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KBS시사 기획 ‘쌈’에서 보도된 공중보건의사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관련하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보도와 검찰의 수사에 유감을 표명한다.
이 사안을 고발차원의 보도와 해당자에 대한 처벌로 마무리 지을 것이 아니라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법적 지위와 현 공공의료정책의 모순에 집중해야 하며, 이제 정부 차원에서 리베이트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없는 현상만 보도하고, 정부차원에서도 근본적 해결책 대신 처벌만 선전한다면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공공의료정책의 모순과 공중보건의사의 지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중보건의사제도는 농특법에 의거 오벽지에 국가적인 의료의 손길을 주고자 마련한 공공의료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어느 곳에나 의료기관과 약국이 존재하면서 오벽지의 개념은 사라졌으며, 따라서 질병예방과 관리라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인기 영합적 보건정책에 따라 공공의료의 명목으로 저렴한 외래진료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공중보건의사가 외래진료에 투입되다 보니 약물선정을 담당하게 되면서 리베이트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비단 공중보건의사 뿐만 아니라 약물을 선정하는 공무원이라면 동일하게 노출된 위험이다. 따라서 보건소가 외래진료에 중점을 두는 한 위와 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즉, 공중보건의사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초점이 아니라 그 시스템적 오류가 복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의사의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회적 불만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충족되겠으나, 본질의 문제를 호도하게 될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사의 도덕성으로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한 듯이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며, 공공의료정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리베이트의 적정 수준을 정함으로써 약제비 절감과 제약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국내 제약 산업은 오리지널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 실험을 통해 약효를 증명하는 제네릭 약물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생동성 실험의 진실성이 수차례 문제되면서 의사는 미심쩍은 국내산 약물 대신 오리지널 약물을 선택하고, 국내 제약사의 재정이 빈약해져서 생동성실험이 부실해지는 악순환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가 연구개발 대신 당장의 생존을 위해 리베이트를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이 현행 법률상 불법행위로 간주되는 리베이트와 수수 받는 공중보건의사를 감싸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사건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공중보건의사의 처벌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의료시스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의료 환경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의료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접근 없이 행위에 대한 처벌만 강화된다면 과거 미국에서 금주법을 제정해 모든 사람이 범법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입법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2009년 5월 28일 대한전공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