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 절반 가까이 '유체이탈'
희귀의약품 절반 가까이 '유체이탈'
219개 품목, 심평원에 공급 내역 미보고 … 식약처 지정 품목의 46.6%
식약처 고시 241개 성분 중 103개 성분에 미공급 품목 있어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8.11.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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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희귀의약품(전문의약품) 성분 중 상당수 성분에 해당하는 의약품이 올해 공급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헬스코리아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희귀의약품 중 2018년 1월1일~8월31일 공급내역 없는 의약품 목록’)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8월7일 고시 희귀의약품 목록)를 대조한 결과 10개 성분 중 4개 성분꼴로 공급되지 않는 품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약물은 동일 성분이지만 용량이 다른 품목도 있고, 업체의 의약품 공급내역 정정·수정 보고 등으로 인해 산출시점에 따라 실제 의약품 공급현황은 다소 다를 수 있다.

심평원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공급내역이 없는 희귀의약품은 총 219개 품목에 달했다. 이는 식약처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전체 품목(470개)의 46.6%에 달하는 것이다.  식약처 고시 희귀의약품 238개 성분과 심평원 공급 목록을 대조한 결과 공급내역이 없는 품목으로 확인된 성분은 103개(43.3%)나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희귀의약품 중 2018년 1월1일~8월31일 공급내역이 없는 의약품 목록’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1월1일 고시한 희귀의약품 목록과 대조한 결과. 성분명 중 알러젠 추출물 등 대조가 불가능한 품목은 제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희귀의약품 중 2018년 1월1일~8월31일 공급내역이 없는 의약품 목록’을 식약처가 8월7일 고시한 희귀의약품 목록과 대조한 결과표. 성분명 중 알러젠 추출물 등 대조가 불가능한 품목은 제외했다.

심평원 자료 중 식약처 고시 품목과 매치가 어려운 품목은 46개였다. 가령 알러젠추출물 등으로 단순표기된 성분은 제품명과 대조가 어려웠다. 이들 품목을 더할 경우 공급내역이 없는 성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 성분 중 최소 절반 정도는 8개월 동안 1회도 유통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개 성분에 여러 개 품목이 등록돼 있을 수 있고, 대체 약물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나, 희귀의약품 자체가 구하기 어려운 성분들을 지정했다는 점에서 정작 필요로하는 환자들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희귀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소량 생산으로 인해 제약사 입장에서 채산성이 나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료 수급의 어려움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적거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부터 적용대상이 드물고, 적절한 대체 의약품이 없어 긴급한 도입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허가신청 시 일부 자료(안정성, 유효성에 관한 평가) 면제 ▲허가시 우선·신속심사 등 이런 저런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희귀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기준은 없다.

 

삼오제약, 미공급 의약품 가장 많아 

공급이 안된 희귀의약품 품목이 가장 많은 제약사는 삼오제약으로 11개였다. 이어 한국비엠에스제약·신광신약·대한적십자사 9개, 바이엘코리아 8개, 한국로슈·한독 7개, 머크·엔엠제약·한국노바티스·한국애보트 6개, 사이넥스·한국얀센·한국엠에스디 5개 등이었다. 

동일성분 및 유사성분을 합친 품목 중 공급이 없었던 희귀의약품 품목은 삼오제약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로슈 7개, 한독·대한적십자사·한국애보트 6개, 사이넥스·한국얀센·머크·한국노바티스 5개 순이었다.

정부는 환자들을 위해 식약처 산하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설립하고 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도 상당수의 약물은 재고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센터 공급 희귀의약품은 총 88개인데, 이 중 재고가 없는 의약품은 13개였다. 그러나 실제 공급가능한 희귀의약품은 130개가 넘는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공개한 센터 공급 희귀의약품 중 재고가 없는 13개 품목

Vibravenoes 5amps (Doxycycline), Sulfadiazin Heyl (Sulfadiazin Heyl), Nidran 25mg (nimustine), Normosang (Human Hemin), Oncaspar (Peg-Asparaginase), Neupro 4mg (28) (rotigotine), Erythrocin 500mg (Abbott) (Erythromycin), Erythrocin 10% (Erythrocin 10%), Diflunisal tab. 500mg (Diflunisal tab. 500mg), Cytotect 10ml (Human CMV IgG), Cidofovir (Cidofovir), 세프로틴 500IU (Protein C Concentrate), 올파딘캅셀 (Nitisinone)

재고가 없어 공급할 수 없는 의약품은 필요로 하는 환자가 거의 없거나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구입 요청이 있을 때만 갖춰 놓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을 한 해 140~150품목을 공급하는데, 이 중 40~50%는 환자 요청이 10건 미만”이라며 “재고 소진이 안되면 예산이 손실된다. 약품 중 어떤 것은 2년 동안 한 번도 요청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고가 없어도 외국 도매상과 연락망이 있어 약을 거의 구할 수 있다. 재고가 있다고 홈페이지에 표시해 놓은 것은 그나마 빈번하게 제품 구매 요청이 있어 미리 구입해 놓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희귀의약품 미공급 ‘수가’ 때문"

하지만 센터 관계자의 말과 달리, 구하기 어려운 희귀의약품이 여전히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공급 품목이 절반에 달하더라도 나머지 절반 정도는 비교적 수월하게 구할 수 있고, 센터에서 대부분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구입불가 의약품이 있다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FDA 허가 의약품의 80~90%가 국내에 들어오고, (우리나라에서) 패스트 트랙(신속허가)으로 거의 허가 됐다”며 “그래도 공급 안 되는 희귀의약품이 40%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유통이 안 되는 품목이 있는 이유는) 건강보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소량 유통이다 보니 제약사에서는 고가로 건강보험 수가 계약이 체결되길 원하지만, 건보공단도 재정에 한계가 있어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보다 저가에 수가협상이 체결되고, 결국 제약사는 공급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적으로 품목 공급을 제약사에 강제할 수는 없다. 손해를 봐가면서 공급할 수는 없다”며 “복지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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