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시민단체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쉐링 고발장 접수
국내에 들어온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경구용 피임약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피임약은 쉐링사가 판매하고 있는 ‘다이안느35’.
이 제품은 안드로겐(남성의 2차 성징발달에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남성의 정소와 여성의 난소에서 분비된다) 의존성 여드름이 있는 여성을 위한 피임약으로 피임 단독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는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는 간독성, 정맥혈전색전증 유발 위험 때문에 심각한 여드름이나 다모증 등이 있는 여성 피부질환자의 2차 치료제로 제한적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여드름이 있는 여성의 피임약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마치 일반 피임약처럼 여드름이 없는 여성들에게까지 남용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이 약물은 지난 2001년 9월 국내 시판 이후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피임뿐만 아니라 여드름개선과 다모성 피부의 완화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 본질은 가려진 채 일석이조의 기능성 피임약으로 잘못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보도행태는 무엇보다 한국쉐링측의 피임약 마케팅 전략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천문호 대표는 “다이안느35가 일반피임약처럼 남용되고 있는 것은 쉐링측이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위험을 은폐하고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파문이 일자 식약청은 최근 뒤늦게 이 약물의 효능효과를 바꾸었지만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일반피임약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동당여성위원회,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환경연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한국여성민우회,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보건의료단체는 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쉐링의 부도덕한 마케팅과 식약청의 부실한 허가체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에 문제가 제기 된 여드름약을 피임약으로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식약청은 사과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간암 유발, 정맥혈전색전증 등의 부작용으로 시판이 금지되거나 축소판매가 되고 있는 여드름약을 누구나 장기 복용이 가능한 피임약처럼 과대광고하고 판매하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여드름약 다이안느35의 위험성을 은폐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과대광고를 한 한국쉐링 측은 한국의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기행위를 벌인 것"이라며 "그동안 부당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쉐링을 약사법 과장광고 등의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