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안한다” 그랬더니 ... 낙태유도제 불법유통 성행
“수술 안한다” 그랬더니 ... 낙태유도제 불법유통 성행
산부인과 낙태수술 중단 선언 이후 '미프진' 관심 급증
페미위키, 잘못된 정보까지 제공 … “부작용 우려 커”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9.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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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수술, 일명 낙태수술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경구용 유산유도제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의 불법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프진은 1980년 프랑스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다. 성호르몬 중 하나인 프로게스테론의 기능을 차단해 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1987년부터 프랑스, 중국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기 시작해 2000년에는 미국에서, 2013년에는 북한에서도 출시됐다. 세계 약 60여개국에서 승인받았으며, 현재는 OECD 국가 중 약 80%에서 처방 가능하다. 하지만 식약처 승인이 나지 않아 우리나라 의약품 목록에는 없는 약이다.

이 약이 최근 낙태수술 대체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17일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며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예고하자 (직선제)산과의사회가 “불법으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인터넷 검색하면 한글 판매 사이트 '주르륵'

실제로 인터넷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이 약물을 판매한다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의 경우 ‘미프진’을 검색하면 ‘**클리닉’, ‘미프진**아’, ‘미프진메**’ 등 한글로 만들어진 불법 미프진 판매 사이트들이 뜬다. 미프진 복용 후기를 빙자한 판매사이트 연결 유도 글들도 쉽게 확인된다.

 

구글에서 ‘미프진’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
구글에서 ‘미프진’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

구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도 미프진을 검색하면 판매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일부 블로그에서 판매 루트(카카오톡 대화방 등)를 통한 구입 유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에서는 일부 카페에서 미프진 판매 사이트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 의약품이 정품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도나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제네릭(복제약)이거나 가짜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완전 낙태나 출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임에도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미프진에 대한 질문 내용.
한 포털사이트에 '미프진'을 구입했다는 내용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공보이사는 “‘**클리닉’, ‘여성**연구소’ 이런 식으로 돼 있는데, 사이트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의사들이 (정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아닌 것 같다”며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사법부가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선 이사는 분만유도제로도 쓰이는 위장장애치료제 ‘싸이토텍’(미소프로스톨)이 가짜약으로 팔리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싸이토텍은 미프진과 다른 약으로, 부작용으로 자궁수축 효과가 나타나지만 임신중절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미프진 판매 사이트 중 한 곳.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한 뒤 상담까지 받고 있다.
미프진 판매 사이트 중 한 곳.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한 뒤 상담까지 받고 있다.

 

비영리 정보사이트 '페미위키', 불법 구입 유도하며 잘못된 정보까지 제공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있는 ‘페미위키’ 사이트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비영리 정보 사이트를 표방하는 위키 사이트의 특성상 이용자들의 신뢰성이 높아 피해가 우려된다. 예를 들어 이 사이트에는 “일정액을 기부 하면 미프진을 구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프진 관련 문서를 통해 “현재 성분이 확실한 임신중절약(낙태약)을 구입했다는 소식이 있는 것은 Women ** *** 정도”, “Women **** W****에서도 설문지를 제출하고 일정한 기부를 하면 임신중절약을 보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Women ** *** 등으로 이어지는 링크까지 제공하며, 특히 Women ** ***을 소개하면서는 “(미프진을 구입한 뒤) 통관이 안 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혹시 불안하면 약을 두세 번 중복하여 주문해 볼 수도 있겠다”며 자세한 안내까지 하고 있다.

미프진이 국내에서 허가된 약이 아니므로 위 경로를 통해 구입할 경우 불법이며, 이를 안내하는 것도 당연히 불법 소지가 있다.

페미위키 사이트의 미프진 관련 항목 중 일부.
페미위키 사이트의 미프진 관련 항목 중 일부.

이 사이트는 “국내소재 구매대행업체의 의약품 해외직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약사법 규정은 적용하지 않겠지만 의약품 인터넷 거래는 불법’이라는 애매한 입장이 표해진 바 있다고 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이런 지적도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의약품 인터넷 거래는 불법이므로 약사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미프진을 해외에서 구입할 경우는 당연히 불법이 된다.

또 “자가사용으로 인정되는 3개월치 복용량 의약품은 면세통관 범위 내에 있어 처방전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해외에서 처방받은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합법일수 있으나, 이를 국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미프진은 국내에서건 국외에서건 복용하는 것도 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속인주의(거주지와 상관없이 국적에 따라 법을 적용함)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위키에는 “대한민국도 오래 전부터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일 경우 경찰에 고소된 사건에 한해서 보건소에서 처방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도 올라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페미위키를 검색(9월26일)하자 첫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미프진' 관련 내용.
페미위키를 검색(9월26일)하자 첫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인기 문서 순위.

아래는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공보이사와의 인터뷰.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공보이사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공보이사

-.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은 어떤 약인가.

미페프리스톤의 기전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염증이 심하게 일어나면 세포를 죽이는데, 특징적으로 자궁의 임신세포에 작용하는거다.

-. 미프진이 인터넷에서 너무 쉽게 팔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 불법이다.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사법부가 단속해야 한다. 사이트 이름이 **클리닉, 여성**연구소 등으로 돼 있는데, 의사들이 운영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름도 자주 바뀐다. 패미위키(도네이션에 대한 내용)에 대한 내용은 몰랐다. 약은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데, 자기 먹으려고 샀는데 복용을 안했거나, 거짓으로 의사에게서 약을 샀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의사가 약을 처방해 주는 것은 1인분일텐데, 그걸 여러사람들에게 팔려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듯 하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 같다. 식약처 사이버 조사팀에서 미프진 불법유통 사이트를 찾아보자 알아보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만나자는 연락이 없었다.

-. 임의로 미프진을 복용해도 되는가.

미프진이 초기 임신에는 효과가 괜찮다. 그러나 임신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임신테스터기 만으로 확인했는데, 임신이 아닐수도 있다. 생리를 건너뛰는 것만으로도 임신이라고 판단하고 약을 찾는 경우가 있다. 산부인과에서도 임신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자가판단해 약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 미프진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나.

부작용은 비정상 자궁수축으로 인한 복통, 자궁수축이 잘 안돼 태아가 남아 있으면 향상성 유지를 위해 과다출혈이 생길수도 있다. 양수 파편들이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양수색전증, 유산이 제대로 안돼 생기는 불완전 유산, 극히 드물지만 자궁 파열, 흔하게는 생리양의 과다증가 등이 있다.

-. 미프진 복용시 수술 이상으로 통증이 있다고도 한다.

자궁수축제니까 당연히 통증이 있다. 수술은 진통제도 처방해 주지만 미프진은 자궁에 아기집이 자기 스스로 떨어져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니까 통증이 더 심할 수 있다.

-. 미프진을 복용하고 불완전 유산시에는 어떻게 해야하나. 

산부인과를 빨리 찾아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대처해야한다.

-. 왜 환자들이 미프진을 찾는다고 생각하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젊은 커플들이 오면 약(미프진) 있냐고 물어본다. 검색해 보고 ‘약 있는데 거짓말 하는거다’ 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 이런 약 있는데요’ 하면 병원에서 안쓴다고 답하는데 안믿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수술이나 마취가 무섭고, 아직 정식 결혼한 것이 아닌 상태라면 산부인과에서 몸에 손댄다는 것이 스스로 용납 안돼서 미프진 복용을 선택하는 것 같다. 수술이 무서우면 약을 쓰게 되는 거다.

-그런데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 중지 선언을 했다.

지난번에 합법 판단이 (재판부의) 과반수를 못 넘어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적인 헌재 구성원들이 많아 합법화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판단이 8월쯤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논란이 커서인지 쉽게 판단이 안나온다. 종교계의 반대가 크다고 들었다.

헌재 판단이 앞으로 1년 이상 길어질 것 같아 그때까지 못참겠어서 선언을 한 것이다. 합법화 판단은 (헌재에서 안해도) 청와대나 행정부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목적은 사회적 합의 이뤄 주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수술해줬다고 환자나 보호자가 고발하면 (의사는) 범죄자가 된다. 이제까지는 재판을 가야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는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은) 신고만 하면 자격정지 하겠다는거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비도덕적 기준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국민 자유권에 위배되는지를 두고 (법에) 이의신청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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