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디스 벗 구디스] 주머니속의 액체위장약 ‘겔포스’
[올디스 벗 구디스] 주머니속의 액체위장약 ‘겔포스’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11.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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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가면 도태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의약품들이 있다. 오래됐지만 그래서 더 좋은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라고 부를 만한 약들이다. 우리 곁에서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한 의약품들의 탄생 비화와 역사, 장수 비결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보령제약 '겔포스엠'
보령제약 '겔포스엠'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40년이 넘게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위장약이 있다. 보령제약 '겔포스'다. "맞다. 게보린" "속 쓰림엔 겔포스"라는 광고 카피처럼, 이제는 국민 위장약으로 사랑받고 있다. '주머니속의 액체위장약'으로도 유명한 겔포스는 지금까지 총 16억5700만포가 팔여나갔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네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다.

겔포스는 1972년 프랑스 제약사와 기술 제휴를 체결한 뒤 철저한 기술도입 및 검증과정을 거쳐 1975년 출시한 제품이다.

겔포스는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가 합쳐진 이름이다. 너무 많이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 쓰림, 더부룩함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액체가 고정화된 콜로이드(Colloid) 타입으로, 흡착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겔포스는 인산알루미늄과 천연 겔인 팩틴(Pectin), 그리고 한천(Agar-Agar)을 결합한 겔이어서 위산이나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고 궤양 발생 예방 및 상처 부위 보호에 효과적이다. 수소이온을 고착시키는 중화작용으로 산반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겔포스의 뒤를 이어 2000년 새롭게 선보인 '겔포스엠'은 겔포스의 성분 및 효능·효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성분인 인산알루미늄, 펙틴, 한천에다가 수산화마그네슘을 첨가해 제산효과를 더욱 높였다. 반대로 위장 관계 부작용은 더욱 줄였다. 시메치콘을 추가해 가스제거, 인산이온 세포재생과 함께 인 결핍증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겔포스는 시대적 효과에 힘입어 지난 1975년 판매를 시작한 직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중반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이른 아침 출근해 통행 금지 직전 귀가하던 중노동 시대였다. 1년 내내 이어지는 과로를 대포 한잔으로 날리던 것이 근로자들의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어났고,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판매됐다. 출시 4년 만인 1979년 매출액은 10억원에 달했다.

겔포스 성공에는 남다른 광고 전략도 한몫했다. 1975년 처음 출시된 겔포스는 평화를 상징하는 녹슨 철모와 '수사반장 시리즈' 광고의 성공에 힘입어 1990년대 중반부터 연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일반의약품으로 급성장했다.

지면 광고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80년대 초 철모와 나비를 매치시킨 '위장에 평화를…'이라는 내용의 광고였다.

 

1980년대 초 '겔포스' 지면 광고
주머니속의 액체 위장약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1980년대 초 '겔포스' 지면 광고

한시대를 풍미한 주머니속의 '액체 위장약'

회사 측에 따르면 80년대 이 광고를 처음 내보냈을 땐 당시 보안사에서 딴지를 걸어왔다. 국방법상 군 장비를 매개로 한 광고는 할 수 없으며 겔포스 광고가 군인이 죽어서 패전했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기술제휴사였던 프랑스 제약사도 이 광고 시안을 보고는 'Good~'을 연발하며 찬사를 보낸 명광고였지만, 단 하루 만에 사장(死藏)된 안타까운 불후의 명작으로 남게 됐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방영된 MBC TV의 '수사반장'은 국민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시청률이 최고였다. 겔포스는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 등 '수사반장'에 형사로 나오는 배우들을 대거 모델로 등장시키면서 대한민국 광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겔포스는 이 광고와 위벽을 보호하는 탁월한 약효로 잦은 숙취와 속쓰림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수사반장'의 인기가 장기간 이어면서 겔포스 광고도 '수사반장시리즈' 형태로 진행됐다. 1980년부터 17년 동안 겔포스의 광고모델은 '수사반장'의 최불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속 쓰림엔 겔포스라는 컨셉으로 겔포스엠의 우수한 효능과 효과를 알리기 위한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 급상승 ... 대만 제산제 시장 1위 

43년이란 긴 시간을 달려오며 겔포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겔포스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는 대만이다. 1980년 처음 수출한 이후 대만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며 줄곧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때는 점유율이 95%에 달했으며 모방제품만 99가지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대만에 이어 진출한 곳은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 중국이다. 겔포스는 지난 1992년 국내 완제 의약품 가운데 최초로 '포스겔(Phosgel)'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수출됐다.

중국에서도 겔포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4년 현지 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현재 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중국 인산알루미늄 제산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서 팔린 겔포스의 양은 1억3000만포에 이른다.

한편, 보령제약은 겔포스 발매 40주년을 맞은 2015년 제품 패키지를 변경했다. '한국인의 위장약'이라는 명성은 유지하면서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란색의 모던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보령제약은 해외 시장 다변화에도 초점을 맞춰 광고와 패키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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