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알파고 시대 온다 … 'AI' 도입 늦을수록 '손해'
신약 알파고 시대 온다 … 'AI' 도입 늦을수록 '손해'
[신년기획-신약개발, 전략이 필요하다(中)]
15년간 1조 이상 투자해야 글로벌 신약 1개
AI, 비용·시간 대폭 줄여, 신약개발 패러다임 변화 조짐
SK바이오팜 등 AI 가동 … 다국적 제약사와 격차 커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1.0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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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산업의 굴기(崛起)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8년 한해 이뤄낸 대형 기술수출은 11건에 달하고 계약 금액은 5조원에 육박했다. 신약 개발 기술이 '일취월장'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무장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더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상업화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겨야한다. 그러려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전략을 짚어보고 그 가능성을 들여다보았다. <편집자 주>

<상> '오픈이노베이션' 국내 제약사 맞춤형 전략
<중> 신약 알파고 시대 온다 … 'AI' 도입 늦을수록 '손해'
<하> 오리지널 부럽지 않은 바이오베터 … 가성비로 승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제대로된 글로벌 신약 한 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제약협회(PhMRA)와 Tufts CSDD(Center for the Study of Drug Development), BCG(Boston Consulting Group) 등에 따르면 실패비용, 기회비용, 세금공제 등을 합쳐 1~2조원의 비용과 10~1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한 해 매출과 맞먹는 금액을 10년 이상 쏟아부어야 글로벌 신약 1개가 탄생하는 셈이다. 

국산 신약 한 개를 개발하는 데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평균 430억원의 비용과 10.5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다만, 이는 글로벌 임상 등을 추진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 것으로, 글로벌 신약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대부분 혁신 신약이 아닌 유사 계열 신약인 데다가 글로벌 임상 자료가 부족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약이 거의 없었다.

현재 29호 국산 신약까지 등장했으나, 여전히 '베스트-인-클래스' 신약이 대부분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일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며 글로벌 혁신 신약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탓에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장기간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도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몇몇 상위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개량신약이나 내수용 '베스트-인-클래스' 신약에 개발이 치중돼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거론되고 있다. AI는 긴 신약 연구개발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평균 5년이 걸리는 후보물질 개발 기간이 최대 1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협약을 맺은 베네볼렌트의 AI는 수백만 건의 논문 등을 분석해 루게릭병 치료 신약후보 물질을 찾아낸 바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알아내지 못한 새로운 치료제를 AI는 일주일 만에 두 가지나 발견한 것이다.

AI는 신약개발 단계 가운데 주로 후보물질 발굴·전임상시험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자본이 부족해 자력으로 글로벌 상업화를 하는 대신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사들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신약개발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필수입니다. (신약 개발은) 실패 위험이 크고 오랜 개발 기간,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어려웠지만, 분석영역까지 확장된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여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폭넓게 연구개발 할 수 있습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이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도 AI를 활용하면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배 위원의 설명이다.

배 위원은 “1만4000개의 질병 중에서 겨우 5000개 질병만이 치료제가 있다. 질병이면서 치료제가 없는 질병이 9000개나 된다”며 향후 신약 개발 분야에서 AI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을 역설했다.

융합연구정책센터가 올해 초 발간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순영 연구원은 "AI를 활용하면 소수의 연구원만으로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여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며 "제약사가 약물을 개발하지 않고 라이센스 구매와 판매에만 주력하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여건이나, AI는 100만건 이상의 논문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400만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중 적합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새로운 연구가설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며, 분석 결과를 조직화하고 연구팀에 공유해 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눈치가 빠른 곳은 벌써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인 SK바이오팜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에 특화된 연구 데이터와 경험을 토대로 신약개발에 최적화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SK C&C와 사업계약을 맺고 플랫폼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SK C&C의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법을 통해 독자적인 AI 플랫폼이 탄생했다.

SK바이오팜 외에도 대웅제약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손잡고 AI 이용한 신약 개발 추진하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신테카바이오와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AI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 연구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지원과 약가 우대, 혁신형 제약기업 범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약산업육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AI를 활용하는 제약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은 이제 막 AI 걸음마를 뗀 단계이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AI 도입이 늦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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