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의료일원화는 의사와 한의사가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그 틈바구니에서 생명을 잃는 일이 자꾸 발생한다. 그건 누구의 이해관계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를 마치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의료일원화”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의원은 “병원제도가 이원화 돼 있기 때문에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할 때 환자가 판단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 머뭇거림이 모이면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생존률이 떨어지기도 하고, 불구가 될 수 있는 위기에 빠진다”며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뇌졸중이나 중풍이 오면 옛날로 치면 한의학적으로 치료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그것도 맞을 수 있지만, 환자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자기 스스로 판단하게 해서는 안된다. 제도가 일관성이 있어 전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환자가 병원을 찾아올 수 있게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화된 의료체계 67년 갈등의 불씨
윤 의원이 이처럼 양·한방간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현행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1951년 국민의료법 시행에 따라 의과와 한의과가 분리된 이후 67년간 이원화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2013년 한국의료패널 조사대상자 2만여명의 자료 분석 결과, 신경계 치료의 경우 의과와 한의과를 중복 이용한 비율이 36%에 달했으며, 근골격계 치료는 33%, 손상 치료는 27% 등 상당히 많은 국민이 의료비를 2배로 지출하는 등 비효율적인 의료체계로 인해 의료비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뿐만아니라,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양 직역 간 끊임없는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서로 31건의 소송을 주고 받으며, 연루된 당사자만 761명에 달했다. 이로인해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손실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의원의 판단이다.
결국, 2018년 9월,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의학학회·보건복지부가 긴 논의 끝에 의료일원화를 위한 로드맵을 담은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또 다시 좌초되면서 60년 넘게 이어져온 양·한방간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윤 의원은 “의료일원화는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안 될 일은 아니다. 정부와 사회가 의료일원화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며 “다만 갈등을 조정하는 것 때문에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일원화가 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의료문제와 관련 정부와 의료계간에 입장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국가의 개입이 일어나면서부터”라고 진단했다.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없어 ... 갈등 조정하는 것이 정치"
윤 의원은 “예전엔 의료비가 전체 국민들 소득에 비해 많지 않아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의료의 규모가 적어서. 근데 지금 GDP의 7.7~8%를 건강보험료로 낸다”며 “국가 전체의 경제적 운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막대한 돈이다. 어마어마한 돈”이라며 일정 정도 국가 개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어 “원래 의료보험제도가 아파서 경제적인 이유로 억울하게 죽던지 불구자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복지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온 국민이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고자 하는 쪽으로 동의가 돼서 의료보험제도가 전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로 바뀌었다”며 “그러다보니 사회가 동의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의사들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런 시스템 속에서 의사는 자기 직업으로서 존재의 편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재정적 운영이나 어려운 시스템 자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 거고, 국민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더 좋은 치료를 받고자하는 욕망이 생긴 거고 그 각각의 목적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갈등을 조절하는 것이 정치”라며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갈등을 조절하는 게 민주적 사회”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케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경제적 구조나 합의하는 정도가 달라서 그런 것이지 누구나 다 목적은 같다. 적절한 비용을 들여서 아주 좋은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문 케어 안에 있는 것 아니겠나. 그동안에 비보험으로 국민이 많이 물던 것을 국민이 잘 가려서 효율적으로 부담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우리나라 의료만의 생각이 아닌 일류가 꿈꾸는 제도다. 보험료 인상이 된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올해 6.13 보궐선거에서 충남 천안지역에 출마, 20대 국회에 입성한 윤 의원은 올해 첫 국감을 진행한 소감과 관련 “의사출신으로서 전문성을 돋보이는데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주제를 두루두루 훑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다음 국감때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1950년 경남 거제 태생으로 부산대학교 의대와 전남대학교 대학원 의학과를 졸업한 윤일규 의원은 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낸 시민운동가이자,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외과 과장, 수련부장, 진료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의사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