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국내 제약사 맞춤형 전략
'오픈이노베이션' 국내 제약사 맞춤형 전략
[신년기획-신약개발, 전략이 필요하다(上)]
다양한 신약 '풀' … 저비용 고효율 기대
제약-벤처 신약개발 선순환 노려야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1.03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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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산업의 굴기(崛起)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8년 한해 이뤄낸 대형 기술수출은 11건에 달하고 계약 금액은 5조원에 육박했다. 신약 개발 기술이 '일취월장'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무장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더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상업화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겨야한다. 그러려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전략을 짚어보고 그 가능성을 들여다보았다. <편집자 주>

<상> '오픈이노베이션' 국내 제약사 맞춤형 전략
<중> 신약 알파고 시대 온다 … 'AI' 도입 늦을수록 '손해'
<하> 오리지널 부럽지 않은 바이오베터 … 가성비로 승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지난 11월, 유한양행이 잭폿을 터뜨렸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 단계 신약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한 것. 전체 계약금액은 1조4000억원을 넘는다. 단일 품목 기준으로는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다. 도입약 비중이 매출의 50%가 넘고 내로라하는 자체 신약도 없는 기업이 대박을 터뜨린지라 놀라울 따름이다. 답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있었다.

개방형 혁신이라고도 불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은 다른 기업이나 학계 등으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혁신 방안을 말한다. 연구에서부터 상업화의 과정이 단일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과 달리 외부 기술이 내부로 도입되거나, 내부 기술이 외부의 경로를 통해 상업화되는 방식을 말한다.

글로벌 제약산업의 경우 1990년대 이래 R&D 비용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도 신약 승인 건수가 정체되고 있는 '연구개발 생산성 위기(R&D productivity crisis)'에 직면하고 있다. 개발 비용은 늘어나는데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양한 파트너와 신약 개발을 함께 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회사 내 R&D에서 탄생한 신약들이 최근 개방형 혁신을 통해서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의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집계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은 폐쇄형 혁신보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최종 승인받은 신약 중 폐쇄형 모델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11%(총 463개 신약후보 물질 중 51개가 신약 승인)인데 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34%(총 355개 신약후보 물질 중 119개가 신약 승인)로 더 높았다. 

 

지난 2014년 12개 글로벌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절반이 넘는 54%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되고 있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핫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역량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글로벌 제약사들보다 규모가 매우 작은 탓에 독자적으로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국내 제약업계 외부 투자 금액은 지난 2015년부턱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4년만 해도 269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제약업계 외부 투자 금액은 2015년 1606억원으로 6배 가까이 껑충 뛰었으며, 2016년에는 상위 10개 제약사 R&D 비용(9698억원)의 5분의 1 수준인 2197억원으로 늘었다.

 

최순규 유한양행 연구소장이 지난 3월 열린 '제1회 연구중심 제약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에서 발표한 '오픈 이노베이션 및 R&D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사 세 곳이 최근 10년 동안 오픈이노베이션에 투자한 금액은 3000억원 이상이다.

동아ST, GC녹십자, 부광약품, 한독 등은 최근 10년간 500억~1000억원, 안국약품, 종근당, 보령제약, LG화학 등은 10억~50억원을 투자해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술수출 잭폿을 터뜨린 사례는 국내 제약사와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의 동반성장 가능성을 제시해 국내 제약업계에 큰 여파를 남겼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 단계 신약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12억5500만달러(한화 1조4030억원)에 달한다.

'레이저티닙'은 국내 벤처기업인 오스코텍이 미국 보스턴에 있는 자회사 제노스코와 함께 3년여 동안 연구해 개발한 3세대 항암 신약후보 물질이다. 지난 2015년 유한양행이 15억원을 들여 기술수입했으며, 계약에 따라 이번 기술수출 수익의 40%를 가져가게 됐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지 불과 3년 만에 기술수출에 성공,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연구 중심 벤처 기업인 오스코텍은 새로운 신약 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의 R&D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개발 중인 신약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제약사일수록 R&D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는 만큼 중소제약사들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 제네릭 위주였던 국내 제약업계의 체질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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