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기자] 대리수술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를듯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리수술을 살인에 준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해 엄벌하고 의사면허는 즉시 취소해야 한다"는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번 딴 의사면허는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거의 영구적이어서 ‘다이아몬드 밥통’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한달 사이 대리수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100건을 넘어섰다.
11일 국민청원방을 찾은 한 민원인은 최근 SBS에서 보도한 40대 중반 남성의 사망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은 병원과 의료장비 대리점의 이해관계에서 환자에게 가하는 수술을 빙자한 간접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술 받는 환자는 전신마취로 인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인(의료 자격이 없는 사람)에 의하여 피부가 갈라지고 뼈가 손상되어 생명을 잃게 되었다"며 모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대리수술 의료인에 대한 의료면허 영구박탈 및 강력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위 요건을 반대하는 의사협회가 저를 마루타로 실험할까봐 무섭다"는 말도 덧붙였다.
# "아직도 더 죽어야 하나요?"
한 민원인은 ‘사람 좀 그만 죽이게 해주세요!’라는 9일자 청원에서 "살려고 병원가는 환자들 아직도 더 죽여야하나?"라며 "술먹고 운전하면 면허 취소되는데, (사람 죽이고) 식물인간(만든) 의사는 버젓이 다른데서 영업하며 돈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9월19일자에 청원을 낸 또다른 민원인은 "얼마전 의사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대리수술시킨 이 의사가 풀려나 의료행위를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이 민원인은 "수술이 성공적이었다해도 의사는 재판받고 구속되야 정상인데 환자가 뇌사에 빠졌는데도 다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살인교사나 마찬가지"라며 "당장 의사면허 취소하고 법정구속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의사들이 대리수술을 시키고 사람이 죽어도 다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현행법을 꼬집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의료사고에 관대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허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다. 의사면허는 ‘영원한 철밥통’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 웬만한 의료사고는 솜방망이 처벌
실제로 최근 3년간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면허 밖 의료행위를 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가 상당수에 달하지만, 면허취소까지 가는 경우는 없고, 설령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대부분 재교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최근 3년간 의료인 행정처분 현황)를 보면,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면허 밖 의료행위를 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의사 73건, 치과의사 19건, 한의사 54건, 간호사 19건 등 총 165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격정지 처분에 그쳤고 의사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법부의 솜망방이 처벌과 느슨한 법규정 탓이 크다.
현행 의료법은 무면허(면허외 의료행위 등) 의료행위 적발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금고 이상 형 선고 시 의료인의 면허 또는 자격이 취소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현행 의료법은 일부 형법 및 의료법령 관련 법률 위반에 한해서만 면허취소가 가능해 일반 형사범죄(횡령, 배임, 절도, 강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나 일반 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 받더라도 의료인의 면허에 영향이 없다.
정부 처벌 역시 가볍기는 마찬가지다.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적발시 의료인 자격정지 4개월, 의료기관 업무정지 3개월 처분으로 갈음하고 있다. 또 복지부의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 41건 중 40건이 승인됐다. 면허 취소가 됐어도 무려 97.5%가 재교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성범죄나 무면허 의료행위, 대리수술 등 불법·탈법적인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의사면허를 영구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의사협회가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 역시, 관련 법률 개정에 미온적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인순 의원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가 계속하여 의사 면허를 가지고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의료계를 비롯한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의료인 면허 규제와 징계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