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의약사나 병원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는 경우 관련의약품가격을 20%까지 인하하는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가 시행된다.
그런 와중에 국내제약사들이 6개월이나 1년치 리베이트를 의료계나 병원측에 사전에 몰아주고 있다는 소식은 이 법의 당위성을 설명해 준다. 제약업체들이 매달주던 것을 한꺼번에 미리주면 법시행후에도 적발위험이 줄어든다는 이유때문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최근 상위제약사들을 비롯한 전국 의약품도소매업체들이 리베이트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자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불미스러운 일이다.
리베이트는 병원과 의약사들이 특정회사의약품을 취급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것으로, 추악한 ‘반칙’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군다나 리베이트는 약값거품의 요인으로 지적돼 소비자인 환자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고, 이로인해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약값이 2조원대에 이른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집계다.
오랜 의약업계의 관행으로 치부돼온 이런 리베이트에 대한 불법의 사슬을 과감히 끊어야할때가 온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사실 의약사가 처방권이나 조제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품질보다는 마케팅에서 살길을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리베이트영업으로 이어진 것은 긴말이 필요없다.
그렇다고 리베이트 관행이 언제까지 이어지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다국적사들이 기술과 자본, 품질로 국내시장을 파고들고 있고, 삼성전자 등 국내 재벌들도 제약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판국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영업관행으로는 국내제약사들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엄격한 처벌과 강력한 의료개혁으로 리베이트를 근절시켜 투명한 제약유통시장을 열었던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신 정부는 이번 리베이트 근절대책이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외국 제약사 협회)가 공동으로 마련, 28일 복지부에 제출한 ‘공정경쟁규약 단일안’에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해외 제품설명회에 대한 처벌규정은 쏙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제품설명회 또는 해외 학회지원 등을 빙자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지급은 불공정거래의 핵심인데도 말이다.
공정경쟁은 말그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특혜가 없어야 성립된다. 복지부는 다국적제약사들의 해외학회 지원행위도 엄벌에 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것은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내 법인의 회계 처리에 반영되지 않도록 본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리베이트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리베이트 근절 대책은 애끗은 국내 제약사들만 두둘겨 잡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국내 기업의 손발은 묶어놓고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리베이트 근절대책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것은 불법을 부추기는 일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코미디의 주연으로 등장한다면 국제적인 조소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