르탄 사태 막을 수 있을까
식약처 "수입 중지 등 행정처분 근거 마련 … 해외 제조소 체계적 관리 가능"
예산·인력 부족으로 실사 건수 나날이 감소 … 연간 실사, 전체의 1% 수준
제약업계 "예산·인력 대폭 늘리지 않으면 사전 예방 어려울 것"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1.07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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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지난해 있었던 고혈압약 원료(발사르탄) 불순물 검출사건을 교훈 삼아 원료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 (그 일환으로) 해외 원료 제조공장에 대해 현지실사와 등록제를 시행할 것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지난해 보건의료계를 뒤흔들었던 '발사르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식약처가 내놓은 후속 대책이다. 

2년여 동안 국회에서 잠자던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외 제조소 현지실사와 등록제를 시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안을 바탕으로 해외 제조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그 일환으로 지난달 11일 의약품 해외 제조소 등록과 현지실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개정·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수입자는 해외제조소(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를 하는 해외에 소재하는 시설)의 명칭과 소재지 등을 식약처에 등록해야 하고 변경이 있을 때는 변경등록을 해야 한다.

수입되는 의약품의 위해방지를 위해 현지실사가 필요하거나, 국내·외에서 수집된 수입의약품 등의 안전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외 제조소에 대한 현지실사를 할 수 있다.

해외 제조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식약처의 현지실사를 거부하거나, 현지실사 결과 수입의약품 등에 위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해외제조소의 의약품에 대해 수입 중단, 검사 명령, 시정 등을 요청하거나 해외 제조소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판매중지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NDMA 기준 만족이 확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정개선 등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식약처 측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기존과 다른 점 있나 … "수입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 근거 마련한 것에 의미"

식약처는 이번 개정안이 공포되기 전에도 매년 해외 제조소 실사를 해왔다. 해외 제조소 등록의 경우, DMF(Drug Master File) 제도에 따라 원료의약품을 등록할 때 제조 국가와 제조소 소재지를 함께 기재토록 해왔다.

절차나 방식이 바뀌었으나 업무적으로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볼 때 행정처분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해외 실사를 강제적으로 할 수 있고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라며 "해당 제조소가 실사를 거부하더라도 (기존에는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없었으나) 수입 중지 등의 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행이 올해 12월12일부터라 하위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사 비용의 경우 품목허가에 필요한 사전 실사가 아닌 허가 후에 이뤄지는 사후 실사여서 수익자부담이 아닌 식약처 예산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 시행이 1년여 남은 만큼 세부안이 나와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 해외 제조소 등록과 관련해서는 "기존에는 제품 허가 시 (해외 제조소가) 제조원으로서 기재됐을 뿐이다. 등록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해외 제조소 등록 근거는 이번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은 시스템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등록 사항에 변경이 있는 경우 변경 등록을 통해 관리도 할 수 있다"며 "기존에도 제조원이 완전히 바뀌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기재 내용을 변경하도록 했으나, 등록제를 시행하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사 인력·예산 부족 … 해외 제조소 실사 건수 오히려 감소

식약처는 이번 개정으로 해외 원료 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제약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실사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인력이나 예산이 늘지 않는 이상 실사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해외 제조소에 실사를 나가지 못하면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해 초 열린 '2018년도 의약품 제조·유통관리 및 GMP 정책설명회'에서 "해외 제조소 13개소에 대한 현지실사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목표였던 20개소보다 7곳이나 줄어든 것이다. 

식품의 경우 해외 제조소 실사 건수가 지난 2013년 183개소에서 2017년 406개소로 늘어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지난해 1억원이었던 해외 제조소 실사 예산을 3억원으로 늘리고 대상을 2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 식약처에 등록된 전체 해외 제조소 수(1760곳, 2015년 기준)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미국 FDA는 지난 2015년께 다양한 품질관련 부서들을 모아 약 1000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퀄리티 오피스(quality office)를 만들었으며, 이 중 많은 수가 해외 제조소 실사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GMP·GCP·GVP 등을 담당하는 6개 과로 구성된 하나의 실사국을 만든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의약품을 최초 허가할 때 시행하는 GMP 실태조사 이후에는 해외 제조소 실사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위해요소가 발견되거나 의심돼도 약사감시에 제한이 있었다"며 "이번 약사법 개정으로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됐으나, 실사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발사르탄 사태때처럼 일이 벌어진 뒤 실사를 나가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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