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보청기를 착용할 때 양쪽 또는 한쪽 착용여부 보다 양쪽 귀를 대칭형 청력(양측 청력이 비슷한)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경을 착용할 때 양쪽 눈의 시력을 맞추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증폭 외에 음성 인식 성능에 대한 보청기의 또 다른 유익한 효과 : 대칭 청력 회복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는 62명의 보청기 착용 환자를 ▲1그룹: 양측 보청기 착용자 ▲2그룹: 비대칭형 청력(양측 청력이 다른)중 좋은 귀에 착용자 ▲3그룹: 비대칭형 청력 중 청력이 나쁜 귀에 착용자 ▲4그룹: 대칭형 청력자 중 임의로 한 귀에 착용자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룹별로 평소처럼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와 아예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SRD(소리의 주파수 분별력), PTA(순음청력검사), TMD(시간변화 분별력), SDS(조용한 상태에서 어음분별력), SRT(소음환경에서 어음분별력)을 측정했다.
측정결과 보청기 착용한 경우에는 증폭효과가 모두에게 나타났으며 소리의 주파수 분별력, 시간변화 분별력은 보청기 착용 유무와 상관없이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SDS, SRT 등 어음분별력은 보청기 착용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SDS은 소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양(단위 %)을 측정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청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SRT는 소음환경속에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의 세기(단위 dB)를 측정하는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청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상속에서 말소리를 알아듣는 것은 SRT와 큰 연관성이 있다.
1그룹에는 SDS, SRT 모두 의미있게 좋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SDS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70.52%에서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76.14%로 호전되었다. SRT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4.64dB였던 것이 보청기를 착용하였을 때 2.95dB로 호전되었다.
2그룹에서는 SDS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71.17%,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78.17%,로 차이를 보였지만 일상생활에서 청취를 반영하는 SRT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2그룹의 경우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쪽 청력은 매우 나빠서 거의 보청기 착용측 귀에만 의존하여 소리를 듣게 되므로 조용한 환경에서의 어음분별력은 청력의 대칭화와 무관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3그룹에서는 2그룹과 달리 SRT는 보청기 착용하지 않았을 때 –0.96dB에서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1.90dB로 호전되었다. 하지만 SDS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3그룹의 경우 보청기 착용 유무에 관계없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좋은 쪽 귀가 주가되어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이 조용한 환경에서 어음분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4그룹에서는 SDS, SRT 모두 별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양측에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청력이 나쁜 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한 경우에는 양쪽의 청력이 비슷한 대칭형 청력을 유지하면서 소음환경에서 어음분별력이 개선됐지만, 청력이 좋은 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임의로 비대칭 청력이 되도록 유도한 그룹에서는 소음환경에서 어음분별력이 개선되지 않았다.
심현준 교수는 "대칭형 청력을 만들어 주는 경우 시끄러운 소음속에서도 말소리를 듣을 수 있어 보청기의 고유한 기능인 증폭효과 이외 어음분별력을 높일 수 있다"며 "가급적 양측 보청기 착용으로 대칭형 청력을 유지하거나, 한쪽에만 착용할 경우 청력이 나쁜 귀에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소음환경에서 어음분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최근 이비인후과 국제학술지 Otology&Neurot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