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 교수 피살 “꿈이었으면 좋겠다” ... 추모 물결 확산
임세원 교수 피살 “꿈이었으면 좋겠다” ... 추모 물결 확산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1.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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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에 대한 추모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일과 2일 이틀에 걸친 성명을 통해 “고인은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며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라고 추모했다.

이어 “너무나 슬프다. 이 슬픔은 조만간 화로 바뀔 것”이라며 “다만 그 화의 에너지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고 고인의 유지를 이어갈 수 있는데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인의 동생이 정리한 유족의 입장도 전했다.

유가족은 신경정신의학회를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달라.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이 두 가지가 고인의 유지(有志)라고 생각하며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권준수 현 이사장(서울대병원)과 박용천 차기 이사장(한양대병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 학회 홈페이지에 추모의 공간을 개설하고 전 회원이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새해 전날 비극적인일 벌어져 황망하고 안타깝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새해 전날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 황망하고 안타깝다.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등 병원 전반에서 의료인이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며 “병원 내 폭력 근절은 의사 안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환경을 위한 것으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극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 다 해 나갈 것”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2일 성명을 통해 “고인의 죽음 앞에서 남아 있는 의사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삼키고 있다”며 “고인을 생전에 만나보지도 못했던 의사들의 마음도 이렇게 찢어지는데, 유가족과 동료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은 지금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세상에는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죽어도 되는 사람도 없다. 하물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기에 더욱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병협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어야만 보다 많은 환자들이 살아날 수 있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협의회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또 남겨진 가족들과 동료 선생님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고인의 추모에 함께 하겠다. 그리고 故 임세원 교수님을 기억하며, 고통 없이 영면하시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적 소식, 무섭고 두렵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도 2일 SNS를 통해 “새해부터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수련하고 있는 한명의 전공의로서 스승을 잃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무섭고 두렵다. 만약 (내가) 환자와 둘만 있는 외래진료실 안에서 환자가 흉기를 꺼내 공격하는 상황이 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응급벨을 눌렀다면 괜찮았을까. 내가 아닌 간호사나 직원들, 다른 환자를 공격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공을 택했을 때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지인들은 환자로 인해 위험한 일이 초래하지 않을지 늘 걱정했지만 잘못된 편견을 갖는 사회인식이 싫었다”며 “의사와 환자간 치료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고 수련했는데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환자에 의한 폭행 차단 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돼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2일 성명을 통해 “의료현장의 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상도 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 뿐만 아니라 진료실, 병실, 수납창구 등 병원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고,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사와 의료기사, 원무과 직원 등 병원내 직원 다수가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 9620명 중 폭행 경험자는 3248명으로 11%에 이르렀고, 폭행 경험 중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이들은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참고 넘겼다’가 6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행에 노출돼 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일하는 의료현장에서 환자에 의한 폭행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환자·보호자의 위협과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 의사자 지정해달라”

대한의원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기어코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는 비극이 발생하고야 말았다”며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의원협회는 2가지 법안을 요구했다. 진료실 의료진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법 개정안과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정신건강법 개정이다.

의원협회는 “이번 사건은 사망사건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응급실 외 일반 진료실도 확대 적용하고, 위험이 예상되는 진료 환경에서 의료진이 경찰관 등 안전요원의 입회나 흉기 소지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정신건강법 개정에 대해선 “많은 정신과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면서, 행정편의적으로 법이 만들어져 보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환자의 입원과 지역사회의 추후 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병원과 거리에서 묻지마 식으로 남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건은 역설적으로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런 편견은 정신과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고 환자의 인권을 더욱더 깎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현실적인 정신건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의원협회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동료를 먼저 살폈던 의인이라며 고인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요청했다.

 

“꿈이 었으면 좋겠다”

추모 물결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는 한 네티즌은 “제가 한참 힘들었을 때 저를 보듬어 주시던 주치의 선생님”이라며 “사실이라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슬퍼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도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임 교수의 피살 소식에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이 많았다.   

강북삼성병원 의사 피살 사고가 발생한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 사건에 관련한 의료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일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 구비해달라”는 내용의 이 청원은 2일 오후 3시 현재 3만6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임세원 교수, 구랍 31일 진료 중 피살로 사망

한편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5분께 정신과 진료 상담을 하던 중 환자 박모 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임 교수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간호사들을 대피시키는 등 동료들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다 정작 자신은 피하지 못하고 불행한 사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 폐쇄회로(CCTV)는 박 씨가 진료실에 들어간 후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미리 준비해 둔 33cm 길이의 칼을 임 교수에게 휘둘렀으며, 진료실 밖으로 뛰쳐나온 임 교수의 뒤를 쫓아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평소 임 교수는 직장인이 앓고 있는 우울증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헌신해 왔다. 또 일련의 연구들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16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판하는 등 한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진정한 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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