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홍'자도 모르는 제약사 경영진
홍보의 '홍'자도 모르는 제약사 경영진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8.09.10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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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저 여기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최근 국내 중소 제약사에 근무하던 한 홍보팀 직원 A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직 소식이었다. 아예 다른 업계로 옮긴다고 했다. 현재 제약업계 홍보팀 공석이 별로 없고,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기 힘들었던 탓이지 싶다.

A씨는 ㄱ제약사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신설한 홍보팀에 지원해 그동안 갖은 노력을 해왔다. 옆에서 보기에도 나름 홍보팀 역할을 충실히 해 온 것으로 보였다. 그는 업무 강도가 세도 어지간하면 참을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을 털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회사 측의 홍보팀에 대한 이해가 매우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상장 이후 언론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A씨는 기자를 만나는 날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외근이 늘면서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었다. 자사의 장점을 부각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홍보인으로서는 당연한 업무였다.

A씨는 "나름 고군분투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회사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고 했다. 윗분 중 일부는 실적 없이 놀러 다니는 것으로 오해했다고 하니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예산도 다른 팀과 비교해 쥐꼬리만큼 적었다는게 A씨의 말이다.

리스크 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사에 불리한 기사가 났을 때 회사는 A씨가 기자를 만나면 알아서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는 결국 견디다 못해 사표를 작성했다고 했다.

사실 이런 불만은 제약사 홍보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흔한 안줏거리다. 비상장사가 많고 상위 제약사와 비교해 '리스크'라 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은 중견·중소제약사는 홍보팀의 중요도를 더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정작 사건이 터지면 홍보팀 직원부터 닦달한다.

버티기가 어려운 환경 탓에 국내 제약사 홍보팀 직원들은 부침이 심하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돼도 홍보팀에 대한 회사의 처우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제약사 오너나 경영진의 홍보마인드가 지극히 폐쇄적인데서 오는 문제다. 

"제약업계 홍보팀 직원은 (자신의 집안에서) 3대가 악덕을 쌓아야 일하는 직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일이 어렵다는 얘기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잘해야 본전' 취급이다.

홍보팀의 성과는 무형의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자산이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면 회사는 이미지는 물론 실적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은 홍보팀이 제 역할을 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이 집중 조명받는 분위기다. 그만큼 홍보팀의 역할은 중요해졌다. 제약사들의 주식시장 상장이 이어지면서 홍보팀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곳이 늘고 있다. 기왕 홍보팀을 만들고 직원을 뽑았으면 그들의 업무를 이해하고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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