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글로벌 제약사는 뭘 먹고 컸나?
[송년기획] 글로벌 제약사는 뭘 먹고 컸나?
한국 제약산업, 공룡기업에서 배워야 ... 끊임없는 R&D 투자 · 협업 생태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 안상준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12.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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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올해로 1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글로벌 '탑50위' 순위에 드는 기업이 1개도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향후 2~3년 후에 셀트리온이 50위권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있을 뿐이다. 

세계 제약시장을 주름잡는 ‘화이자’(미국)와 같은 다국적제약사는 끊임없는 혁신신약 개발과 기업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우리는 복제약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탓이 크다. 

특히 스위스에 본사를 둔 ‘로슈’라는 기업은 주로 암이나 에이즈(AIDS)같은 초고가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해 약을 복용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그러한 신약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성장과정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길을 배워보자.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슈그룹은 지난 1896년 설립된 이후 120여 년 동안 의약품 및 진단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슈그룹은 지난 1896년 설립된 이후 120여 년 동안 의약품 및 진단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로슈, '환자 중심주의' R&D 투자 ... 세계 3대 기업 위용 과시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슈 그룹은 지난 1896년 설립된 이후 120여 년 동안 의약품 및 진단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지난 1898년 감기 시럽 '시 롤링'과 1930년대 합성 비타민 '레더 손'의 성공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항암 화학요법제 등 합성의약품(난치병치료제) 연구개발에 주력해 왔다.

'환자를 위한 혁신'을 기업이념으로 하는 이 회사는 환자의 의학적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best-in-class, first-in-class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574억 달러(한화 약 64조6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존슨앤드존슨, 화이자와 함께 매출 기준 상위 3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위용을 자랑한다. 현재 23개의 FDA 선정 '혁신 치료제'와 30개의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을 보유하며 인류의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슈가 120여 년의 시간을 달려 현재의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바탕에는 '환자 중심주의'를 출발점으로 한 적극적인 'R&D 투자'가 있었다. 이 회사의 R&D 투자 규모는 제약업계 최대 규모로, 전체 매출의 약 20%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산업군을 통틀어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 1968년 최초의 R&D 센터인 로슈 분자생물학 연구소를 미국 너를 리에 설립한 로슈는 1969년 스위스 바젤에 세 명의 노벨상 수상 연구자를 배출한 '바젤 면역학 연구소'를 설립하며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02년 일본 주가이 제약과의 제휴협력 체결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중국 상해지역에 글로벌 제약기업 최초로 R&D 센터를 설립하며 유럽·미국·일본·중국 지역에 거점을 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09년에는 미국 최대 규모 바이오테크 기업 제넨텍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의 리더로 자리 잡으며 님블 벤, 벤타나 등 주요 진단기업 인수를 통해 진단 분야의 포트폴리오도 확대했다.

로슈 그룹 관계자는 "현재 로슈는 전 세계적으로 인류의 의학적 니즈가 크게 남아있는 암 치료 분야에서 리더로 부상하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주요 항암제 제품은 아바스틴(직결장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교모세포종,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신세포암 치료제), 허셉틴(유방암 치료제), 맙테라(혈액암 치료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1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환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해 우수한 의약품·치료제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지난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1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환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해 우수한 의약품·치료제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화이자 '협업 생태계' 기반 ... 글로벌 제약사 '우뚝'

지난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1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환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해 우수한 의약품 및 혁신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리더의 입지를 확고히 한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 175개 국가에 약 9만1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525억 달러(한화 약 6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는 효율적이고 전문화된 R&D 투자 및 혁신적 보건환경 조성에 기업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적인 핵심 역량 강화, 전략적인 파트너십 강화, 맞춤 의학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과 파이프라인 구축 등이 오늘날의 화이자를 만들어낸 동력이었다.  

화이자의 성장전략은 '협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협업 생태계는 제약 바이오 기업 및 학계, 환자 및 의료진, 재단, 정부 등과 함께 고도화된 네트워크를 이뤄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실제 화이자는 재능과 자원이 있다면 그것이 어디에 있든, 무엇이든 간에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창의성·유연성·개방성을 갖춘 혁신적 협업 생태계 모델을 위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또 맺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심혈관, 비뇨생식기, 전염병, 대사질환, 종양, 이식, 여성 건강, 위장관, 혈액, 염증, 신경과학, 통증, 백신 등 14가지 질병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이 회사는 대외 이노베이션 전략을 핵심으로 세계 대학병원, 정부 기관, 비영리단체, 기타 제약 및 바이오테크 기업 등과 새로운 R&D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치료 혁신 센터를 통해 다양한 대외 연구기관의 혁신적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효능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 진행 과정을 가속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화이자 관계자는 "화이자의 기업이념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화이자의 안전성·규제 관련 팀은 매년 평균적으로 규제 당국에 약 3만2000건에 이르는 제품의 승인 신청서, 승인 신청 관련 서류 및 허가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함으로써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제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매출 전체 1위에 오른 유한양행(1조4500억원)의 매출액은 글로벌 제약사(화이자 기준) 매출액의 약 2.4%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아직도 1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구한 역사가 더 부끄러운 한국의 제약산업

글로벌 제약사가 환자중심의 혁신 의약품 개발에 매진할 때 국내 제약기업들은 복제약을 개발해 오너의 부나 축적하는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 국내 제약기업 1위인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아직도 1조4500억원(2017년 기준) 수준으로, 글로벌 제약사(화이자 기준)의 2.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2018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효시인 동화약품(1897년 창업)은 더 초라하다. 로슈와 비슷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2017년 매출액은 2589억원에 불과했다. 로슈 매출액의 0.004%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종 글로벌 제약사 탄생' 이라는 국내 제약업계의 숙원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고 2020년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사 두 곳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현재의 추세를 볼 때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제약 산업 전문 저널 'Pharmaceutical Executive'가 지난 2017년 매출을 기준으로 작성한 '2018 톱 50 글로벌 제약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50위는 22억4300만달러(한화 2조4830억원)의 매출을 올린 페링제약이 차지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의 연 매출액이 약 1조5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2020년까지 매출액을 약 2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행히 셀트리온이 그 욕구를 충족해 줄 것이라는 위안을 준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톱클래스의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R&D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톱클래스의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R&D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R&D 비중 높이지 않으면 발전 없을 것"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톱클래스의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R&D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best-in-class, first-in-class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의 R&D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가장 컸던 제약사는 한미약품(21.2%)으로, 약 1486억원을 투자했다.

동아ST(14.6%), 대웅제약(13.2%), GC녹십자(10.6%), 종근당(11.2%), 유한양행(7.1%) 등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는 모두 20% 미만의 R&D 비중을 기록했다. 로슈가 매해 매출액 대비 평균 20%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특히 지난해 7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광동제약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제약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의 경우 그나마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R&D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중소제약사의 경우 비중을 높이기 쉽지 않다"며 "자체 동력이 부족하면 바이오벤처 투자 등을 통해 협업 생태계라도 구축해야 하지만, 오너십이 너무 강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수준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제시됐다.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수준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 이노베이션, 국내 제약산업 발전 성장동력 될까?

협업 생태계는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바이오 벤처, 학계,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신약을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최근 특정 산업을 막론하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치료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불과 15억원에 사들여 3년 후인 2018년, 글로벌 기업 얀센에 1조4000억원에 수출함으로써, 그 가치를 1000배 가까이 키웠다. 지금까지 없었던 가장 큰 규모의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들간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신약 개발에는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협업생태계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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