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최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필러 광고가 성행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중에 친숙한 연예인 등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화려한 광고가 무리한 시술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름 개선을 위해 피부과에서 처치하는 필러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몸에 들어가 생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빈 공간을 채우는 기능만 하는 필러는 위해성이 높은 4등급 의료기기에 속한다.
"필러 광고, 의사 처방권 제한"
현행 의료기기법 등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위해도와 상관없이 심의를 통과할 경우 대중 광고가 가능하다. 의료기기법 제25조는 '의료기기를 광고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심의 기준·방법 및 절차에 따라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금지되는 광고의 범위'가 규정돼 있지만, 의료기기의 명칭·제조방법·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에 관한 거짓·과대광고,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기기의 명칭·제조방법·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에 관한 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을 뿐 위해도가 높은 제품이나 특정 의료기기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필러를 비롯한 의료기기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브랜드의 광고를 보고 해당 브랜드를 취급하는 병원만을 찾는다거나, 의사에게 특정 브랜드로 시술해 달라고 직접 요구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선택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위해도가 높은 의료기기인 필러의 경우 이를 잘 아는 의사가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광고를 보고 온 소비자가 '이 브랜드로 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의사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광고로 인해 의사의 처방권이 제한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필러 광고 규제 목소리 … 식약처 "계획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러 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수년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이자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실제 광고를 보고 온 환자가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필러 광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측은 필러 광고의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규정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위해성이 높은 필러 광고가 소비자에게 직접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식약처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협회 쪽에서는 아직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관련 광고 심의를 총괄하고 있는 식약처도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다.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의 광고를 규제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은 필러 제품은 광고가 가능하다. 특정 제품에 대해 광고를 금지하고 있진 않다"며 "필러와 같이 위해도가 높은 의료기기에 대해 소비자 대상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필러 대중광고를 규제해도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튜브를 보면 대중광고보다 더 리얼한 시술장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튜브 영상을 더 많이 보는 요즘 세대에게 규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