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기업의 이익 대 환자의 생명권, 무엇이 우선인가?
<기자회견문> 기업의 이익 대 환자의 생명권, 무엇이 우선인가?
특허청의 푸제온 강제실시 기각 결정 규탄 기자회견
  • 헬스코리아뉴스
  • admin@hkn24.com
  • 승인 2009.06.23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제온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 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약제이다. 로슈는 2004년 한국에서 푸제온 허가를 받았으나 약가 때문에 오늘 이 시간까지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푸제온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한 채 환자들을 방치해왔다. 마침내 보건복지부장관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푸제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강제실시 뿐이라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단지 ‘말’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로슈가 사회적으로 아무리 지탄을 받아도, 복지부가 아무리 허울 좋은 ‘말’만 늘어놓아도, 환자들이 약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작년 12월 23일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KANOS'와 정보공유연대IPLeft는 특허청에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15일 헌법과 UN 사회권규약 등에 근거해서 푸제온 강제실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푸제온은 필수약제이지만 현재까지 안정적인 공급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 지적재산권 보호와 생명권 보호 간에 충돌이 생겼을 때 국가는 인권을 우선적 가치로 존중·보호·실현해야 한다는 점, 강제실시권 발동이 통상문제를 유발하기보다 오히려 약가를 국내수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는 점, 제약회사의 경제적 손실보다 에이즈 환자의 생명권 침해 긴급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는 푸제온 강제실시를 허용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의무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의 판단은 점점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이 되어가고 있는 의약품 특허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각성 움직임과도 맥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청은 6월 19일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하였다.

비록 ”환자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푸제온 공급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지만 “공급이 중단된 경위가 단지 약가협상의 결렬“ 때문이라면서 이와 같은 이유만으로는 특허권을 제한할 경우 발명실시의 보호라는 특허권의 본질적 내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약가협상 결렬로 공급을 거부하는 경우 현행 제도 내에서는 강제실시 이외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단이다. 필수의약품의 공급 거부로 인해서 생명권이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발명실시의 보호라는 추상적인 이유만을 내세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허청은 푸제온 강제실시 허여가 어떻게 발명실시를 약화시키는지, 특허권자가 어떤 손해를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근거조차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가장 중요하게 특허청은 강제실시를 기각함으로써 훼손되는 생명권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푸제온 공급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푸제온을 공급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강제실시를 기각시킨 것은 모순적이다. 특허청은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기위해 어떤 방법으로 푸제온을 공급시킬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둘째, 특허청은 푸제온 이외 기타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상품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푸제온이 환자의 생명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특허청 판단의 전제와 모순되는 것이다. 푸제온 이외의 신약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될지는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며, 공급된다 하더라도 에이즈치료의 특성상 다양한 치료제 선택의 경우를 열어두어야 한다. 셋째, 로슈가 현재 무상공급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단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문제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로슈의 무상공급은 문제의 ‘해소’가 아니라 문제의 ‘은폐’ 내지는 ‘잠정적 연기’에 불과하다. 특허청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안정한 무상공급을 기각 근거로 삼는 안일한 자세를 취했다. 넷째, 청구인이 실시방법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기각사유로 들었는데, 글리벡 강제실시 청구 당시 인도 모 제약사의 모 의약품을 얼마에 공급할 수 있다는 구체적 계획이 제시되었으므로 글리벡 강제실시는 허여되었어야 일관성이 있지 않은가? 특허청은 ‘기각을 시키기 위해’ 갖가지 사유를 갖다 붙였다는 의혹을 면하기 어렵다.

강제실시는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한 제도이다. 의약품 때문에 공중의 건강이 위협받는 순간은 약값이 너무 높거나, 아예 공급 자체가 되지 않아서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먹을 수 없는 경우이다. 강제실시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우리는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한 특허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강제실시가 가능한 순간은 언제인가? 환자들이 아무 문제없이 약을 잘 공급받고 있을 때인가? 강제실시 제도의 목적과 필요라는 기본적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특허청의 정신 나간 이번 결정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복지부 장관마저도 인정했던 푸제온의 유일한 공급방법을 특허청이 기각해버린 것은 에이즈 환자의 생명을 기각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환자사회시민단체는 특허청의 결정에 대한 국제적 항의 행동과 행정 소송 등을 비롯한 다양한 조치 등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거대한 초국적 제약회사의 횡포 속에 무고하게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내팽개친 특허청은 이번 결정에 대하여 책임져야 한다. 무책임한 특허청이야말로 ‘단지’ 존속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2009년 6월 23일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기자회견 순서>

- 일시 : 2009년 6월 23일(화) 오후 2시 
- 장소 : 서울 특허청 사무소 앞 
- 사회 : 이상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발언 1 :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의 경과와 취지 (홍지 정보공유연대IPLeft) 
- 발언 2 : 특허청 결정에 대하여 (정정훈 공감 변호사)
- 발언 3 : 인권위 결정에 대하여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 발언 4 : 생명권에 대하여 (윤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기자회견문 낭독 : 송미옥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토리(진보신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