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외국의 한 의료기관 동료 간호사 16명이 단체임신으로 동료들의 축하속에 올 가을부터 차례로 12주간 출산 휴가에 들어간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 주 외곽 메사시에 있는 배너데저트 병원에서 생긴 일이다. 놀라운 것은 16명의 간호사가 모두 중환자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이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160명 정도인지라 전체 인원의 10%가 동시에 임신을 한 것이다.
인력부족으로 임신조차 맘대로 할 수 없는 우리나라 간호계 입장에서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간호사는 많은데 일할 간호사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사들은 일명 ‘임신순번제’라는 울타리에 갇혀있다. 임신순번제란 말 그대로 임신할 때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2017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5년내 임신 유경험자 여성조합원 1800여명 중 임신순번제를 경험한 사람은 17.4%에 달했다. 거의 5명중 1명꼴이다.
순번을 지키지 않으면 근무표 불이익과 타부서 이동 등 불이익으로 인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임신 중절수술을 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임신순번제에서의 순서를 정하는 기준도 있다. ▲나이 많은 선배 및 불임을 겪는 사람 ▲둘째를 낳을 때, 첫째와 터울이 긴 사람 등이 먼저 임신할 수 있다.
임신을 한다고 해도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강할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에 22%는 야근을 경험했고, 18.7%는 유산을 경험하기도 했다. 입원병동 간호사의 경우 월평균 5~6회 밤샘 근무를 하는데, 한명이 임신하게 되면, 나머지 간호사의 야간근무는 월 6~7회 증가하게 된다는 통계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계속해서 근로환경 개선과 인력 확충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없다. 그러는 동안 간호사의 노동강도는 증가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이직률도 늘고 있다. 고질적 인력부족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병원 경영진과 정부가 나서야한다. 굳이 의료선진국이 아니더라도 보편적 인권국가라면 간호사 인력문제는 하루속히 해결해야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