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으로 되돌아 본 2018 제약업계
‘2세 경영’으로 되돌아 본 2018 제약업계
보수적 기업문화, 대물림 경영 보편화 ... 평가는 '극과 극'
  • 안상준 기자
  • 승인 2018.12.17 0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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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올해로 121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제약업계는 그 어느 업종보다 보수적이다. 선대가 세상을 떠나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어김없이 그 후손이 기업을 물려받는 ‘대물림 경영’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오너 2세' 또는 ‘오너 3세’ 경영자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선대의 뜻을 받들어 기업의 번영과 영광을 이끄는 경영자가 있는가하면, 선대의 후광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오히려 기업의 신뢰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도 있다. 

올해 역시 이와 같은 두 가지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2·3세 경영자들을 통해 2018년의 제약업계를 되돌아 보았다. [편집자 주]

 

”나, 오너 2세야!” ... 선대의 후광으로 제약회사를 물려받은 오너 2세와 3세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나, 오너 2세야!” ... 선대의 후광으로 제약회사를 물려받은 오너 2세와 3세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30대에 경영 참여 ... 성공신화 쓴 오너 2세

# 동국제약을 이끄는 오너 2세 권기범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국제약 권기범 부회장.
동국제약 권기범 부회장.

지난 2001년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권동일 회장이 별세한 이후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회사 경영을 맡은 권 부회장은 일반의약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 300억원대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지난해 32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도 3분기까지 264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동국제약은 일반의약품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잇몸 약 '인사돌',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 구내염 치료제 '오라메디' 등 회사의 주력 일반의약품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수년전부터는 화장품 사업이 대박을 치면서, 권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선친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 휴온스(옛 광명약품) 창업주 고(故) 윤명용 회장의 외아들 윤성태 부회장 역시 지난 1997년 부친인 윤 회장이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33세의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휴온스 윤성태 부회장.
휴온스 윤성태 부회장.

윤 부회장은 회사 경영을 맡은 이후 업계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매출 60억원 대에 불과하던 휴온스를 2000억원 대의 중견 제약사로 발전시켰다.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에는 휴온스를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춘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3개의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6개의 혁신 신약 개발, 9개의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을 보유하겠다는 '비전 3·6·9'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윤 부회장의 노력으로 휴온스는 올해 3분기까지 약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분기 실적에 따라 올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부친이 물려준 회사 ... 부끄러운 오너 2세

반면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오너 2세도 있다.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

#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의 외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은 부친이 일군 제약회사의 이미지를 유통회사로 바꿔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약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절반을 음료 등 유통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까지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부친의 생전 사명이기도 했던 제약 본연의 업무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보여 '실속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동제약은 윤리적 문제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년 동안 특정 기업에 광고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1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등을 받은 정황이 올해 사정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여기에 매출 주력 유통 상품인 제주 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기계 정비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 악재가 겹쳤다.

최 부회장은 지난 7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경영성적 점수에서 100점 만점에 47점을 얻어, 7대 제약사 CEO 중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

#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윤재승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상습적 폭언과 욕설을 일삼아온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해외에 체류중이다.

사법시험 합격 후 6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다 1995년 대웅제약에 감사로 입사한 윤 전 회장은 이듬해 부사장에 임명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을 시작했다. 2009년 경영권 분쟁으로 둘째 형 윤재훈 부회장에게 대웅제약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났지만, 2012년 다시 복귀해 2014년 9월 대웅제약 회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을 깔보는 '갑질 근성'은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랐고, 결국 '두 번째 낙마'라는 부끄러운 선례를 남기게 됐다.  

윤 전 회장이 물러난 대웅제약은 현재 전승호·윤재춘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여론을 의식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속에 멀지않은 장래에 슬그머니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년 만에 오너체제 회귀한 서울제약 ... 리더십 의문

서울제약 황우성 회장.
서울제약 황우성 회장.

# 서울제약은 지난 2013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오다 올해 8월 오너 2세인 황우성 회장이 취임하며 5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했다.

1995년 서울제약에 입사한 황우성 회장은 창업주인 황준수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잠시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나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가 다시 깜짝 복귀한 케이스.   

하지만 황 회장 취임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회사 내·외부적으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그의 리더십이 흔들리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한 임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직원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며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 둘을 키우는 과장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퇴사를 권유하며 보복이 의심되는 징계까지 내렸다는 것. 회사 측은 "육아휴직과 징계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중동·대만 지역 완제의약품 판매 공급계약이 줄줄이 해지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대만 업체와 체결한 구강붕해필름(발기부전치료제) 공급계약 해지 금액은 총 24억원으로, 작년 매출액의 5.05% 규모에 달한다.

일련의 악재는 모두 오너 2세인 황우성 회장 취임 후 발생한 것이다.

 

2018 최악의 제약회사는 국제약품 ... 중심에 오너 3세

국제약품 남태훈 대표이사.
국제약품 남태훈 대표이사.

#. 국제약품은 올해 최악의 제약기업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제약업계의 끈질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여지없이 망가졌다.  

이 사건에 연루된 장본인은 다름아닌 오너 3세. 할아버지(남상욱)가 세운 기업을 아버지(남영우)로부터 물려받은 남태훈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국제약품은 장기간에 걸쳐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리베이트 제공해왔다. 리베이트는 오너 일가가 직접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기획부서에서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아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리베이트 영업에 사용해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적발된 리베이트 금액만 42억8000만원에 달했으니, 드러나지 않은 검은 돈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어렵다. 

1959년에 설립돼 올해로 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약품은 여전히 1000억원대 매출에 머물고 있다. 최근 수년간 매출실적을 보면 2016년 1150억원, 2017년 1223억원, 2018년 3분기 현재 865억원에 그쳤다. 이는 10여년 전의 실적(2008년 1216억원, 2009년 1225억원, 2010년 1313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폐쇄적 기업문화로 일관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증없는 대물림 경영. 다시 한 번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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