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지적재산권 대 충돌
의약품 지적재산권 대 충돌
태국·인도 등 아시아 각국 카피약 정당성 인정
  • 임대풍 의약산업전문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7.01.3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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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우선인가.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이 우선인가.

태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다국적 제약사에서 개발한 신약의 특허권을 불인정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세계 제약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태국 정부는 29일,  다국적 제약사에서 개발한 2개의 오리지널 약물(신약)에 대해 WHO(세계무역기구)의 지적재산권(TRIPs) 협정에 있는 강제실시권을 발동, 카피약(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TRIPs 협정은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의 경우, 각국 정부가 제약회사(개발권자)의 특허권을 무시하고 제3자에게 일방적으로 카피약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태국 군사정부는 이러한 규정을 적용해, 미국 제약회사인 애보트사의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와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사 및 사노피-아벤티스사의 혈액응고방지제 ‘플라빅스’에 대해 제네릭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태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약 50만명에 달하는 태국의 에이즈 환자들은 1개월에 약 180달러인 ‘칼레트라’를 약 90달러에, 그리고 1정당 2달러인 ‘플라빅스’는 약 18센트에 복용할 수 있게 된다.

태국보건부 몽콜 나 송클라 장관은 “우리는 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약품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다. 환자의 5분의 1만 혜택을 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자국의 사정이 그만큼 긴박함을 강조했다.

이에대해 태국의 의료단체들은 “공공의료복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타이 활동가인 카니카르 키즈티와차쿨은 “정부 차원에서 제약회사들과 가격인하를 협상했으나, 인하폭은 미미했다”며 “이번 조치는 투자 철수를 위협하는 제약회사에 맞선 용기있는 결정이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해당 제약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애보트사의 멜리사 브로츠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적법하지 않으며, 환자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불만을 토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을 대변하는 태국의 약품 개발ㆍ제조자협회측도 “정부가 심혈관 질환이나 암 치료제 등에 대해서도 제네릭 약품 제조를 허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면서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1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정부가 이렇게 쌓은 지적재산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참고로 혈액응고방지제인 ‘플라빅스’는 전세계 연간매출이 60억달러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특허와 관련된 소송이 미국과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7월, 이 약물의 제조법에 대한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 올들어 20여개 제약사가 국산 제네릭(복제약)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그런가운데 같은날 인도에서는 ‘글리벡(만성백혈병치료제)’의 제조사인 노바티스(스위스계 다국적제약회사)가 글리벡의 카피약을 허용한 1심 판결에 불복, 이를 취소해달라는 2심 소송이 첸나이 법원에 벌렸다.

앞서 인도 특허청은 지난해 1월, “글리벡의 혁신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노바티스의 글리벡 특허 신청을 거부했는데, 4개월 후인 같은해 5월 노바티스사는 인도 고등법원에 이 결정뿐 아니라 인도 특허법 3조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제네릭(복제약) 제조에 관대한 인도의 특허법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노바티스측은 이번 소송과 관련, “환자의 약품 접근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를 더 명백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인도 뉴델리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와 환자들은 “노바티스의 의도대로 특허법이 개정될 경우, 인도산 제네릭 약품에 의존하고 있는 전세계의 가난한 백혈병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죽어갈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카피약을 쉽게 인정하고 있는 인도는 한 달 약물 복용비가 2600달러나 되는 ‘글리벡’ 복제품을 오리지널의 10분의 1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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