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은 미국식 지불제도”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은 미국식 지불제도”
바른의료연구소, 성명 발표 … “의료계에 책임 떠넘기는 것”
“대한의사협회, 정부 의도 파악해 강력히 대처해야”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9.01.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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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정부가 2018년 12월 말에 제시한 ‘가치에 기반한(value-based) 심사·평가체계’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일 뿐만 아니라 행위별수가제를 미국식 가치기반 지불제로 대체하기 위한 개편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제시한 가치에 기반한 심사·평가체계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Value-based Purchasing, VBP) ▲묶음 지불제(Bundled Payment)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Episode-based Payment) 등의 포괄적 지불제로 전환하기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개편안에 담긴 정부의 의도를 파악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심사체계 개편의 기본 프레임. (표=바른의료연구소)
심사체계 개편의 기본 프레임. (표=바른의료연구소)

앞서 복지부는 2018년 12월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가치에 기반한(value-based) 심사·평가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보고에는 향후 5년여에 걸쳐 현재의 청구 건별 심사·평가체계를 ▲환자 중심 ▲의학적 타당성 중심 ▲참여적 운영방식 중심 ▲질 향상 중심의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로 전면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현재 건별로 분절적으로 판단하는 심사방식을 환자 중심의 에피소드 단위로 개편하고 주요 진료정보를 지표화해 청구현황, 기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분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개편안을 두고 연구소는 “미국식 가치기반 지불제로 전환하려는 단계 중 하나”라면서 의사들에게 재정절감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 향후 의료계를 옥죌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

연구소는 복지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진료량·진료비용 통제 중심의 심사기법이며, 행위별 수가제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방법”이라면서 “지불제도를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행위별수가제는 의료공급자가 환자진료에 제공한 모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면 심평원은 심사기준에 따라 삭감과 조정을 한 후 의료공급자에게 진료비를 지급한다. 또 적정성 평가 등으로 의료의 질을 평가해 우수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즉 행위별수가제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는 경우의 심사·평가체계는 청구 건별 심사·평가체계로 적절하다.

하지만 ▲가치기반 지불 ▲묶음 지불제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는 환자, 질환, 항목 등 환자중심 에피소드 단위에 따라 치료 시작부터 회복기까지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다. 이에 비용 대비 질과 치료결과를 평가해 사전에 책정한 진료비를 가감하다보니 청구 건별 심사·평가체계가 부적절하다.

연구소는 “처음에는 각 에피소드별 진료비를 행위별 수가에 준하면서 성과에 따른 가감지급만을 할 것이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에피소드별 비용과 질, 치료결과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하면 복지부는 각 에피소드별로 지불액을 사전에 결정해 초과 수입의 수익 배분과 초과 비용의 손실 분담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가치기반 지불제 전환=총액계약제 도입 시사

복지부가 내놓은 가치기반 지불제로의 전환은 결국 총액계약제를 최종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연구소는 “가치기반 지불제로의 전환은 의사들에게 재정절감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길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치기반 지불제의 정착은 총액계약제로의 이행을 아주 쉽게 만들 것이다”라며 “오래 전부터 정부와 관변학자들이 그려온 큰 그림이 완성되려는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대로 지불제도 개편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향후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개혁방향. (자료=강희정(2015). 환자중심 가치기반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급자 지불방식 개편 방향.)
향후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개혁방향. (자료=강희정(2015). 환자중심 가치기반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급자 지불방식 개편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 강희정 연구위원이 작성한 ‘가치 향상과 의료 혁신을 위한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방향’ 보고서에는 행위별수가제를 가치 기반 지불제로 점진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장·단기적 전략이 담겨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외래에서 행위별수가제를 기초로 성과연동지불제(P4P)를 활용한 질 기반 지불제도 확대 ▲관절치환술 등 일부 시술에 대해 통합지불방식(묶음지불제) 도입 ▲입원서비스는 질 기반 지불과 함께 신포괄수가제 비중 확대라고 쓰여 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과 결과에 대한 공급자의 책무성과 지불 보상의 관련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는 단계 ▲통합 지불은 대상뿐 아니라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적혀있다.

연구소는 “연구결과에서 밝힌 대로 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과 결과에 대한 공급자의 책무성과 지불 보상의 관련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고, 통합 지불은 대상뿐 아니라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라며 “결국 환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통합하는 수준의 확대는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을 완성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의협은 우왕좌왕… 강력히 대처해야”

연구소는 향후 의료계를 옥죌 수 있는 정부의 개편안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협은 지난 9월 경향심사를 이유로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를 중도퇴장하고 반대기자회견을 냈지만 이후 소위원회에는 참여한 바 있다. 그러다가 사회적 논의기구에 비전문가인 가입자,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협의체에 불참을 선언하고 백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의협의 행태를 보면 아마추어 회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의협이라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결국 구렁텅이로 떨어질 날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의협이 이번 개편안에 담긴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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